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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6일, 일요일.


사프란볼루는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4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로는 여섯 시간 반 정도.


터키의 버스 여행은 듣던대로 쾌적했다.


넓은 자리와 에어컨, 잊을만하면 손에 쥐어주는 간식들 까지.


돈 없는 여행자 입장에서야 그런거 없고 티켓값이 저렴하면 더 좋겠으나


요즘같은 환율에선 큰 차이도 없을 듯 했다.


더 정확하게는, 사프란볼루라는 도시에서 우리의 목적지는 차르쉬 마을이다.


이 도시의 전통가옥들이 잘 보존되어있는 일종의 구시가지라고 보면 된다.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 까지는 1인당 50리라,


사프란볼루 시내에서 차르쉬 마을까지는 돌무쉬(일종의 마을버스)를 타고


1인당 1.75리라(?)를 지불했다.


계산방식에 의문이 들었으나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온 터라 따지고 들 만한 힘은


남지 않아 그냥 달라는 대로 주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일찍 도착해 체크인을 한 이후엔 바로 기절.


느즈막히 일어나 씻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사프란볼루는 사프란(향신료)+볼루(폴리스=도시)의 합성어다.


정확하진 않지만 오스만 시절을 전후로 사프란 생산과 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란다.


차르쉬 마을은 그 중에서도 전통가옥이 잘 보존된 올드타운에 해당된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들이 그 것.



어디라고 일러주지 않으면 내 기준에선 불가리아와 구분이 힘들다.


이 곳이 동유럽 느낌이 나는 건지, 불가리아가 오스만 느낌이 나는 건지.



향신료 냄새가 짙게 밴 이름과는 별개로, 현재 이 곳의 특산품(?)은


공예품과 로쿰이다. 더 이상 사프란은 생산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어째서인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듯 했다.


중국인이야 그렇다치고 일본 관광객이라니.


벨리코 투르노보와 풍경도 관광객도 비슷하다니, 재밌다.



차르쉬 마을은 딱히 지도도 필요 없다.


골목이 아주 약간 복잡하기는 하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고,


잃었다 한들 차분히 걷다보면 전에 봤던 거리로 돌아오게 된다.



빵냄새가 진동한다. 가격이 기억은 안나는데 공짜처럼 느껴질 만큼 저렴했음.



당시 로쿰에 홀려있던 우리는 일단 가게에 들른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것들이 각종 로쿰들.


전에도 말했지만 젤리같은 식감에 풍부한 향이 추가되어 있다.



다른 간식들도 그다지 비싸지 않게 판매하는 것 같고.



우리는 뭐가 맛있는지 몰라 전부 다 조금씩 구입했다.


이 한 박스에 5리라. 1600원정도 되나? 찾아보니 우리가 여행할 때에 비해


리라 가격이 조금 올랐다. 지금은 대략 1700원 정도.


우리에게 익숙한 우유맛이나 아몬드 등 견과류 맛부터 장미맛까지 다양하게


들어있다. 만족.



다만 바다에서 그리 가깝지 않은 곳인데도 하루종일 습한 날씨가 힘들었다.


낮에는 기온이 있으니 이렇게 화창하다가 저녁쯤 되면 구름이 끼고 빗방울이


한 두 개 떨어지는 정도.




아기자기한 카페가 가옥을 방해하지 않게 잘 꾸며져 있다.


개인적으로 터키식 커피는 부유물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 마시진 않았다.



숙소 근처에 있던 돌무쉬 정거장.


시간표나 뭐 그런건 없고 그냥 자주 다닌다.



차르쉬 마을에는 전망대가 두 곳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한 곳만 올라가 보기로 한다.


사진에서 느껴질지 모르겠는데 묘하게 유럽도 아니고 중동도 아닌 것이


이런 게 그냥 터키, 오스만 스타일이구나 싶은 감상이 든다.



오르막이 의외로 가파르기 때문인지, 갈수록 인적이 눈에 띄게 드물어져 간다.



목적지 도착.


입구 뒤로 보이는 건물은 예전엔 정부청사였단다.


지금은 개조돼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는데, 들어가진 않았다.


이 곳은 구글 지도에 'Tarihi Saat Kulesi'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박물관 옆 작은 공원에는 전국의 시계탑이 미니어처 형태로 놓여 있다.



딱히 감상이랄 건 없다.


이 시계탑을 보러 올 사람은 아마 없겠지.



그보다도 이 풍경이다.


덥고 습해 무거운 공기를 짊어지고 올라올 만한 풍경.


높은 곳에 올랐다고 바람이 벌써 기분좋다.



차르쉬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반대편을 보면 또 높은 언덕이 보이는데, 이런 언덕 사이에 마을이 있어


덥고 습한지도 모른다.





바람도 느끼고 사진도 찍고, 관광 온 가족들 사진도 찍어주며 잠시 땀을 식혔다.



내려오는 길에 찍은 모스크.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땐 차르쉬에 눈에 띄는 모스크는 두 개였다.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이 오고 안개비 같은 것이 흩뿌린다.


그 직후에는 무지개.


우리 숙소에서 보는 풍경만 해도 이정도라 며칠 더 머물렀어도 좋았겠다 싶지만..


결정적으로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어 고통을 좀 받았다.



큰 맘 먹고 구입한 맥주.


1인 1캔만 하고 뒹굴거리고 사진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아늑하고 청결했다.


저녁이 되니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도 했고.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


내일은 맞은편에 보이는 언덕에 올라갈 생각이다.



그리고 야경.


이 야경은 또 쉐프샤우엔을 닮았다.


새로운 풍경을 보며 예전 여행지를 떠올리고 있자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호텔 조식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 창가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추가)혹시나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봐.. 우리가 머문 숙소 이름은 


'에페 게스트하우스'이다. 한국인도 많이 가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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