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280]와카치나의 하루

2018년 1월 9일, 화요일.

와카치나는 페루의 작은 도시 이카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이라기엔 너무 작긴 하지만, 작은 오아시스를 둘러싼 아기자기함은

게임속이나 판타지소설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풍경.

혹은 이런 평화로운 풍경.

현지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던 곳이라 그런지

쿠스코와는 건물 생김새나 배치부터가 다르다.

와카치나가 자랑하는 30미터 높이의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걷다 보면

이런 물웅덩이가 나온다.

와카치나의 이 오아시스를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원래 이 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어 주변으로 마을이 들어섰고,

80년대에 이르러 자연적인 지하수 공급이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수돗물을 끌어다 호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호수의 물과 진흙이 관절염이나 피부병(!)에 좋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현지인과 일부 관광객들은 수영과 머드팩을 즐기기도 한다.

또한 원주민 공주중 하나가 인어가 되어 호수 안에 여전히 살고 있다는 전설도 있다니,

지역 주민들에겐 나름대로 애정이 깊은 곳인가보다.

충분한 물과 햇볕이 있다면 일단 들어가고 보는 백인 형님들.

외딴 사막의 그림같은 오아시스를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할 준비부터 하는 게 좋다.

오아시스에서 그리운 사막의 열기를 잠시 즐기다가,

이곳에 들린 목적 버기투어를 예약하러.

와카치나 버기 투어는, 숙소를 끼고 예약하는 게 아니면

어디를 가도 부르는 가격이 같다.

사실 어디라고 하기도 미묘한게, 작은 마을이라 그 곳이 그 곳임.

역시 흥정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의식을 거쳐 예약한 선셋 투어 비용은

셋이 합쳐서 80솔.

비수기인데다 투어 시작시간이 닥쳐서 가격이 내려갔다.

곧 모래범벅이 될 예정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비롯한 전자제품을 정리하러 숙소로.

매우 여유롭다.

투어는 대략 해가 넘어가기 한시간 전 쯤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투어사진은 짭프로에 방수케이스 끼워서 촬영.

매우 위험해 보이는 버기카를 타고

높은 모래언덕들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투어는

시작부터 긴장이 된다.

숙달된 운전기사와 안전벨트만 믿고 투어 시작.

긴장한 높솔은 표정이 영 어둡다.

모래언덕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에 먼저 도착.

사하라 사막과는 비교하는게 미안하지만

작은 사막은 작은 사막대로 매력이 있다.

무이네에서 갔었던 사막에선 바다가 보이곤 했었는데.

우리가 타고다니던 버기카.

남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모양과 색깔이 아닐 수 없다.

변신할 것 같아...

짭프로는 고프로와 비교했을 때 동영상은 손색이 없지만

사진에선 쳐발리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들고왔지만 차라리 카메라 방수팩을 쓸걸..

사막 한가운데에서 꾸물거리는 하늘.

화창하게 나와야 제맛이긴 하지만, 언제 또 사막에서 이런 하늘을 보겠나 하는 정신승리 시전.

이후엔 차를 타고 적당한 언덕을 찾아 샌드보딩 준비.

와카치나 버기투어의 상징과도 같은 이 액티비티는

무섭다는 이유로 의외로 즐기지 않고 구경만 하는 사람이 많다.

솔도 그 중 하나라서 높과 나만 즐기기로 했다.

먼저 위 사진처럼 아저씨가 파라핀을 바르고 순서대로 탑승.

남이 내려오는 걸 보면 별로 빨라보이지 않는다.

타는사람 입장에서 찍어본 동영상. 목돌아감 주의.

다른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이 보드 위에서 발목만으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위험하지 않다면 거짓말.

그래도 알려준 대로만 하면 안정적으로 재밌게 탈 수 있다.

다음 사람과 부딪힐까 호다닥.

용자들은 우리처럼 엎드려서 타지 않고

스노우보드를 타듯이 서서 내려오는데, 몇 배는 더 위험해보임.

언덕을 몇 개씩 옮겨다니면서 재미있게 보드를 타고 놀았다.

그리고 다른 차들을 따돌리고 우리끼리 떠난 모험.

날이 흐려 석양을 제대로 볼 수 없을게 뻔하니 기사아저씨가

옆길로 새서 우리를 즐겁게 해줬다.

중간중간 다른데로 시선을 돌리고 내리막을 달려 내리는 건

매우 아찔했지만 스릴있고 좋았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오아시스가 보이는 뷰포인트.

원래대로라면 여기에서 노을도 보고 해야하지만 흐린 날씨 덕분에

셀카나 찍고 놀았다.

짧은 시간동안 별로 하는 건 없지만 일인당 30솔 정도에 불과한 비용과

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 덕분에,

와카치나에서 며칠씩 머무르며 매일같이 버기투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스카 라인을 거르고 와카치나로 바로 온 우리로서는 꽤 만족.

숙소에 돌아와 씻고 나서 숙소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오아시스 근처에는 식당이 몇 개인가 있지만

숙소쪽 식당이 괜찮아보여서 선택했다.

물가는 도심에서 떨어진 작은 관광지라고 하면 감이 올 듯.

그나마 호숫가보다는 숙소가 저렴한 편이라, 파스타 한그릇에 15~20솔 정도 한다.

숙소만큼이나 아늑한 식당 분위기.

손님이 없어보이지만 밤이 되자 손님으로 가득했다.

칵테일은 보통 2+1으로 팔고 있고 맛도 괜찮으니 도전해 보기!

그렇지만 주방에 직원이 한 명 뿐이라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10분은 족히 기다려서 받아낸 음식들.

고산지대에서 벗어나 파스타 면이 적당히 익었기 때문인지,

예상보다 맛있고 양도 많았다. 특히 저 볼로네즈.

칵테일과 위스키까지 곁들여 저녁을 마치고 나면, 하루도 끝.

은 아까우니까 밤풍경 구경 겸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을 겸 산책에 나섰다.

가게 몇 군데에만 손님이 있고 나머지는 텅텅 비어있는 밤.

비수기의 장점은 이런 조용함에 있지 않겠나.

워낙 작은 마을인데다 늦은 시간엔 사람도 없다보니,

호객행위 같은 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다.

그거 하나만은 확실히 좋았던 점.

높의 뒤로 위치한 바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넓은 공간에 손님 하나 없어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찍어두니 유럽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와카치나의 물가.

와카치나에서 숙박을 할 사람은, 생필품이나 간식같은 건 이카에서 사들고 오는 게 낫다.

사진에서 보이겠지만, 1솔짜리 물을 어줍잖게 3솔로 고쳐서 팔고 있음.

물 가격이 세 배인데 나머지는 어떻겠나..

게다가 카드결제는 안되거나 카드결제시 가격이 더 오른다!

그러니 현금도 가능하면 뽑아서 들고올 것.

하루만 머무는거니까 그냥저냥 버텼지 며칠 더 있었으면 돈이 없어 고생좀 했을 거다.

웃긴건 이 작은 마을에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르다.

투어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면 아주 조금 더 저렴했으니 비교 해 보시길.

정직하게 말하면, 몇몇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와카치나도 듣던 것보단

그냥 그랬다. 남미에 왔으니, 그나마 있는 걸 즐기는 것.

6년쯤 전에 동남아에서 1년 살았던 나로서는 그 곳의 관광지들과 이곳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남미뽕을 거르고 보면 여러가지로 동남아가 판정승이다.

이 얘기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하기로 하고..

페루 여행도 거의 끝나간다.

다음 여행지는 전부터 점찍어둔 휴양지, 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