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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까지도 퍼붓던 소낙눈은 밤새 그친 모양이다.


커튼을 열어놓고 잔 탓에 새벽부터 강렬한 햇빛에 눈이 떠진걸 보니.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6시. 아무래도 봄이 오는 날씨 탓인지 일어나 창밖을 보니


지붕의 눈들은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하얗게 덮혀있던 마을이 제 색을 찾아내는 것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전 9시까지는 날이 반짝 좋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높을 깨워 세수, 양치만 하고 오전 7시에 집을 나섰다.


흔히들 러시아의 아침은 늦게 시작한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게으른건지, 아침이 늦게오기 때문인지, 관습인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내의 모습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인부들이 나와 거리의 눈을 치우고 가게들은 문을 열 준비를 하고있다.


물론 10시에 여는 가게가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8시 오픈이라고 쓰여진 가게도 있다.


파란하늘 아래 비친 쿨 사리프 모스크를 반드시 찍어가겠다는 일념으로


거리를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번화가인 Bauman st. 의 초입. 슬슬 구름이 걷혀간다.


살짝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이 불고있어 사람들 복장이 두껍다.



같은 각도에서 세로 사진.


4월 중순인데 다시봐도 추워보인다.


나도 손이 너무 시려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Bauman st. 초입에 있는 종탑.


꼭대기에 오르면 카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입장료는 100루블.


이 곳에 먼저 올라가 사진을 찍고 시작하고 싶었으나 아직 열지 않았다.


심지어 몇시에 연다는 표지판도 없다.


추운 날씨를 핑계삼아 기다리지 않고 통과하기로 결정.



청소를 위해 한 곳에 쌓아둔 눈 무더기가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아놓으면 눈치우는 차가 와서 담아간다.



바우만 거리는 예쁘다.


뻥 뚫린 시원한 길과 양 옆에 늘어선 상점들,


거기에 좀처럼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러시아 상인들과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없는 차분함.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보다 만 배는 좋았다.


다시 러시아를 찾는다면 카잔에서 시간을 더 보낼 것 같다.



길가의 가로등. 그리고 파란 하늘, 파란 하늘!



크렘린 근처 바우만 거리 끝쪽에 있는 작은 정교회 건물.


사진을 찍으려는데 비둘기들이 날아올랐다.


이 교회건물은 열려있었으나 하늘이 다시 흐려지기 전에 크렘린으로 가야한다.



크렘린으로 가는 길.


하얀 건물에 지붕과 언덕에 온통 하얀 눈이 덮여 이루 말할수가 없다.


토요일이라서 그런가, 이른 시간임에도 오르는 사람이 많다. 



성벽의 다른 각도.


한국을 떠나며 가장 좋았던 건 당분간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감탄사는 이것 이었다.


-그래, 하늘은 원래 이런 색이지.


말 그대로 하늘만 바라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항상 보고 살던 푸른 하늘이었는데..


하늘만 생각하면 다시는 서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시계탑 조금 가까이에서.


온 세상이 하얗고 하늘만 푸르니 조금 현실감이 떨어진다.



드디어 다시만난 모스크. 역시 푸른 하늘 아래서 보니 압도적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추운 날씨탓에 이 모스크 사진만 찍고 한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기도 했고.


손이 얼어서 셔터가 잘 안눌리고, 뷰파인더를 보는 왼쪽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새벽부터 움직인 덕분에 이런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사진 몇장 더.


이곳의 눈은 이미 다 치워진 상태다.



예쁘다. 러시아에 오길 정말 잘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올수록 대도시도 많고 예쁜곳도 많다.


이르쿠츠크에선 그곳이 가장 좋았지만, 이젠 아니다.


카잔이 최고다.


이렇게 목적을 달성한 우리는 숙소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세모와 지지 사진을 한 장 찍고,



물어보니 모스크바로 가려면 다른 기차역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신축 기차역인 모양인데 이 곳과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미리 와서 간을 보길 정말 잘했어...


새로운 기차역으로 갈 때는 트램을 이용했다.



깨끗하고, 냄새도 안나고.


특이하게 표 끊어주는 분이 아저씨였다.


굉장히 유쾌한 분이라 시종 웃고계셔서 나도 웃었다.


참고로, 이 기차역의 위치는 이 곳이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시내와 거리가 상당하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가는 것이 좋겠다.


제대로 된 역에 도착해서 할 일은 평소와 같다.


기차표를 발권하고, 기다리고, 열차에 오른다.


9,288km에 달하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이제 800여 킬로미터가 남았다.


이제는 내 집같은 횡단열차를 타고


이제 그 종착지, 모스크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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