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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을 나왔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늘 하던대로 까르푸에서 빵와 주스를 사서


길거리 계단에 앉아 끼니를 때웠다.


유럽엔 우리처럼 끼니 때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물가 탓이기도 하고,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밥먹는 길 근처에선 아저씨 한분이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가 최악이다. 얼른 먹고 자리를 뜬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이다.


오늘은 파리 1일 교통권을 비싼 아이로 끊어두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커버가 된다.


RER을 타고 30분 정도 걸렸을까, 저 멀리 루이 14세의 동상이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 집권했던 왕이자 평가에 따라 대혁명의 씨앗을 심었던 왕이기도 한


절대군주 '태양왕' 루이 14세.


내가 여기서 짧게 평가하기엔 그 인생이 너무 길고 다사다난 하니


그냥 베르사유 궁전의 건축을 시작한 왕으로만 끝내야겠다.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 14세가 그의 아빠 루이 13세의 사냥용 베이스캠프?


에 건축하기 시작한 건물이다. 결과적으로 천도의 형식을 띠게 되었는데,


프랑스 대혁명으로 왕가가 파리로 끌려오기 전까지 왕궁으로 쓰였다.


그 아름다움이나 화려함은 유럽에 따라올 곳이 없어, 이 궁전을 모방한 건물이


유럽 전역에 다수 존재한다고도 한다.



들어가는 줄. 이 공간을 지나면 짐 검사를 받고 본격적인 입장이 가능하다.



궁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정원.


입장료와 입구는 별개다.



짐 검사를 마치고 나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


황금색으로 치장된 겉모습부터 화려하기 그지없다.



베르사유 궁전은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빌려준다.


무슨 배우가 녹음했다는데 듣기 편하고 좋았다.


공간을 지나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방식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베르사유 궁의 모형. 중앙의 유 자 형 건물이 처음에 지어졌고,


대를 거듭하며 증축에 증축을 더해 지금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


이미지 반전이 그 유명한 문희준 저리가라인 비운의 왕비.




창 밖으로는 정원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더워보인다.


실제로 이 날은 굉장히 기온이 높고 하늘이 쾌청했다.


쏟아지는 햇살에 몸 둘 바를 몰라하던 트라우마가 도진다..



과연 명성대로 화려하다.




그런데 이 궁전, 사람이 많아도 너무 지나치게 많다.


비유하자면 금요일 밤의 건대입구역 2번출구.


가끔 실수로 금요일 저녁에 그 곳에서 약속을 잡으면


나가있는 내내 약속잡은 나를 저주하곤 했었다.


음악과 대화가 뒤섞여 시끄럽고 어지럽고 절대 좋아할 수 없는 그런.


베르사유 궁전이 그 곳과 차이가 있다면,


음악소리 대신 땀냄새가 있다는 것이다.


실내에, 내 맘대로 걷지도 못해 쓸려다녀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구경을 하고 있으니...


비위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닌데도 속이 안좋을 정도의 냄새가 난다.


과장 없이 전세계 땀냄새를 섞어서 맡는 경험을 돈내고 한 기분.


그러다 보니 가이드고 나발이고 귀에 들릴리가 없다.


빨리 나가고 싶어서 출구만 찾게되지.



가끔 보이는 정원의 풍경만 나를 위로해준다.



여기가 거울의 방이었나?


수없이 몰려드는 사람에 질려버린 나는 구경은 커녕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았다.


그냥 빨리 출구 출구로.



정원이 있는 곳까지 왔을 때는 이미 체력도 기분도 남아있지 않았다.


궁전보다 더 아름답다는 명성이 자자한 정원은 그래서 패스.


굳이 다시 한 번 말한다.


비수기 평일 낮의 인파가 이정도면 여름 성수기엔 한증막 예약이다.


구경하는 내내 진심으로 사람이 내뿜는 습기와 열 덕에 건물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서 그 충격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다시는 저 곳을 가지 않으리라.


돈을 주고 가라고 해도 안간다.


