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마침내 일이 생겼다.


밤새도록 달려 우중충한 하늘을 떨쳐 낸 아침이었다.



요건 우리의 아침밥. 나중에 요약정리 하겠지만 저 칼과 왼쪽 위에 보이는 통이


그야말로 잇 아이템이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선 한나절 정도만 머무르고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에 도착한 후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가볍게 밖으로 나왔다.



이 도시의 첫인상은 밝은 편이었다.


하늘도 맑고 처음에 마주친 사람들도 웃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짐을 맡기고 티켓을 먼저 출력하려고 역에 들어갔을 때 생겼다.


능숙하게 티켓을 출력하고 돌아나오던 길에 경찰 두명이 우리를 붙잡은 것이다.


인사를 하며 다가와 국적을 묻고 신분증과 등록증을 본 그들은


등록증의 기한이 다됐다며 우리에게 겁을 주었다.


무려 구글 번역기까지 사용해가며 꼼꼼하게 겁을 주던 그들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5000루블을 요구했고,


가진 돈이 2000루블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것만 받고 우리를 보내주었다.


정확하게는 등록증은 아직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바롭스크에서 받은 등록증이 당일까지 유효했고,


당장 우체국으로 달려가 새로운 등록증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구글 번역기로 번역을 해놓고


주변 사람이 볼까봐 러시아어는 가리며 보여주는 찌질한 경찰에게


우리돈 4만원 가량을 그냥 뜯겼다.


개인적으로는 돈 몇푼으로 미친개를 떨쳐낸 것이 다행스러웠으나


어제에 이어 높은 꽤 겁을 먹은듯 했다. 나도 그랬고.


그래도 꽤 잘사는 축에 속하는 국가의 경찰 수준이 이따위라니 실망스러웠으나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서 신호등마다 돈을 요구하던 놈들에 비하면


덜 약아빠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예카테린부르크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탈탈 털리면서 시작했다.



여권을 돌려받아 역을 빠져나온 우리는 우선 우체국으로 향했다.


외국인 거주등록은 출입국사무소에서도 할 수 있으나


직접 방문해본 결과 그냥 복불복이다.


다행히도 예카테린부르크의 우체국 직원이 이게 뭔지를 알아채서


우리에게 서류를 준비해 주었고,


번역기와 이전 등록증을 이용해 최대한 정보를 적어서 제출하니


등록증을 끊어주었다. 1인당 300루블정도 들었다.


혹시나 같은 상황을 겪을 사람을 위해, 우체국 위치는 이곳이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러시아 장기 여행 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호텔에서 묵는 것이 속 편할것 같다. 일단 등록을 무료로 도와주니까.


12시 즈음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해서 여기까지 마치고 나니 오후 3시.


오후 10시 기차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나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멀리까지 나가지 않기로 한다.



그래서 우선 길을 걷다 새로 오픈한 듯한 카페로 직행.


기계가 뽑아준 아메리카노와 크랜베리 파이로 추정되는 파이를 먹었다.



위치는 대략 이쯤이고,




가격은 커피 각 90루블에 케익 180루블.


가게 이름은 주의깊게 보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계가 뽑은 커피라지만 러시아에서 먹은 커피 중 상위권에 당당히 든다.


애매하게 사람이 뽑느니 기계가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파이도 러시아 답지 않게 안달다.


내부 인테리어도 좋은 커피가게에 온 느낌을 주고..


다행히 둘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주문하는 곳. 꼭 분위기가 서울 어느 카페 같다.


하지만 메뉴에는 디저트 부터 피자 파스타 등 식사류까지..!


게다가 옆 사람이 시켜먹는 것을 보았을 때 파스타 퀄리티까지 훌륭했다.



온갖 샌드위치와 디저트 류. 비싼 것이 한국돈 4,000원 정도 한다.


이정도면 러시아 에서도 중간쯤 가격에 속한다.



샐러드 바.


러시아는 어딜가나 이런식의 샐러드 바가 있고,


철저하게 g단위로 가격을 매겨 판매한다.


가만 보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도 많고 의외로 풀을 좋아하는 듯.



2층 내부. 역시 여기가 서울인가 러시아인가..


계속해서 근처에 있는 피의 사원과 이름모를 교회를 구경했다.


예카테린부르크 피의 사원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피의 사원과 함께


황제가 암살당한 자리에 세워진 사원이다.



도로 건너편에서 찍은 사진. 성당이 커서 한 컷에 담기가 힘들다.



정면. 하늘이 아쉽다.



옆의 작은 건물. 이번엔 갑자기 끼어든 구름이 아쉽다.



