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3일, 수요일. 대도시에서 받은 상처는 대도시에서 치유해야 한다. 이는 마치 헤드샷의 굴욕을 헤드샷으로 갚아주는 것과 같다. 내가 들고 다니던 짐 중에 옷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우리는 산티아고에서 그 뒷처리에 집중했다. 일단 가방을 사서 공간을 확보한 후, 카메라를 비롯한 전자제품들을 새로 구하기 위해 며칠을 쓴 것 같다. 중간에 볼리비아 비자를 받은 건 덤. 그와중에 황열 예방접종 카드마저 잃어버려 볼리비아 여행을 포기할 뻔 한것도 덤 안의 덤이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어느 좋은 날, 산티아고 시내를 구경하러 나가기로 했다. 가볍게 도착한 산티아고의 누에바요크 거리. 이름이 왜 하필 뉴욕 거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여의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뉴욕을 가도 여..
2017년 5월 28일 일요일. 마드리드에서 탕헤르로 가는 비행기는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시간 비행에 시차도 두 시간이니, 열두시에 출발해 열두시에 도착했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는 더욱 벌어져 9시간. 앞으로 2주간은 유로가 아닌 디르함을 써야한다. 비행기에 아기를 데리고 탄 아주머니가 계속 승무원과 싸우는 바람에 이륙이 지연된 것을 제외하고는 무탈하게 도착했다. 나름 까다로운 입국심사와 택시를 거쳐 도착한 모로코 탕헤르. 우선 예약해 둔 호텔로 찾아가 짐을 풀었다. 숙소 안뜰에서부터 느껴지는 중동의 느낌. 하늘이 흐려 아쉽지만 오랜만에 밟아본 아프리카 대륙이 설렌다. 숙소 우리 방의 조명. 아프리카라고는 하지만 모로코, 이집트, 북수단정도 까지는 사실상 중동에 포함 시킨다고 한다. 아랍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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