아,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참고 영상을 하나 올려본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관람 내내 딱 이 상황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멘탈이 탈탈 털린 나는 그대로 집으로 가서 자버리고 싶었다.


그런 나를 높이 어르고 달래 도착한 비르하케임(Bir-Hakeim)다리 근처.


화창한 하늘에 걸릴것 없이 서있는 에펠탑을 보니 기분이 좀 낫다.



다리 중간에 있는 전망대(?)에선 센 강과 에펠탑이 잘 보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엔 관광객이나 시민도 많이 없다.


단지 촬영팀 하나가 모델 사진을 찍고 있었을 뿐.



이쯤 되면 기분이 나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뻥 뚫린다.


조금 전에만 해도 너무 화창하고 더워서 원망스럽던 하늘이


지금은 이토록 고마운 걸 보면, 내 마음도 작다.



더워서 하루종일 안꺼내던 세모와 지지도 한 장 찍어준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대강 찍어도 작품이다 작품.



완전히 기분 업된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놀기 시작한다.


레옹 선글라스를 쓴 높이 나보다 조금 더 신났다.



이정도 더.



그래놓고 내 사진은 이렇게 찍어준다.


나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비슷한 날들이 있었지만 이 날 만큼은 카메라를 들고나오길 잘했다 싶었다.



찍다보니 센 강이 잘렸는데, 내가 보는 시야에선 숲 사이로 에펠탑이 솟아있는 듯


해서 주변 풍경이 다 그 아래 있는 것도 같다.



인셉션에도 나왔다는 다리에서 방금 지나간 모델 팀을 따라


우리도 한 장 찍어본다.


알고보니 자전거도로라 이것만 찍고 후다닥 나옴. 도로 한가운데에서 너무 미안했다.



이 기세를 몰아 개선문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걷는 길에 구도가 좋아 찍어본 에펠탑.


찍어도 찍어도 마음에 든다.


센 강은 가까이에서 보면 그리 깨끗한 강은 아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냄새도 안나고 고고해 보인다.



트로카데로 광장.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봐도 파란 하늘에 에펠탑은 질리지 않는다.




마음같아선 찍어둔 에펠탑 사진을 전부 올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만


우선 여기까지.


에펠탑의 야경은 내일 보기로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해가 슬슬 기울기 시작해 그림자가 지는 개선문.


19세기 나폴레옹에 의해 지어지기 시작한 이 개선문은


건축을 지시한 본인이 죽고 나서야 완공이 된다.


파리 시민들의 애칭은 에투알 개선문. 지도상으로 이 개선문을 중심으로


샹젤리제를 비롯한 도로가 별처럼 뻗어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렇게 뱅글뱅글 도는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그 위엔 전망대가 있다.


우리가 구입한 박물관 패스에 개선문 전망대가 포함이라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을 아래에서 본 모습. 예상보다 높다.


이 개선문을 본따 더 크게 만든 것이 평양에 있다고 하던데..


거기엔 엘리베이터가 있나?



아직 더워지기 전이라 계단을 오르는 것이 그리 고된 일은 아니었다.


전망대에 오르면 당장 이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파노라마라 잘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개선문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도로와 홀로 서있는 에펠탑의 모습이 장관이다.



이쪽이 샹젤리제 거리라고 해서 찍어보았는데 어차피 다 똑같이 생긴 도로라


별 의미는 없는 듯 하다. 서울의 명동이나 가로수길처럼 이미 프랜차이즈에


점령 당했다는 그 거리를 우리는 갈 일이 없으니.



베르사유에서 빼앗긴 체력을 에펠탑이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회복해주는 느낌.


비행기가 오죽 많이 다니는지 하늘에는 지난 자국이 지워질 틈이 없다.


구름까지도 컴퓨터 그래픽 같이 예뻐서 절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살고 싶다, 미세먼지 없이.



이렇게 해서, 오르쉐에서 즐기고 베르사유에서 뺨맞고 에펠탑으로 힐링한


파리의 첫째 날이 끝난다. 집에 돌아와서는 준비해 온 루브르에 대한 다큐를 보고


일찍 잠들었다. 기대된다 루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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