해가 걸린 십자가. 정교회의 십자가는 위 아래에 가로획이 하나씩 더 있다.


예수의 명패? 와 발판을 추가한 모양이다.


이 성당은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피가 뿌려진 곳에 세워진 건물이란다.


옆에는 이세티 강에서 흘러나온 지류를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이 공원 어디에서도 사원은 매우 잘 보인다.





뭐 이런 식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도 예뻐서 맘에 쏙 든다.


이번엔 내부는 들어가보지 않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산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강변 공원을 따라 걷기로 했다.



공원 가는길에 있던 극장. 압도적인 크기에 한 장 찍어봤다.


강변을 걸으며 기분이 조금 더 좋아졌다.



공기는 깨끗하고 사람들 표정에는 여유가 있고...



물론 강은 아직 녹지는 않았다.



이건 반대편 물이 녹은곳에서 본 풍경. 봄이 온다.


유난히 껴안고 있는 커플도 많이 보였다. 다 찍을 수는 없었지만..




같은 연인이다. 껴안고 있는 시간이 길어서 찍을 수 있었다.


뒤로 보이는 물은 지저분해 보이지만 강 폭이 줄어들면서 물살이 세진 탓에


물보라가 이는 것이다. 실제로는 깨끗함.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한 장 더.


강변의 사람들은 나름 보드도 타고 음악도 연주하고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긴다.


그대로 쭉 내려가면 미술관도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미술관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하루종일 음식을 못넣은 배를 위해 식당으로 가기로 한다.


이르쿠츠크가 몽골 접경지라 동양인이 많았다면


카자흐스탄이 근처에 있는 예카테린부르크에는 중앙아시아 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식당은 중앙아시아 식당 Lamadjo.



강변 산책로 근처 번화가 가까이에 위치한다.



반 정도는 패스트푸드 음식점 같은 곳인데, 옆에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다.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면 이런 공간이 나온다.



칵테일도 준비되어 있고, 




인테리어가 수수하고 편안하다.



아담한 공간에 홀 직원이 두명이다.


당연히 영어메뉴판이나 영어를 하는 직원은 없고,


번역기의 힘을 빌어 먹고싶은 메뉴를 시켜본다.



우선 체코 생맥주 한잔. 100루블. 맛있다.


예카테린부르크에 며칠 더 머무를 계획이었다면 분명히 서너잔 더 마셨을 것이다.



계속해서 나온 케밥 비스무리한 것.



돼지고기와 닭고기와 양배추 등 채소가 실하게 들어있다.


그다음은 빵.



짧게 숙성시킨 듯한 밀가루 빵 안에 치즈가 잔뜩,


그리고 저 동그란 공간 안에는 달걀이 들어있다.


아주 내 스타일이라서 내가 거의 다 먹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양고기 샤슬릭.


하나만 시켜서인지 이렇게 따로 떨어뜨려서 나왔다.


기억에는 이게 가장 비쌌는데 맛은 별로였다.


고기 질이 떨어지는데다 어마어마한 소금맛.


소스만 맛이 있었다.



별 의미 없는 전체샷 하나.


원래는 중앙아시아 식 국수 요리가 먹고싶어서 간 곳이었으나


메뉴판을 아무리 샅샅히 뒤져도 국수는 없었다.


그래도 역시 믿고먹는 고기와 치즈와 맥주.


이쯤 되니 기분이 완전히 풀린다.


밥먹는데 총 소요된 돈이 744 루블.


맥주 두 잔을 제외하면 544루블이다. 상당히 저렴하다.


먹어보고 배고프면 더 시켜먹을 요량으로 주문했으나, 양도 적당했다.


직원도 친절했고..


아무튼 배를 불려 행복해진 우리는 번화가를 따라 이번엔 아까의 반대편 산책로를 통해


기차역으로 조금 일찍 돌아왔다.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는지 더 이상 걷고싶지가 않았으니까.


우리에게 돈을 뜯었던 경찰이 있나 두리번거려도 있을리가 없다.


이놈의 기차역에는 조금도 오래 머무르고 싶지 않아 사진도 없다.


우리가 탈 기차가 도착했다는 신호를 보자마자 짐을 챙겨서 기차에 올라버렸을 정도.


총평 하자면


경찰은 병신이었으나 여행을 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도시는 아름다웠고.


다음 도시는 이슬람 문화권,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 카잔이다.


정교회 건물과 모스크라니!


예카테린부르크를 뒤로한 하늘엔 구름한점 없이 별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아래는 돌아오는 길 및 낮에 찍은 사진 몇장 더.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