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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8일, 화요일.


유럽과는 달리, 터키에선 버스표를 예매할 필요가 없다.


워낙 버스회사가 많고 노선도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는 3주 정도 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만원버스에 탄 적이 없다.


비록 사프란볼루에서 괴뢰메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앙카라에서 갈아타야 하긴


했지만, 이만하면 자유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아, 하지만 같은 노선도 버스회사에 따라 요금이 5에서 10리라정도 차이가 나니


시간이 있다면 여러군데 물어보고 정할 것.


아침 10시쯤 출발한 우리는 앙카라를 거쳐 저녁무렵 괴레메에 도착했다. 


괴레메도 차르쉬 못지않게 작은 마을이라 헤맬 것도 없이 호텔로 직행했다.



우리 호텔 식당에서 보는 풍경.


터키의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호텔들은 이상하게 식당을 조식용도로만 사용한다.


점심이나 저녁을 주문해 먹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봄.


아니 누가봐도 식당을 아침에만 쓰면 공간낭비 아니냐...


어쨌건 완공한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호텔 방에서 짐풀고 낮잠.


아무리 터키 버스가 우등좌석에 넓고 편해도 침대만은 못하다.



일어나니 밤. 호텔로 직행하느라 지나친 마을 구경을 해보기로 한다.



한산해 보이지만 열려있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나름대로 술집도 있어보이고, 의외로 장기투숙자들도 있어보인다.



깨끗한 하늘.


사프란볼루에 비해 조금 덥지만 습도가 낮아 쾌적하다.


야경을 빛내는 조명에도 불구하고 별들이 꽤 보인다.



우리는 타지 못할 열기구 모양 기념품.


열기구와 스카이다이빙 중 스카이다이빙을 선택했고,


프라하를 놓쳤으므로 다음 기회는 남미에서 올 것이다.



조명과 자석 기념품.


러시아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며 내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본 게 저 자석들이었는데.


짐을 늘린다는 부담감에 하나도 사지 못했다.


기념품은 단기 여행을 올 때 쓸어가는 걸로.



나름대로 술집과 라이브 연주가 있다.


첫 날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몇 군데 골라놓고,


케밥과 라면을 사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빨리 자고싶기도 했고.


다음 날,


2017년 8월 9일, 수요일.


이번에 숙박한 호텔은 지난 번 숙소보다 아침밥이 잘 나온다.



무려 부페식이라는 게 장점.


소시지에 각종 치즈와 감자튀김이 있고,


무엇보다 왼쪽 아래에 보이는 무사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침이 상당해서 배터지게 먹는 바람에 점심은 간식만 먹어도 괜찮을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뒹굴거리다 더 더워지기 전에 준비해서 출발.


렌트 가게를 대여섯 군데 돌아다닌 끝에 24시간에 70리라에 스쿠터를 빌렸다.


이 렌트 가게는 여러군데 돌아다녀 보는 것이 좋은데, 부르는 가격이 바가지가 엄청


심하다. 같은 스쿠터인데 200리라를 부르는 곳도 있었다.


마지막에 들른 곳은 아예 정가로 표까지 만들어져 있길래 그냥 빌리기로 했는데,


혹시 모른다. 더 싼 집이 있을지도.


이 기분이 바로 내가 흥정을 싫어하는 이유긴 한데 어쨌든.


70리라에 기름값은 미포함이고, 하루종일 열심히 타고다녀도 10리라면 충분하다.


괴레메에는 전통적인 투어가 두 가지 있는데, 이 투어를 신청하면 편하게 버스에 앉아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오랜만에 스쿠터도 타고, 마음대로 다니면서 돈도 아낄 겸 렌트를 선택해서


투어 가격은 모르지만, 아마 호텔에 문의하면 친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자기 호텔에서 투어를 안하면 싫은 티를 낸다는 블로그 글을 많이 읽었으나...


내가 스쿠터가 필요하다고 하자 가게 위치를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는 걸로 봤을 때,


모든 것이 그렇듯 케바케다.



신나게 스쿠터를 끌고 처음 도착한 곳은 괴레메 근처의 전망대 괴레메 파노라마.


아, 또 참고삼아 우리의 루트는


괴레메 파노라마 - 오픈에어 박물관 - 차우신 - 파샤바 - 우치사르 - 데브렌트


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볼까 했으나 이정도면 하루 일정으로 충분하다.


원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근교 다른 마을도 다녀올까 했으나..



