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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일, 수요일.

자정에 출발한 버스는 일곱시간 정도를 달려 수에즈 터널에 닿았다.



요 몇 년 새 늘어난 테러의 위협 때문에,

밤새도록 짐검사와 여권 검사를 받아야 해서

잠은 잘 자지 못했으나,

전부 내 안전을 위한 일이니 차라리 고마웠다.

수에즈 터널을 지나 두 시간,



잿빛 도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장거리 버스에 이은 생소한 풍경은

나를 다시 여행하는 기분으로 데려다 놓았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질려버릴 도시의 소란마저

기분좋게 느껴졌다.

카이로 구경은 내일 하기로 하고 우리는 바로 기자로.



창문 밖으로 피라미드가 보이는 숙소에 체크인 했다.

카이로 시내에서 지하철을 한 번 타고(인당 2파운드),

가까운 역에서 내려 숙소까지는 우버를 이용했다(13파운드).



이집트는 우버 가격이 굉장히 싸다.

30분 거리를 이동해도 한화 2천원 안쪽에서 해결이 가능할 정도.

지하철을 체험해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짐을 풀고나서는 바로 피라미드로.

11월부터 이집트 전체 입장료가 올랐다.

그렇다고 해도 120파운드.

학생은 그 절반인 60파운드에 불과하니

매우 저렴하다.

표를 구매하고 간단한 짐검사를 마치면

빠르게 입장.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현지인 단체관광객이 많이 있었지만 별 거슬리진 않았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삐끼가 극성을 부리기로 악명이 높다.

우리보다 먼저 다녀오신 분들 중에는 그 끔찍함에

차라리 투어를 이용하라고 하는 의견을 내는 분도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경험해 본 결과 몇 가지만 주의하면 매우 쾌적하게 피라미드를 구경할 수 있다.

먼저, 표를 내고 들어가면 직원인지 삐끼인지가 붙어 가게들이 모여있는 왼쪽으로 가라고 유도한다.

그 곳으로 입장하면 스핑크스를 먼저 보고 피라미드로 올라가는 길이 깔려있는데,

여기에서 삐끼들이 엄청나게 붙는다.

해서 우리는 싹 무시하고 오른쪽 길로.



이렇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쿠푸의 대피라미드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보통 관광객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로이기 때문에 삐끼가 적다.



하늘이 깨끗한데다 겨울에 접어드는 날씨 덕분에,

걷기에 완벽한 날씨.

겨울이라지만 우리나라 초가을 정도로 느껴진다.



대피라미드가 가까이 왔다.

중간중간 낙타나 말을 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냥 무시하고 갈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도착한 대피라미드.



티비나 사진, 상상속의 그것보다 크고 아름다웠다.



처음 피라미드를 지었을 때는 매끄러운 돌로

겉부분을 장식해 해 아래 하얗게 빛났다고 하던데,

이 정도 규모의 건축물이 번쩍거리면

없던 전설이라도 생길 법 했을거다.



돌 한 층의 크기.

물론 위로 올라갈수록 석재의 크기는 줄어든다.

가끔 피라미드를 찍고있으면 와서 사진 촬영이

금지라는 드립을 치며 돈을 뜯어가는 아재들이 있으나,

역시 무시하면 된다.



낮잠을 청하고 있는 이집션.

몇몇의 극성인 삐끼를 제외하면 이집션들은 굉장히 사려깊고 유쾌하다.



잠깐 앉아서 쉬고,

이어서 세 개의 피라미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로 이동.



대피라미드는 멀리서 봐도 크다.

이 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호객꾼들이 붙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도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절대 영어를 하지 말 것!

​보통 인사를 건네면 무의식중에 받아주기 마련인데,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

해서 나는 삐끼들이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며

한참 후에 노 스픽 잉글리쉬! 한 마디만을 외치며 다녔다.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하는 척을 하면 대부분의 삐끼는 포기하고 돌아선다.

기껏 따라와서 말을 걸었는데 내가 영어를 못알아들을 때 그들의 표정이란...

덕분에 우리는 사진을 마음껏 찍으며 여유로운 피라미드를 만끽.



한참을 따라다니던 낙타 호객꾼.

모래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을 했지만

내가 못알아들으니 사진이나 찍어달라고 하고 사라진다.

게중에는 영어를 못한다고 하면 말투를 따라하거나 비꼬면서 거슬리게 하는 애들도 있지만,

이럴땐 먼저 기분 상하는 사람이 지는거다.

정 짜증이 나면 나마스떼를 외치자.

이유는 모르겠으나 인도사람과 비교당하는 걸 굉장히 기분나빠 한단다.

물론 나는 쫄보라 그런건 안해봄.

굳이 싸우고싶지도 않고.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를 걸으면 파노라마가 나온다.



다합 내내 사진찍힐일이 없던 세모와 지지도 오늘 카메라와 쌍으로 열일중.



높은 피라미드를 짓밟는 설정샷을 한다.



나는..



음. 떠올랐다.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



이친구는 같이 사진찍자며 다가와 이것저것 옷을 입히고 씌우며 돈을 요구하는 삐끼.

내 손에 뭘 쥐어주는 순간 떨쳐내면 된다.

이렇게 자꾸 쓰니까 내가 너무 야박하게 보일지 모르겠는데...

뭐 그래도 어쩔수 없다.



점프샷을 마지막으로 파노라마 구경을 마침.

단체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길래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에 이집션 관광객 청년과 사진 한 장.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높만 보면 사진찍자고 달려드는 이집션들.



이제 입구쪽으로 가 스핑크스를 구경하고 나간다.

여기도 깨알같이 가이드 해준답시고 붙어서 돈을 요구하지만,

응 안들려.

이렇게 피라미드 구경 끝.

혹시 필요하실 분을 위해 굳이 정리를 하자면,

1. 구경은 입구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한다.

절대 기념품 가게 방향으로 향하지 말자.

2. 낙타를 꼭 타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타고 사진을 찍으라고 해도 괜찮다고 한다.

일단 낙타에 오르면 자력으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다.

3. 영어로 인사를 하거나 아는척을 해도 대답하지 말자.

특히 무의식중에 한마디 건네는 순간 걷는 내내 따라오며 귀찮게 한다.

4. 경비가 충분하다면 입구에서부터 아예 낙타를 탄다.​




세상 여유롭고 조용하게 피라미드 구경을 마친 후,

저녁은 KFC에서 사먹었다.

치킨랩이 가성비가 좋으니 치킨랩 드세요..

밥을 먹고는 숙소 테라스에 앉아 일몰 구경.

유난히 날이 좋아 같은 숙소에 머무는 캐나다 아저씨들과 노을을 즐겼다.



피라미드 근처라고 해서 숙소가 크게 비싸지도 않고

아침 부페도 잘 주는 편이니 하루 정도는 기자에 머무는 것도 좋다.

짐 들어주는 학생(?)에게 팁으로 10파운드정도만 줘도 활짝 웃으니 기분이 좋음.



해가 떨어진 이후 밤이면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빛과 소리의 쇼가 시작된다.

영어로 한 번, 다른 외국어로 한 번 진행되는데,

내용은 별 볼 일 없고, 형광색으로 물드는

피라미드가 예쁘다.

티켓을 구매해서 피라미드 앞에 앉아 볼 수도 있지만,

이정도로 충분하신 분들이 더 많을 듯.

시간표는 아래와 같다:



모두 즐거운 피라미드 여행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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