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일이 생겼다. 밤새도록 달려 우중충한 하늘을 떨쳐 낸 아침이었다. 요건 우리의 아침밥. 나중에 요약정리 하겠지만 저 칼과 왼쪽 위에 보이는 통이 그야말로 잇 아이템이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선 한나절 정도만 머무르고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에 도착한 후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가볍게 밖으로 나왔다. 이 도시의 첫인상은 밝은 편이었다. 하늘도 맑고 처음에 마주친 사람들도 웃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짐을 맡기고 티켓을 먼저 출력하려고 역에 들어갔을 때 생겼다. 능숙하게 티켓을 출력하고 돌아나오던 길에 경찰 두명이 우리를 붙잡은 것이다. 인사를 하며 다가와 국적을 묻고 신분증과 등록증을 본 그들은 등록증의 기한이 다됐다며 우리에게 겁을 주었다. 무려 구글 번역기까지 사용해가며 ..
노보시비르스크의 하늘은 떠나는 날까지 변덕스러웠다. 이른 아침에는 새파란 하늘로 늦잠을 방해하더니 이내 비가 내린다. 호스트의 배려로 오후 세시로 체크아웃 시간을 늦춰둔 나는 일어난 김에 몸을 움직여본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마시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지루해져 아침을 차려먹었다. 잠깐 시간을 두고 창 밖을 보니 이제는 눈발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날씨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짐을 챙기고 청소를 했다.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 내렸을 땐 작은 사건이 있었다. 군복을 입은 경찰이 우리에게 신분증과 외국인등록증 등을 요구하며 다가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여권과 입국증명서와 하바롭스크에서 받았던 등록증을 내밀었다. 그 서류들을 못마땅하게 받아 나를 위아래로 훑는 것은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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