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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어제는 오후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 후,


박물관 패스를 비롯해 이런저런 일 처리를 하고 백화점에 들렀다 일찍 잤다.


파리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는 백화점이 두 군데가 있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 둘 중 하나는 전망대 층이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하나,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갔다.



애매한 오후의 파리. 해가 굉장히 늦게 떨어지기 때문에 6시가 넘었는데도


이런 풍경이다. 멀리 지평선도 보이고,


고만고만한 건물들 사이에 에펠탑 홀로 서있는 모습이


티비며 잡지며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하도 보고 듣고 했던 유명한 스카이라인이라 막상 보니 시큰둥 하...ㄹ 줄 알았으나


실제로 내려다 본 파리는 꽤나 나를 끌어당겼다.


아마도 파리는 사진빨이 잘 안받는 도시인가 보다.



하늘에 구름마저 마음에 들어 신나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아무래도 애매한 시간이라 애매한 사진만 나온다.


이런 분위기까지 잘 살리는 사진을 찍고싶다..



황금색 건물은 오페라 가르니에.


루이 14세 때부터 계획했던 파리의 국립 오페라 극장이다.



몰려다니는 관광객과 시민과 도로가 얽힌 풍경 위로 떨어지는


도시의 그림자가 부드러웠다.


어린 시절 <비포 선라이즈>의 여주인공 줄리 델피의 프랑스 억양에


반해버린 탓에 아직도 프랑스 언니들이 내 눈에는 가장 예쁘다.


그 아름다움이란게 꽤나 신고전주의적인 곡선미가 있어서


여러모로 내 취향....인데 이건 너무 많이갔나.


이래서 인터넷으로 연애를 배우면 안 된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뒷모습만 찍어본다.


서울에 살 땐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지평선이 나를 둘러 펼쳐져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산이 없어!



점점 자라나는 수염. 두 달 가까이 면도를 안하니 이젠 부드럽다.


예쁜 외관과는 다르게, 파리의 물가는 말 그대로 내 목숨을 위협한다.


한창 저렴했던 동유럽이랑 비교하면 마트물가만 두 배 넘게 오른듯 하다.


외식물가는 말할것도 없고.


그래서 조용히 스파게티 면과 마늘, 올리브 기름을 사다가 알리오올리오를 잔뜩 만들어먹고


좁은 옥탑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23일 화요일. 아침일찍 일어나 오르쉐 미술관을 방문했다.


사람이 몰리기 전에 실컷 감상하려고 일찌감치 나왔는데,


줄도 길지 않고 안에 관람객도 생각보다 적어 보여 마음이 놓였다.



상설 전시 말고도 특별전시회가 진행중인듯 하다. 칸딘스키!



오디오 가이드도 하나씩 빌렸다.


어제 저녁에 구입한 뮤지엄 패스만 둘이 합쳐 96유로나 하는데다가


오디오 가이드가 하나당 5유로씩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리에서는 최대한 싸게 먹고 미술관에 몰빵하기로 암묵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진 상태.



드디어 입장.


영업을 중단한 기차역을 용도변경 해 개관한 오르쉐 미술관은,


원칙적으로 1848년 부터 1914년 사이의 작품만을 전시하도록 되어있다.


그 이전의 작품은 루브르에, 이후의 작품은 퐁피두 센터에 보관중이다.



기차역으로 쓰였던 건물.


1900년에 파리 엑스포를 기념해 지었던 건물이라 묘한 느낌이 든다.


오르쉐 미술관의 규모는 루브르에 비해 작은 편이라


맘에 드는 작품 앞에 서있는 시간까지 포함 서너시간 정도 투자하면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다.



내가 회화 작품중에 거의 제일 좋아하는 앵그르의 <샘>.


완성되기까지 36년이 걸렸다는 이 그림은 미술사 책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차가운 색채와 피부톤 덕에 여인의 모습은 마치 대리석으로 만든


그리스 조각처럼 보인다.


손에 들고있는 물병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도 흐르는 듯 멈춰있는 듯.


전시장 앞부분에 걸려있는 이 그림 덕분에,


나는 더 나가지 못하고 한참을 서있어야 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단체 관람을 온 팀이 많았다


부럽다 부러워..




들라크루아의 비슷한 작품과 헷갈리는 윌리엄 부게로의 <지옥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아카데미즘의 대표적 화가라고 하는데 난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림들 매우 좋아...



이 매우 아름답고 거대하고 유명한 그림이 바로 윌리엄 부게로의 작품이다.


제목은 <비너스의 탄생>. 같은 모티프를 가진 보티첼리의 작품 역시 유명하다.


난 이 그림을 이날 처음 봤는데,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이 아름다웠다.


당시에 아카데미즘이나 신고전주의는 욕을 많이 먹었다던데,


오히려 낭만주의를 안좋아하는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유명하고 의미있는 그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위 그림은 그냥 지나칠 뻔 했으나 똑똑한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알게된 작품.


절충주의라는 애매한 이미지의 이름을 가진 화풍의 걸작이라고 한다.


작가는 토마스 쿠튀르. 가이드가 그림을 세세히 설명해 주어 재미있게 봤다.



일층의 한켠에는 작품을 복원하는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공간이 있다.


투명한 유리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묵묵히 미술품 복원에 집중하는 뒷태가 섹시했다.




특별전시중인 모네와 칸딘스키.



캐나다의 아름다움을 주로 그렸다는 로렌 스튜어트 해리스의 작품도


처음 만나봤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보고 오랜만에 만나는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샤갈도 한 점 있었다.



역시 오랜만에 보는 로댕의 지옥의 문.


원래 실제 문으로 쓰려고 했으나 끝내 의도대로 사용되지 못했다고.



믿고 보는 르누아르도 있고



역시 처음만난 화가 에드먼드 아만-장. 옆모습 그림이 매력적이다.



잘린 머리를 소중히 안고 있는 걸 보니 오르페우스...? 기억이 안난다.



에르네스트 바리아스 라는 작가의 작품.


말도 안되게 매력적이다. 역시 조각이 짱이야..



2층 지옥의 문 앞에서 본 오르세 미술관의 풍경.


관람객이 꽤 늘었지만 아직 괜찮은 수준이다.



활을 든 헤라클레스. 유명한 작품이라길래. 그래도 난 위의 작품이 더 좋다.



2층에는 고흐만 모아놓은 방이 있다.



어이쿠 교과서에서만 뵙던 분을 여기서..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 겸 카페.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


메뉴는 그리 비싸지 않은 축이라 여유가 있다면 앉아봐도 좋을 듯.



카페를 지나면 인상주의 소장품만을 모아놓은 커다란 방이 나온다.






르누아르가 그린 모에화 한모네의 초상화도 있다.



이건 또 유명한 마네의 올랭피아.


우산으로 하도 찔러대서 높이 달 수밖에 없었다는 전설의 작품.


지금 우리가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당시엔 말세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방의 끝엔 사진 찍기 좋아보이는 시계의 그림자가 있다.


실제로 여기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했다(...)


그래서 그냥 이것만 찍고 돌아나옴.



꼭대기 층 테라스로 나오면 건너편에 있는 루브르 궁이 보인다.


오늘은 닫는 날이라니, 내일 정복하기로 한다.



벤치도 길게 준비되어 있어서 장시간 관람에 지친 다리를 쉴 수 있게 되어있다.


가이드를 각각 들고 각자 좋아하는 방식으로 작품들을 보다가 여기서 높을 만났다.


아아, 이런 미술관이 지하철로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니..


파리에 예술이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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