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까지도 퍼붓던 소낙눈은 밤새 그친 모양이다. 커튼을 열어놓고 잔 탓에 새벽부터 강렬한 햇빛에 눈이 떠진걸 보니.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6시. 아무래도 봄이 오는 날씨 탓인지 일어나 창밖을 보니 지붕의 눈들은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하얗게 덮혀있던 마을이 제 색을 찾아내는 것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전 9시까지는 날이 반짝 좋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높을 깨워 세수, 양치만 하고 오전 7시에 집을 나섰다. 흔히들 러시아의 아침은 늦게 시작한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게으른건지, 아침이 늦게오기 때문인지, 관습인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내의 모습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인부들이 나와 거리의 눈을 치우고 가게들은 문을 열 준비를 하고있다. 물..
전날은 아쉬운대로 시내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서 영화를 하나 보고 잠들었다. 저녁을 먹을 때 쯤 부터 시작한 눈이 그 다음 날 하루종일 내릴거라곤 생각 못했지. 아침에 일어나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문 아파트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아, 오늘 밖에 나가기는 글렀구나. 누구도 말은 안했지만 그렇게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해서 그렇게 피곤한 상태는 아니었음에도 하루를 휴일로 잡고 뒹굴거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음식이었다. 당연히 시내를 나갈거라 생각해서 어제 저녁거리 정도만 사왔으니까. 시내구경 못하는 건 괜찮아도 굶는 건 참을 수 없어, 눈발이 약해진 틈을 타 호스트의 추천 맛집 베이커리를 향해 출발했다. 빵 사러 가는 길.. 여전히 눈은 내리고 쌓이고 발에 밟..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카잔은 기차로 15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이제는 그 정도 거리는 옆동네 가는 수준이다. 기차에 타자마자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고 누워서 자면 도착하니까. 카잔은 타타르스탄,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이다. 이 타타르스탄은 1500년대에 러시아 제국에 편입된 타타르 인들의 자치 공화국이다. 러시아 연방정부로부터 꽤 많은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하며, 무려 이슬람 문화권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이슬람 문화권이라기에는 애매한 것이, 종교를 믿는 인구 중 절반이 이슬람, 절반이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거나, 두 종교의 축일을 모두 챙긴다거나, 한 시야에 정교회 건물과 모스크가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는 등 여러모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우리가 카잔에서 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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