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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1일, 월요일.


에페소스는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다.


이보다 생생하게 로마인을 상상해 본 도시가 없다.


이게 오래된 도시의 흔적을 돌며 내가 내내 떠올린 말이다.


그리고 이 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사진도 엄청 찍었는데, 글을 쪼개기가 애매해 60장의 사진을 이 글 하나에 올리기로.


셀축-에페소스 돌무쉬는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3리라).


입장료는 무려 40리라에 학생할인같은 건 없음.



파묵칼레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오늘도 아침일찍 방문했다.


시원하고 사람도 적고, 입구 화장실엔 고양이 떼가 출몰!



이따 다시 나오겠지만 공원 관리인? 직원? 쯤 되는 사람이 밥을 챙겨주는 듯 했다.


결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무서운 고양이떼.



남이섬에 온 듯한 길을 통과하면 에페소스 유적지가 나온다.



오늘도 여전히 물광고 찍고계신 높.



저 멀리 원형극장이 보인다.



길 옆에 놓여진 기둥들.



알고보니 무덤 터였다. 크기가 다양한 석관이 늘어서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런 종류의 석관에 매장된 시신들이


목관이나 일반 매장보다 효과적으로(?) 부패가 진행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외부의 존재가 들어오지 못하고 예쁘게 뼈를 보존한다는 발상이


언뜻 초기 기독교인들이 좋아했을 법도 하다.



현재 에페소스의 풍경이나 지도상 위치를 봤을 땐 믿을수 없지만,


에페소스는 한때 잘나가던 항구도시로 무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토사가 쌓이며 항구로서의 기능은 정지되고 전성기도 동시에 끝났다는 에페소스.


'같은 강에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에페소스 출신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다.


자신도 모른 채 고향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출입이 금지된 이 길을 따라가면 항구가 있던 자리가 나온다고.



'아.. 헤라클레이토스 센빠이...'



에페소스는 이 외에도 이야기거리가 매우 많다.


근처에 성 요한의 무덤과 성 누가의 무덤이 있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성모의 생가와 그 기념교회가 있고


그덕분에 요한계시록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에페소스.


사도 바울도 2차 전도여행 기간에 3년간 이 곳에 머무르며


아르테미스 여신 모형을 만들어 팔던 상인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기독교에만 한정해도 이정도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에페소스.


성경에서, 또 철학사 책에서 읽고 상상하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은


신앙의 유무와는 관계 없이 짜릿하다.




단점이라면 한여름엔 미치도록 덥다는 것.



바닥엔 안내판? 스러운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방문객이 아직 적어 풍경을 마음껏 즐기는 중.



원형극장 앞의 비석.



에페소스의 원형극장은 그 지름만 150여 미터,


높이는 40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무려 25,000명이나 수용이 가능했으며, 이는 도시 인구의 10%에 달했다고 한다.


에페소스 전성기의 인구가 50만쯤 된다고 하니, 이때에도 전 인구의 5%는


수용이 가능했다는 뜻.



요즘에도 정기적으로 원형극장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오페라 관람을 또 하고싶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체력이 살짝 회복됨.



길을 따라 마을이 있던 곳으로 올라간다.





도시의 입구인 항구에서 원형극장, 그리고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니


그 시절 생활이 상상된다.



바닥에 찍힌 발자국.


콘크리트 공사도 아니고 뭔 발자국...? 했으나


술집, 혹은 사창가를 가리키는 간판(?) 이었다고 한다.


발 모양이 방향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고, 저 자국보다 발이 작은 청소년은


출입금지였다는 말도 있으나, 확실한 건 모름.



길지 않은 길 끝에 켈수스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관광을 진행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마주쳐


북적거리는 관광지에 온 것 같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20분 넘게 기다려 봐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아


그냥 구경하기로.



도서관 이름인 켈수스는 사람 이름이다.


이 도서관을 건립한 사람의 아빠라는데, 아빠를 기리기 위해 도서관에 이름을


붙이고 아래엔 무덤까지 만들어 두었다고.



이건가?



로마 제국에 의한 기독교의 공인 이후엔 그에 관련된 책들이 모여있었다는 도서관.


습기에 의해 책이 상하는 것을 막기위해 외벽과 서고 사이에 공간이 있었다는


고대의 도서관은,


지금은 이렇게 입구의 흔적만 남아있다.


지진과 화재에 의해 소장 서적은 물론 건물까지 무너져 내려 복구되지 않은 탓.



남아있는 입구 전면에는 지혜의 여신 소피아를 비롯한 여신상 네 개가 서있다.



