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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테린부르크에서 카잔은 기차로 15시간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이제는 그 정도 거리는 옆동네 가는 수준이다.


기차에 타자마자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고 누워서 자면 도착하니까.


카잔은 타타르스탄,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이다.


이 타타르스탄은 1500년대에 러시아 제국에 편입된 타타르 인들의 자치 공화국이다.


러시아 연방정부로부터 꽤 많은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하며,


무려 이슬람 문화권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이슬람 문화권이라기에는 애매한 것이, 종교를 믿는 인구 중


절반이 이슬람, 절반이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거나,


두 종교의 축일을 모두 챙긴다거나,


한 시야에 정교회 건물과 모스크가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는 등


여러모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우리가 카잔에서 머문 숙소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호스트는 나이 많은 아주머니였는데, 우리를 위해 이곳의 특산 간식인 '착착'


을 선물로 준비해 주셨다.


지난 번 이르쿠츠크에서 받은 스파클링 와인에 이어 이렇게 받기만 하니 어색하다.


착착은 밀가루를 튀겨 꿀에 버무린 타타르스탄의 간식이다.


밀가루를 숙성시킨 것인지 꿀 냄새가 아닌 독특한 향이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로 이동하는 중.


나름대로 공화국의 수도 이기에 버스도 한국산 중고 차량이 아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동일. 돈 받고 표를 끊어주는 누님이 계시다.


그리고 이 곳부터 영어로 된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러시아 어, 타타르 어, 영어 이렇게 세 가지 언어로 정거장을 말해준다.



버스 티켓은 1인당 25루블. 대략 500원 정도 되며,


구간과 상관 없이 한 번 요금을 내면 가고싶은 곳까지 갈 수 있다.


승차감도 좋고, 안전운행 정속운행이라 기분도 좋다.


그렇게 도착한 카잔의 도심.


아쉽게도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얌전하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진눈깨비 같은 것이 가로로 휘날리고 있어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다가 먼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높이 알아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 이름은 'Medina'. 할랄 음식점이 모여있는 거리에 위치한다.



꽤 유명한 음식점인지 정보가 많이 나왔다.


진눈깨비에 홀딱 젖느라 대문 사진은 없으나 찾아가기 어려운 위치는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름 웨이팅 공간(?)과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샤하다 깃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랍어로 외우려고 노력해 봤던 터라 눈에 익었다.


이 공간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식당이 나온다.



식당 내부공간. 밖의 날씨를 잊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다.



벽에는 이런 장식들도 되어있고.



이 곳이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는 아마 이 메뉴판 때문일 것이다.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사진이 잘 나와있어서 러시아어를 하지 못해도,


키릴 문자를 읽지 못해도 메뉴를 시키는데 문제가 없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국수를 먹는데 실패한 높은 국수를,


만두와 육류를 좋아하는 나는 그런 것들을 시켰다.


날씨 때문인지 허기가 져서 메뉴를 네 가지 정도 시킨 것 같다.



처음에 나온 중앙아시아식 국수. 토마토 국물에 회향 잎으로 향을 냈다.



국수는 직접 손으로 만든 듯 굵기가 일정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걸 노리고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있거나...


맛은 국수와 향신료, 푹 익은 당근 감자 등 채소가 잘 어우러진 편안한 맛이었다.



계속해서 나온 튀긴만두. 찐만두도 메뉴에 있으나 역시 만두는 튀겨야 한다.


가운데 보이는 소스는 사워소스인지 아니면 크림치즈인지


혹은 그 것들을 적절히 섞은 것인지 만두와 잘 어울렸다.



한 입 먹고 난 만두의 안쪽.


아 너무 맛있어요.. 양배추? 를 비롯한 채소와 고기 육즙이 터진다.



그 다음으로 나온 덮밥.


위에 나온 국수 양념과 같은 맛의 소스가 덮혀 있었다.


국수에 미리 반해서 그런지 뭐 그냥 밥먹는 느낌으로 먹었다.



여기까지 나온 전체샷. 이 날은 날이 궂어서 사진이 음식 위주다.


전체적으로 기름진 음식이지만 그리 부담은 없는 맛이다.


실제로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외국인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고,


현지 가족들 위주로 와서 여유있게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간 요리와 (아마도)보이차. 차의 종류는 확실하지 않다.


간 역시 할랄 음식이니까 소의 간이려나..?


전에 오만 등 중동을 갔을 때도 느꼈지만 할랄 음식점의 가장 큰 단점은


술을 팔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아까의 만두나 이 간 요리 등은 누가봐도 술안주인데


안주만 집어먹고 있으려니 괴롭다...


아쉬운대로 차라도 시켜서 함께 먹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간을 엄청나게 많이 소비하는 것 같다.


대형마트에 가도 음식점을 가도 간으로 만든 요리 종류가 많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던 순대와 달리 비린내가 엄청나게 난다는 것...


이 요리를 끝으로 간으로 만든 음식은 그만 시켜먹기로 합의를 봤다.


아, 그리고 이 식당의 좋은 점은 직원들이 


(아마도)타타르 족의 전통 옷? 생활복을 입고 있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신경쓴 듯.



어찌됐건 이렇게 먹고 총 금액이 755루블이 나왔다. 한국 돈으로 대략 15,000원.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메뉴를 네 개나 시켜먹은 탓에 배가 아주 부른 상태로


길거리에 나올 수 있었다.


식사를 천천히 했는데도 아직 날은 궂다. 아까와 같은 눈보라는 아니지만


간간히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다 하고 바람이 강하다.


그래도 일단은 나온 김에 크렘린 궁으로 가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들렀던 성 베드로 바울 성당.


가장 큰 정교회 건물이라기에 들렀는데 보존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게다가 날씨도 궂은 탓에 한바퀴만 빠르게 돌아보고 크렘린으로.



저 멀리 쿨 샤리프 모스크가 보인다. 크렘린 궁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담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이쪽은 보존상태가 좋다.



크렘린 궁 입구의 종탑.


실제로 시간마다, 또 15분마다 종이 울린다.


영하의 날씨에, 칼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카잔에서 제일 보고싶었던 쿨 사리프 모스크.


같은 이슬람 사원이지만 이쪽은 첨탑 위의 초승달이 없으면


정교회 건물인지 모스크인지 헷갈리게 생겼다.


실제로 두 건축양식은 서로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닮아 있다고 한다.



이건 좀 더 가까이에서.


모스크 답게 화려한 문양으로 문 주위를 치장 해두었다.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규모가 상당하다.


인도에서 봤던 타지마할과 비교하면 물론 상대가 안되지만


대리석과 높은 첨탑, 지붕 등은 거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날이 추워서 안쪽으로.



내부에는 모스크 모형이 반짝거리며 회전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인지 모스크 내부에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관광객을 위한 테라스에서 본 예배당 내부.


스마트폰으로 코란을 읽으며 기도하고 계신 분이 있었다.



내부가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아 세로로 파노라마를 찍어보았다.


웅장한 외부에 비해 내부는 단촐한 수준이었다.


이 날은 여기까지만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날이 좋아질 것 같지가 않아서.


카잔 시내는 크고 건물도 거리도 예쁜데 사진에 많이 담지 못해 아쉬웠다.


대신 눈으로 보고 머리속에 실컷 넣었으니 뭐.


카잔의 첫날은 이렇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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