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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여전히 화요일.


나는 원래 비니쿤카를 다녀올 생각이 없었다.


사진을 봐도 별 감흥이 없기도 했고.. 날도 구질구질한데 힘들기 싫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높은 이미 그 예쁜 사진에 마음을 뺏긴 상황.


고산지역에 채 적응하지 못한 솔을 데리고 비니쿤카 투어 예약에 나섰다.



겸사겸사 구시가지 구경도.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매연 사이로 코리칸차 박물관이 보인다.


황금으로 뒤덮인 태양의 신전이었으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성당으로 개조당한 곳.


얼마 하지 않는 입장료이지만 굳이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사회 주류는 침략자의 후손이며 원주민들은 대부분 극빈층으로 살고있는 페루.


기독교 신앙으로 버티는 그들을 보면 병주고 약주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와닿는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광장답게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많이 몰려있다.



대부분의 여행사 및 마추픽추 공식 티켓 판매점도 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라면 한 번 이상은 들르지 않을 수 없는 장소.


사진에 보이는 곳이 쿠스코 대성당이다.



이곳은 예수회 성당.


그 정신과 어울리게 옆에는 자연사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쿠스코에 도합 일주일 정도 체류했는데 성당은 들어갈 생각도 해보지 않았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게을렀을까 싶지만


당시에는 나름대로 쿠스코를 즐기고 있었다.



평일 오후, 비가 내린 후 쌀쌀한 날씨임에도 활기찬 광장.



이 사진은 페루 관광청(?)에서 사용한다고 가져갔는데 어찌됐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비니쿤카 투어를 예약했던 여행사 위치.


유리 미닫이 문 입구였는데, 처음부터 일인당 55솔을 부르길래 계약했다.


아침&저녁밥도 매우 잘 준비해 주고 만족스러운 투어였음!



내일은 빡센 등산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구시가지 대충 구경 후 집으로.



가격은 괜찮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던 스타벅스.


쿠스코는 골목골목 다니는 재미가 있는 편인데다가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기념품 아줌마와 짧은 신경전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밤.


앞으로 점점 늘어갈 쇼핑시간을 미리 체험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집에 와선 피스코사워와 불닭볶음면으로.


에어비앤비의 좋은 점은 시간과 상관없이 마음껏 공간을 쓸 수 있다는 것.


혹시 필요한 분이 계실까 해서 숙소 링크를 올린다:


https://www.airbnb.co.kr/rooms/16067940?location=Cusco%2C%20Cuzco%2C%20Per%C3%BA&s=h0PzSFef


일주일 잘 지내고 왔음.



그리고 2018년 1월 2일, 수요일.


새벽 네 시에 숙소 앞으로 온 봉고차를 타고 비니쿤카를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도합 세 시간 여를 달리면 산 아래에 도착한다.


중간중간 무서운 길을 지나가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자며 가는 걸 추천.


다시 말하지만 듣던 것보다 아침과 저녁을 맛있고 배부르게 챙겨줘서 좋았음!



산 아래에선 가이드의 짧은 브리핑 후 등산이 시작된다.


우리와 중국 여자애 한 명을 제외한 투어 팀원은 전부 현지인인지 안내는 스페인어로.


하지만 사진에 나온 친절한 가이드는 우리를 위해 영어로 설명도 해주고


뒤에 따라다니며 우리를 계속 챙겨주었다.



등산로 초입.


높과 솔은 초반부터 말을 타고 올라가려는 계획이었으나,


연초 버프로 관광객이 몰려 탈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었다.



해서 강제로 등산 시작.


비니쿤카 입장비용 50솔은 투어비용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걸어야 하는 거리는 대략 5킬로미터.


해발 4400미터에서 시작해 5000미터까지 두 시간 등산하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흐린 날씨덕에 안개낀 하늘 아래로 양과 라마들이 풀을 뜯고있다.


맑은 날에 찍은 사진을 보면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풍경이 펼쳐지던데..


현실에서 내 발은 진흙탕을 헤매고 있다.



초반에는 완만한 트레킹 코스.


이정도로 두 시간 걷는게 뭐 힘든가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앞에 보이는 언덕을 넘고나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기 때문인데,


체력만 믿고 돌진하던 백인 형님들이 몸을 굽히고 구토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언덕을 넘어 이제 끝인가 했을때 다가오는 더 높은 언덕의 절망은 덤.



대략 1킬로미터 지점에서 가이드가 높솔을 위해 말을 잡아주었다.


정상까지 편도 기준 60솔이지만, 1킬로미터를 걸을 때마다 10솔씩 가격이 내려가는지


50솔을 지불했다.



나는 혼자서 꾸역꾸역 걸어 올라감.


잃어버린 인형을 대신해 새로 만들어온 지지와 세모 마크2, 그 앞은 솔의 페르소나 사사이다.



잠깐 구름이 걷히면 보이는 풍경.


변덕스러운 날씨는 사진찍을 시간을 그리 길게 허락하지 않는다.


투어를 출발하기 전에 검색해 본 블로그에선 죽을만큼 힘들다고 하던데


걱정했던 것보다 걸을만 해 기분이 좋았다.



하늘은 금방 어두워지고, 앞서 간 친구들 및 투어 팀과 동떨어진 나도 말을 타기로 한다.


3킬로미터를 나타내는 표지만 아래에서 탔기 때문에 요금은 30솔.


흥정은 가능하지도 않고 굳이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해보진 않았다.



전통옷을 입고, 장화를 신은 채 묵묵히 말보다 더 빨리 걷는 아주머니.


말을 끄는 가이드 중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험한 길에선 내려서 걷는다.


힘들지 않을 리가 없는데, 오가는 가이드들 끼리 웃고 떠들며 유쾌하게 일하는 고산지대 주민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무튼 정상 근처에 도착.


여기서부터 꼭대기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해발 5000미터 표지판 뒤로 보이는 언덕이 정상.


가까워 보이지만 정상 높이는 5200미터 가까이 된다고 한다.


서울에서 바로 고산지대에 온 솔은 이쯤부터 두통을 호소했고,


투어에서 만난 중국 친구와 사이좋게 고산병 약을 나눠먹었다.


한국에서 바로 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물은 한 병씩 챙겨가는 걸 추천.



정상에 올라 본 비니쿤카는 듣던대로 아름다웠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딱히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



비가 내릴락 말락 한 산 정상은 바람이 차다.


 

비록 말을 타고 올라왔지만 마음만은 등산인인 나는 고이 챙겨온 위스키 한 잔.


술을 많이 마시는 건 고산병에 쥐약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안아팠으니 다행이지....



요렇게 조그만 강아지도 걸어서 올라오는 곳을 나는 말을 타고...(자괴감)


풍경을 즐기고 있으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페루여행 하이라이트는 비 때문에 많이 망쳤는데 이게 그 시작이었음.


아무튼 빗길에 자빠지고 미끄러지고 하느라 내려오는 사진은 없다.



만신창이가 된 신발들.


이후엔 정신 못차리고 자다가 차려주는 부페식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를 온전히 써야하는 비니쿤카 투어.


새벽과 마찬가지로 집 근처에서 내려준다.



근처 빵집에서 디저트를 사다가 위스키를 한 잔 하며 피로회복.


페루에서 발렌타인 파이니스트는 한 병에 9000원 정도라는 미친 가격을 자랑한다.


말 많던 비니쿤카, 생각보다 다녀올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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