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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4일.


산토리니의 꿀같은 휴가를 잊지 못한 내게


아테네의 고온다습은 적잖이 당황스러움을 선사했다.


거기다 무리한 일정 + 100일이 넘은 여행기간으로 컨디션도 난조.


설상가상으로 숙소엔 에어컨이 없었다.


거기다 러시아에서 청소한 이후 가방에 넣고 다니느라 지저분해진


카메라도 한계라고 판단,


3박 4일의 아테네 일정 중 하루를 그냥 쉬어버렸다.


마침 초복 근처이기도 했고.


닭도 한 마리 사다가 삶아먹었으나, 사진이 없으므로 생략.


첫 날은 카메라를 수리센터에 맡겨놓고, 시내에서 커피를 마시며 놀았다.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 모나스티라키Monastiraki.


마침 근처에 소니 전문 서비스센터가 있어 카메라를 맡겼다.


결과는 상상 초월.


안에서 작은 초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내가 어떻게 아냐는 대답.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웃었다.


아무래도 속사케이스나 기타 케이스 없이 카메라 가방에 넣어서 다니다 보니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가 들어가는듯 하다.



해서 카메라를 찾을 때까진 시원한 카페에서 놀다가


청소 이후엔 아크로폴리스 앞까지만 다녀옴.



아크로폴리스 앞에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보잘것 없는 돌덩이로 보이지만 고대에는 아테네의 법정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아레이오스 파고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언덕.


참고로 현 그리스 대법원의 이름도 아레이고스 파고스이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미끄러운 돌 언덕을 조심히 올라가면 위와 같은 풍경이 있다.


저 안으로 직접 들어가보고 느낀 거지만 여기서 보는 풍경이 더 좋음.




아크로폴리스를 배경으로 애들 셋 사진도 찍어주고



아테네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크로폴리스의 '아크로'의 뜻이 '높은' 이라는 뜻이라던데,


이 사진을 보니 그 이름이 잘 이해가 간다.


평지 사이에서 유난히 높이 솟아난 도시.


그래서 이런 형태로 발견된 도시들을 전부 아크로폴리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로마에 있는 포로 로마노도 아크로폴리스의 하나.



언덕 아래에는 동판에 새겨진 성경 말씀,


사도행전 17장 22절에서 34절까지가 새겨져 있다.


그 안에서 사도 바울이 아테네 철학자들과 논쟁을 벌이던 그 아레오파고스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전혀 모르고 왔습니다만......



첫 날은 과일이나 사다가 집에서 놀았다.


사진에도 쓰여있지만 과일 가격이 말도 안되게 저렴.


원래 체리는 이렇게 가볍게 먹는 과일이었던 것인가.



아테네의 교통패스는 상당히 저렴하다.


5일권이 한 사람당 9유로 정도.


따라서 우리처럼 살짝 외곽에 숙소를 잡고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게 다니는 방법이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은 아크로폴리스에 들어가는 날이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아테네도 뮤지엄패스 같은것이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이유로 우리는 아크로폴리스만 들어가고 쉬기로 했다.


입장료는 성인 20유로, 국제학생증 소지자 10유로.


몇 년 전에 가격을 엄청나게 올린거라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저 정도 돈을 내고 입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한 번 방문하고 나면 다시는 갈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오르는 길엔 작은 원형극장이 있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이라는 이름이라는데


아직까지도 실제 공연장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이런 풍경에서 야외공연을 본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구름 한 점 없는 덥고 습한 하늘 아래 관광객은 벌써 많다.


아니, 사실은 날씨 탓인지 티켓값 탓인지 아니면 파르테논 신전이 공사중이기 때문인지,


늦게 가면 표 사는데에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던 아크로폴리스 매표소엔


사람이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계단 왼편에 있는 작은 탑? 은 원래는 사두마차를 끄는


아그리파 기념상이 놓여졌던 곳의 받침부분이라고 한다.



오르는 길에 보이는 풍경.


어제 저녁에 올라왔던 아레이오스 파고스가 중앙 왼쪽에 보인다.


꽤 많이 올라온 듯 하지만 보이는 풍경은 비슷한 정도.



묘하게 구름인지 안개인지 끼어있는 하늘은 파랗지만은 않다.


대신에 습기로 나를 죽이려고 덤벼듦.


계단 오른편에는 아테네 니케 신전.



그냥 오래된 건물인가 싶지만, 이 건축물은 대부분 기원전 5세기 경에


지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아크로폴리스를 감싸고 있는 성벽은 그보다도 오래된 기원전 1300년.


무려 3천 년 동안이나 이 높은 언덕 위에서 버텨낸 것이다.



이곳이 아크로폴리스로 향하는 입구.


굳이 구분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지만 막상 가보면 구분할 것도 없이


한무더기의 오래된 건물 터이다.



입구를 통과하면 드디어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



왼쪽으로는 에릭테이온 신전이 있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겠지만 앞쪽엔 아테네를 섬기는 여섯 명의 소녀상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아테나 여신을 모시던 신전으로,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건물 치고는 상태가 괜찮아 보인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아테네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라는 이유로 중세와 오스만투크르 지배를 거치며


처음에는 성당, 그 이후에는 모스크로 개축되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17세기에 베네치아군이 일으킨 폭발로 지붕이 날아갔다고.


거기에 더해 부서진 파편들은 영국에서 주워다가 대영박물관에 전시중이란다.



최대한 원래 모습과 비슷하게 복원하기 위해 공사중.


지금 보이는 기둥 중 여섯 개는 아예 무너진 기둥을 다시 세운것이라고 한다.



아테네 여신과 포세이돈을 동시에 모시고 있다는 에릭테이온 신전.


왼편의 올리브나무는 아테나의 상징이다.


올리브 무역+해상도시로서의 아테네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음.



습한 공기 속에 해가 따갑다.



그리스 깃발이 보이는 저 곳은 별건 아니고 그냥 전망대.



펄-럭.


산토리니 뽕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그리스 국기가 예뻐 보인다.



그에 비해 풍경은 뭐 별거 없음.



이렇게 한 바퀴를 천천히 둘러보아도 한 시간은 커녕 30분정도만 지나있다.


유명세 때문에 한 번은 오지만 두번은 오고싶지 않은 장소라는게 나의 거듭된 생각.


내 살아생전에 완벽하게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또 모르지.....



더위를 피하는 고냥이.



전망대에서 돌아 나가는 길에 신전 사진이나 몇 개 더 찍어봤다.




높은 언덕 위에 지었기 때문에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시선을 고려해


지어졌다는 파르테논 신전.


그 웅장함에 마음이 쏠리기는 하지만,


그 마음에 솔직하기에는 날이 도와주지 않았다.




나머지 관광지는 그냥 패스.


이후의 그리스 일정은 트리칼라로 넘어가 메테오라 수도원을 보는 거였다.


그리고 하루정도는 쉴까 해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숙소를 잡음.


그리고 거짓말처럼 3일 내내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딱 우리가 머무는 그 동안만, 핀셋으로 콕 집은 듯.


덕분에 이 아크로폴리스가 그리스 전체의 마지막 관광 일정이 되었다는 스토리.


그리도 또 덕분에 아무것도 안하고 쉬면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는 스토리이다.


따라서 거창하게 시작한 그리스 여행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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