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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플라스에서 벗어나, 성 미셸 대성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10분도 걷지 않아 멀찌감치 성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당 앞의 작은 공원에는 벨기에 왕국의 5대 왕 보두앵의 흉상이 있다.


보두앵은 93년까지 제위한 왕으로, 현 국왕 필리프의 할아버지이다.



숲에서 본 성 미셸 대성당.


그랑플라스와 함께 빅토르위고가 좋아했다는 이 성당은,


나중에 파리에서 보게 될 노트르담 성당과 꽤 비슷하게 생겼다.


중세 고딕양식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두 성당은 실제로도 많이 비교된다고 한다.


둘다 본 내 의견으로는....


성 미셸 대성당이 좀 더 낫다. 파리의 경우는 주변에 건물이 많아 성당에 집중이 안되는데 비해


이쪽은 언덕 위에 딱 서있어서 한 눈에 들어온다.



성 미셸 대성당은 13세기부터 짓기 시작해 17세기에 와서야 완공 되었다고 한다.


브뤼셀의 수호성인 성 미셸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당 답게


보다시피 규모가 상당하다.


특히나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일요일이라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거기다 굳이 카메라를 들이댈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 그냥 눈으로만 보았다.


미사중이라 뒤에서만 본 성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아름다웠다.



정문 위에 늘어선 석상들.


상당히 정교하고 그럴듯하다.


나는 대리석으로 옷 주름 표현하는 부분이 너무 좋더라 핡..



뒷편에서 바라본 성당.


하늘만 보면 바르샤바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이 끝나는 장면 같다.


이런 고딕양식의 성당은 맑은 하늘 아래서도 멋지지만


꾸물거리는 잿빛 하늘 아래서 왜이리 더 멋진지.



간지가 폭발한다.



대성당 내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뭐 어쩔수 있나.


또 근처에 있는 브뤼셀 왕궁으로 걷는다.


예술궁전 옆에는 작은 풀밭이 놓여있다.


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프랑스 출신 군사령관 오귀스탱-다니엘의 동상이 서있다.


유명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뒤의 하늘과 너무 잘 어울려서.



그리고 도로를 하나 건너면 그 유명한 브뤼셀 공원이 펼쳐져 있다.


굉장히 넓고, 초록초록한 잔디밭.


날이 좋았으면 한동안 산책을 했을 법도 하지만,


궂은 날씨 탓에 시민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 경우엔 조용히 보낼 수 있어 좋았지만.


아무래도 찬바람이 불어서 금방 나왔다.



공원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브뤼셀 궁전.


실제 왕은 여기에 머무르진 않고, 단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내부는 처음부터 구경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패스.



길 건너편에 걸터앉아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성당 건물들은 마음을 끌어당기지만 왕궁들은 그저 그렇다.


며칠 후에 방문한 베르사유 궁전도 마찬가지 였고.


여기까지 보고나서 집에 돌아가 잠시 쉬기로 한다.


피곤한 것 보다도 좋은집을 빌렸는데 밖에만 있는 것이 아까워서.



까르푸에서 맥주와 초콜릿을 사왔다.


유럽은 까딱하면 마트 문이 다 닫아 술을 구할수가 없으니 장은 미리 봐놔야 한다.



집 뒤편 테라스에 앉아 초콜릿과 맥주를 마시니 나도 어엿한 유럽사람 느낌이 난다.


초콜릿은 얼그레이 잎이 들어있는 것이었는데,


끝맛이 쌉싸름하니 얼그레이 티 맛이 나서 안주로 좋았다.


오래 머물면서 초콜릿 종류를 많이 체험하지 못한게 아쉽다. 맥주도.


그렇게 맥주도 마시고, 저녁도 해먹고 하면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고 다시 나와본 구시가지.


1일 무제한 교통권으로 본전 확실히 뽑고 있다.


기대했던 대로 밤의 구시가지는 낮보다 예쁘다..



무지개 깃발.


멀리 보이는 빌딩도 무지개 빛으로 조명을 쓰고 있다.



이런 거리를 왜 아름답게 느끼는 걸까. 바닥 때문인가 건물 때문인가.


내 경우에는 물에 젖은듯한 길바닥(?)의 느낌이 좋다.


조명이 바닥과 함께 내 머릿속까지 번지는 느낌이라 해야할까.



멀리, 시청사 첨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밤의 고양이. 다소곳한 솜방망이가 귀엽.



무지개 빛으로 물은 시청사 첨탑과 그랑플라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날 야경을 보러 갈 때까지만 해도 무지개빛 조명을 쓸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더 선물같고 놀라웠는지도 모르겠다.


정교하게 조명을 사용해서 오래된 건물들에 새로운 색을 입힌다.



낮에 왔던 광장과 같은 곳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사람들도 낮보다 조금 더 들뜬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밤이 되니 하늘이 맑아져서 하늘엔 별이 떠있었다.


밤의 브뤼셀은 무지개도 뜨고 별도 뜨고.


이 야경 덕에 그랑플라스는 다녀본 광장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남았다.



어떻게 보면 초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따뜻해 보이기도 하는 무지개빛 그랑플라스.


벨기에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 풍경 이후로는 아니다.


막차시간이 다 될 때까지 광장을 구경했다.


다 같이 즐기니까 얼마나 좋아! 관광상품도 되고.


서울시도 이런 아이템으로 관광수익좀 올리자.



집에 오는길에 까르푸가 열려있길래 맥주를 하나 더 집어왔다.


무려 8도나 되는 독한 맥주와 따뜻한 집 덕에 피로는 완전히 풀렸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서유럽의 꽃, 파리로 가는 날이다.


퓌센과는 다르게 브뤼셀은 나중에 천천히 방문해보고 싶은 도시였다.


꼭 다시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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