괴레메 파노라마는 입장료가 있거나 한 공원은 아니고,


그냥 카페와 기념품가게 몇 곳이 모여있는 높은 언덕이다.


위 사진은 그 유명한 악마의 눈 나무. 저 파란 눈동자가 악마의 눈으로, 일종의 부적이다.



파노라마라는 지명답게 괴레메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과 오픈에어 박물관은 마을에서도 가깝기 때문에,


조금만 독하게 마음먹으면 걸어서도 보러올 수 있음.



태어나서 처음 본 괴레메의 풍경은 말이 필요 없게 아름답다. 압도된다.


스타워즈를 촬영한 으흘라라 계곡은 물론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곳이지만,


눈 앞의 풍경이 내가 사는 지구라는 것이 재밌다.


한 번은 두 눈으로 보고 죽어야 할 곳. 이게 괴레메에 대한 내 한줄평이다.




잘 보면 암석들 사이로 트레킹을 위한 길이 나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장기투숙자 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주변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인지도.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들떠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과 햇살에 하루종일 스쿠터를 타기 위해


둘다 긴팔, 긴바지를 입었다.


다행히 습하지는 않아 하루종일 쾌적하게 다녔음.



평소같으면 이 곳의 가게들도 문을 다 열고 음료를 팔고 있을텐데


성수기인데도 맥빠지는 조용함은 살짝 안돼 보이긴 했다.



다음 목적지는 괴레메 마을을 가로질러 오픈 에어 박물관이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서 올려봐도 직접 스쿠터를 몰고 이 풍경을 가로지르는


순간 만큼 아름답지는 않은 듯.


꼭 렌트해서 다니세요!




오픈 에어 박물관의 입장료는 1인당 30리라이다.


올해 초 혹은 작년의 정보 검색결과들에 비해 가격이 10리라정도 올랐다.


가격상승은 이 곳 뿐만 아니라 이후로 방문하게될 거의 모든 곳에 해당되는데,


머리쓰는게 너무 티가 나서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환율이 떨어져 줄어든 외화수입을 입장료를 올려 메꾼다...니.


그래서 안올거야? 하고 묻는 것 같아서. 물론 그래도 간다.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에는 로마,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괴레메로 숨어들어 굴을 파고 생활했다는 신자들.


오픈에어 박물관은 그 중에서도 수도원과 교회가 밀집된 지역을 박물관화


한 것이다. 





엄청나게 밀집해 있는 동굴들.


괴레메라는 지명 자체가 '보이지 않는' 이라는 뜻이란다.


이런 땅까지 숨어들어와 두 제국의 핍박을 피하며 발전시킨 신앙은 어떤것일까.



집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란다.


제일 안쪽이 주방 및 벽난로 공간이 있었을 테고


환기시설이 있었을 턱이 없으니 천장엔 그을음이 그대로 묻어있다.



대충 봐도 최소한의 공간만 갖추고 살았다.



독특하게 생긴 바위. 곧 떨어져나갈 것처럼 생겼다.



박물관은 매우 넓어서 천천히 구경하며 걸으면 한 시간 반은 훌쩍 지난다.


물을 들고 들어갈 수 있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마을에서 물을 충분히 구입해서 들고 다니기를 권장한다.


스쿠터만 타고다녀도 날씨 덕분에 매우 물이 먹히고, 박물관 옆에선 비싸게 파니까.




박물관 안쪽에는 총 16개의 동굴 교회가 있단다.


그리스 정교회 스러운 십자가.



교회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찍지 않았다.


찍는다 하더라도 뭐 그렇게 대단한 것도 없지만.


그리고 박물관 내부에 돈을 추가로 내고 들어가야 하는 교회가 있는데,


우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오픈에어 박물관에 대한 총 평은, 돈을 아끼는 여행자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동굴 주택의 내부는 여기가 아니라도 볼 수 있는 곳이 많으며,


돌아다녀 본 결과 암석들도 이곳보다 멋있는 곳이 많다.


오히려 대체 왜 여기에 입장료가 붙은거지...? 하는 의문만 계속 남게 됨.


마을과 가까워서 먼저 방문하기는 했으나, 일정의 마지막에 넣고 방문했다면


실망감이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내 추측에는, 마을과 가까워 걸어올 수도 있는데다가 초대교회 동굴 수도원의


흔적이 남아있어 성지순례 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쯤 오고싶어 할테니


기가막히게 입구를 막고 돈을 걷는 것 같다.


사실 30리라면 그렇게 비싼 돈도 아니지만,


모처럼 돈 아까운 박물관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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