안쪽에는 예쁜 무늬의 고양이 한 마리.



좋아 죽는다.



단체관광객에 이어 점심시간이 가까우니 개별 관광객도 늘어난다.



잘 보면 터널 안에 검은고양이가 누워있음.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액체화가 진행중인 고양이들 덕분에 관광이 몇 배 더 재밌다.



그 다음은 마을 입구로 가는 언덕이다.


이 언덕 양쪽으로는 시장이 있었다고도 한다.


항구, 극장, 도서관, 그리고 시장을 지나 마을 입구로.



로마 시대의 공중화장실.


화장실 가는데 돈받는 건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인가보다.


보아하니 에페소스도 지린내가 진동좀 했을 듯.


가까운 쪽이 수도관과 가까워 가격이 가장 비쌌다고 한다.


12년 전 중국에 머물 때 경험한 뚫린 화장실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기분.



입구에서 만난 캣파더의 관리 덕분인지 사람이 아무리 지나가도 미동도 안함.



내가 맞게 기억한다면 이 곳은 목욕탕이 있던 자리이다.


어느 부분에 물이 있었는지는 모호하지만 규모가 상당하다는 건 알 수 있다.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포로로마노에 있을 때보다 로마가 더 가까이 느껴지는 듯.




물광고 2



시장이 있었다는 언덕이 끝나는 곳에 또 다른 입구가 있다.



안쪽엔 작은 규모의 원형극장.



그리고 그 옆은 기둥이 늘어선 도로가 있다.


기둥이 전부 온전한 전성기 에페소스의 모습은 굉장히 화려했을 것이다.




물광고 3



여기까지 보면 에페소스 유적지의 위쪽 입구가 보인다.


그대로 나가면 성 누가의 묘가 있고, 택시를 타고 성모의 생가와 성 요한의 무덤으로


갈 수 있으며, 에페소스 유적지는 재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깔끔하게 뒤돌아서기로.



아래쪽 입구 근처에 있는 성모 기념 성당으로 향한다.



메두사의 머리가 조각된 하드리아누스 신전의 입구.




성모 교회는 말 그대로 길가에 내팽개쳐진 돌무더기 수준이다.


표지판이 없으면 이곳이 교회는 커녕 건물이었는지조차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


서기 431년 6월 22일, 이 곳에서 열린 공의회는 325년 정해진 교리를 재확인하며


마리아를 성모, 즉 신의 어머니라 부르는 것을 인정한다.


간단하게 삼위일체 교리와 예수의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을 믿기로 하며,


이외의 해석은 이단으로 정했다고 보면 된다.



손 닦는 물이 담겨있던 그릇인 듯.


비록 폐허로 남겨진 교회이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성모라는 상징성에


끌린 관광객들이 미어터지게 몰려든다고 한다.


미사도 열린다고 하고.


기독교인이고 터키인이고 다같이 소원을 빌기도 한다는데,


그럴 땐 폐허가 된 이 곳이 오히려 그럴듯 하리라 상상해보기도 했다.




제대가 있던 곳인 것 같다. 희미하게 보이는 십자가.




신의 아들이면서 신 그 자체이고, 그가 신인 만큼이나 완전히 인간이라는


예수에 대한 신비로운 해석은 그 신비함 덕분에 그것을 정한 건물보다


긴 수명을 부여받았다.


뜬금없지만 우찌무라 간조는 회심기에서 유니테리언과 화해하지 못하는 기독교는


의미가 없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예수의 인성을 부정했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의 명쾌함 만큼이나 종교로서


수명이 짧았을 거라는 게 내 의견이다.



나오는 길. 화장실 앞에 있는 관리인 아저씨 품에서 고양이가 졸고있다.



피에타.......?


깊이 자고있는지 우리가 사진을 찍고 건드려봐도 깨지 않는다.


주변에 수많은 고양이를 거느리고 웃고계신 아저씨가 성스러워 보임.



그 앞에는 요렇게 생긴 모금함이 놓여져 있다.


딱히 밥이나 물이 부족해보이지도, 고양이들 영양상태가 안좋아보이지도 않았으나


우리는 여행을 통틀어 가장 큰 액수를 기부했다.


돌고 돌아 우리 고양이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3주에 달하는 터키 여행은 여기에서 끝났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엔 계획에 없었으나 매우 즐거웠던 터키 여행.


삐끼천국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우리가 체험한 터키는 신사적이고 잘생긴


형님들이 깔려있는 나라였다.


특히 이스탄불.. 나의 사랑 이스탄불. 반드시 또 올 것이다.


다음은 요르단 페트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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