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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8일 일요일.


마드리드에서 탕헤르로 가는 비행기는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시간 비행에 시차도 두 시간이니, 열두시에 출발해 열두시에 도착했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는 더욱 벌어져 9시간.


앞으로 2주간은 유로가 아닌 디르함을 써야한다.


비행기에 아기를 데리고 탄 아주머니가 계속 승무원과 싸우는 바람에


이륙이 지연된 것을 제외하고는 무탈하게 도착했다.


나름 까다로운 입국심사와 택시를 거쳐 도착한 모로코 탕헤르.



우선 예약해 둔 호텔로 찾아가 짐을 풀었다.



숙소 안뜰에서부터 느껴지는 중동의 느낌.



하늘이 흐려 아쉽지만 오랜만에 밟아본 아프리카 대륙이 설렌다.



숙소 우리 방의 조명.


아프리카라고는 하지만 모로코, 이집트, 북수단정도 까지는 사실상 중동에 포함 시킨다고 한다. 


아랍 문화권이라 그 아래의 아프리카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



이불부터 범상치 않다. 몇 번을 제외하고는 항상 에어비앤비만 이용했던


우리에겐 이런 방은 낯설다.



게스트하우스 내부에는 이런 의자들이 군데군데 놓여져 있다.



짐을 대강 정리하고 늘 하던대로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시내 구경 및 저녁식사에 나서기로 한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광장에 놓인 포대.



광장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 항구도시라 활기차다.


그런데, 저녁을 먹으려고 보니 유명하다는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았다!


이슬람 휴일은 금요일 아닌가...? 오늘은 일요일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순서대로 식당을 돌아다녔고


결국 문 연 곳이 보이는 대로 들어가 앉았다.



모로칸 식당에서 항상 무료로 제공해주는 절인 올리브와 비트,



그리고 (내 생각엔)쯔란, 그러니까 커민이 반죽에 들어간 빵이다.


실은 저런 빵 말고 뭔가 더 식사용으로 생긴 빵을 제공하는데, 그건 이 때는 몰랐다.


아무튼 음식을 주문하고 왜 여기 식당들이 다 닫혀있는지 이유를 물으니


아뿔사, 어제부터 라마단 기간에 돌입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편인 모로코에서 라마단은 굉장히 중요한 명절이다.


물론 여행자를 위한 식당은 문을 열어 우리까지 밥을 굶을일은 없지만,


문제는 술이다.


술.


모로코에선 평소에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라마단 기간에는 더 힘들어진다.


참고로, 평소엔 까르푸에 가면 술을 파는 매장이 별도의 출입구를 가진 채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모로코 까르푸가


라마단에는 그 가게마저 닫기로 결정했고, 덕분에 현지인도 아닌 우리같은 여행자들은


술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 졌다.


하지만 이 좋은 곳에서 술도 없이 여행을 하라니.


나는 방법을 찾아냈다.


라마단 기간에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없을 이 팁은,


글을 하나 따로 파도록 하겠다.



아무튼 라마단 기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처음으로는 너무나 유명한 모로코의 음식, 타진.


우린 가장 대중적이라는 간 고기를 뭉쳐 요리한 것으로 시켰다.


맛은 진한 고기국물에 토마토와 향신료를 넣고 졸인 후 달걀을 얹은 종류.


생긴것만 봐도 느낌이 오겠지만 완벽한 술안주이다.


오만이나 아랍에미레이트를 다니면서도 대체 왜 무슬림은 술도 안마시면서


음식은 죄다 술안주인가 궁금해 했었는데.



이어서 나온 소고기 쿠스쿠스. 워낙 유명한 음식이니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호불호가 갈린다는 소문대로 그다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몇 군데에서 더 시켜먹어 보았으나, 역시 식감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이 나온 소스인지 고기육수인지 하는 것.


그릇이 작아보이지만 빵에 곁들여 먹고 나니 배가 불러왔다.


이 척박한 라마단 기간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선 숙소로 돌아와서 내부 구경을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천장의 빨래와



저녁무렵 걷혀가는 구름.


모로코는 생각했던 것보다 포근한 나라였다.



낯선 땅에선 게스트하우스조차 신기해 죽겠다.



아침을 먹거나, 앉아서 민트티를 마시는 공간.


모로코에서는 손님들에게 웰컴드링크로 민트티를 많이 준다.


외국인에게만 그런건지 워낙 문화가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민트티라고 해봐야 뜨거운 물에 민트를 넣고 설탕을 들이부은 음료라


즐겨 마시진 않았다.



첫 날이니만큼 아쉬운 대로 라트비아에서 사온 블랙발삼을 콜라에 타서


체리와 먹었다. 사진에 찍힌 저 감자칩은 굉장히 맛이 없으니 혹시 드실분들은


참으시길. 기름 쩐내가 진동을 하는 감자칩이다.


탕헤르에선 하룻밤만 보내고 떠난다.


에어컨은 없지만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모로코에서,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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