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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타 다리에 다시 도착하자 마자 안좋은 소식이 하나 생겼다.
고등어 케밥 수레가 있던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는 것.
바로 옆의 수산물 시장까지 닫은 걸로 봤을 때, 비슷한 시간에 철수하는 것 같다.
뭔가 신선한 고등어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도 못먹게 된 것이 아쉽다.
오늘은 큰 맘 먹고 1인 1케밥을 하려고 했건만.
아쉬운 마음에 반대편도 가보지만 역시 없다.
사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다리 아래의 가게들이나, 다리 반대편에 가면
고등어 케밥이나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있기는 있다.
그래도 원하는 것을 원하는 곳에서 얻어내지 못한 우리는
애꿎은 고등어 냄새를 찾으며 한동안 코를 벌름거렸다.
응 없어.
그래도 저녁무렵 풍경은 아름답다.
언덕 위의 건물들과 높이 솟은 미나렛들 덕분에 이스탄불의 스카이라인은 독특하다.
고등어 케밥은 포기하기로 하고, 노을지는 이스탄불을 다리 위에서 구경하기로.
버스처럼 만 양쪽을 오가는 배들과 멀리 보이는 쉴레이만 모스크,
그리고 낚시대. 저녁무렵 낚시꾼들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 모든 풍경들을 뒤로하고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지나치게 만끽한 탓인지 유난이 해넘이가 길고 아름답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낮의 열기는 쇠로 된 다리 위에선
더욱 빠르게 식는다.
안녕.
석양만 남은 하늘 밑 선착장엔 인파가 가득하다.
사진 가운데 터키 국기를 잔뜩 매달고 있는 배들은 전부 고등어 케밥 가게.
배 안에선 수 많은 고등어가 구워지고 있다.
오가는 여객선이 만드는 파도가 배를 크게 흔드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등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낸다. 보는 내가 멀미가 날 정도.
사먹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쪽에서는 흔히 생각하는 랩 형태의 케밥이 아닌 샌드위치 형태의 케밥만
파는듯 했다. 가격은 하나에 15리라. 건너편 케밥의 150% 가격이다.
분홍색 안개가 낀 것 같은 하늘 아래의 예니 모스크.
그 아래엔 관광객보단 터키 시민들이 더 많은듯 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녁을 즐긴다.
우리는 아홉시에 출발하는 유람선에 올랐다.
가격은 1인당 12리라. 출발 시간이 아직 좀 남은 터라
배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조금씩 하늘이 어두워지고, 사진엔 노이즈가 낀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취향, 옥수수.
그리스도, 불가리아도, 터키도 어디에나 구운 옥수수 가게가 있다.
한번 쪄낸 후 구운 옥수수.
감자 고구마 옥수수 전부 찌거나 삶은 건 어지간해선 먹지 않는 나는
여행이 끝나도록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태국에서 보트투어 후 수영에 지친 몸을 이끌고 먹었던 옥수수가 기억났다.
이 정도 밤이 되고 나서야 배는 출항했다.
더 늦은 배가 있으면 타려고 했으나 직원들이 이 배가 오늘 마지막이라고 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출항하면 야경이 아닌 애매한 풍경만 보게될까 걱정했는데.
유람선은 갈라타 다리부터 보스포러스 대교 사이를 오간다.
화려하게 불이 밝혀진 쉴레마니에 모스크가 갈라타 다리 뒤편에 보인다.
한강에서도 유람선을 타본 경험이 없다는 높선생님은 다리를 밖으로 뺀 자세로
걸터앉아 기분을 내고 있다.
텅 비다시피 한 다른 유람선. 식당까지 포함되어있는 것 같은데.
ㅈ...저것은 유체역학에서 나오는 방정식!
시간이 모자라 방문하지 못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의 야경.
역시 이스탄불은 5일로는 어림도 없다.
보스포러스 대교 근처로 올라오니 또 풍경이 다르다.
바닷가에 위치한 호텔? 레스토랑? 에서는 클럽음악을 틀어놓고 파티중.
머리가 너무 방해가 돼서 묶어버렸는데 지금보니 중국 어린애머리 같다.
묶인 모양이 만두같은 것이.....
바닷바람과 풍등, 모스크 건너엔 보스포러스 대교.
뷔윅 메지디예 모스크. 아까 지나간 돌마바흐체 궁전과 건축가가 같단다.
그건 모르겠고 이런 풍경을 즐기며 맥주 한 잔 할 수 없는 현실은 역시 가혹하다.
모로코 만큼 술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다.
당연히 배에는 안팔고...
그리고 구한다손 치더라도 그놈의 주세 때문에.
한국 편의점에서 사먹는 정도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야경을 보며 침만 삼켜야 하다니.
보스포러스 대교를 살짝 지나쳐 방향을 튼 유람선은
이번엔 도시의 반대방향을 구경시켜 준다.
이쯤 와서는 별 대화 없이 배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1인당 12리라면 대충 4000원쯤 되는 가격인데.
거의 한시간 반을 구경시켜 준다니 공짜나 다름없다.
평소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사람도 많이 없고.
기분 좋게 마지막 밤을 보냈다.
배에서 내려서 집으로 가는 길.
낮 시간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밤풍경을 보러 나올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된 김에 걸어서 돌아가기로 한다.
이스탄불 여행자라면 최소한 하루에 두 번은 마주치는 건물.
디저트로 유명한 체인점인지 밤에도 줄이 있다.
나는 안먹어봄.
밤엔 개들도 시원한 곳에 모여서 잠을 잔다.
구도가 웃김.
우리도 집에 돌아가 대충 챙겨먹고 죽은 듯이 잤다.
다음 날 사프란볼루 행 버스는 밤 11시.
아침에 일어나 체크아웃을 하고선 터미널 근처 백화점에 가서 하루 종일
커피마시고 백화점 구경하고 밥도 사먹으며 놀았다.
백화점 일정은 생략.
처음에 사진을 정리할 땐 이스탄불에 대해서만 글을 10개 넘게 적어야 할 정도로
넘쳤다. 그걸 추리고 추려서 한다고 했는데도 8개.
그래도 모자람을 느끼는 글 만큼이나 이스탄불은 다시 가고싶은 곳 1순위에 올라있다.
또 볼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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