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바다를 보면 어쩐지 번거로워져요
멋지고 놀라워도 어쩐지
번거로워져요
봄을 꽃이나 감동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봄이라 부르는 것처럼
바다도 서쪽과 동쪽으로 구분하지 않고
파랗다거나 칠흑이라 표현하지 않고
그냥
물이라고 부르면 될 텐데
번거롭게도 바다 앞에선 생각이 많아져요
바다는 트럭도 삼키고 고양이도 삼키지만
중력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져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밤마다 중력을 이기는 달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에요
그때마다 나는 달빛 아래서 성별도 없는 달이
까맣게 그을리기를 바라고 원하게 돼요
바닷물이 닿았던 골목길을 한 줄 한 줄 모아서
땋다보면 땋는 과정에서 열 번의 한숨 끝에
준비 없이 비를 맞게 돼요
홀딱 젖었고 골목길에 끊긴 곳이 없었으므로
바다와 관련된 나의 모든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돼요
거울을 보면 수국의 슬픔이 서 있어요
귤이 내게 준 것이 귤인 것처럼
봄이 내게 준 것이 봄인 것처럼
소나기가 내게 준 것이 물인 것처럼
바다가 앞으로 내게 줄 것도
그거라면 좋겠어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반응형
'한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혼 / 진은영 (2) | 2023.05.14 |
---|---|
어쩌다 나는 / 류근 (0) | 2023.05.07 |
여분의 사랑 / 배영옥 (0) | 2023.05.06 |
해질녘에 아픈 사람 ⎯ 향수병 / 신현림 (2) | 2023.04.21 |
다시, 다시는 / 나희덕 (1) | 2023.04.16 |
밤은 거짓말처럼 조용하고 / 이현호 (8) | 2023.04.15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TAG
- 지지
- 세계일주
- Algorithm
- a6000
- 자바
- 유럽
- Python
- 남미
- 여행
- 파이썬
- 리스트
- Backjoon
- 칼이사
- 동적계획법
- java
- RX100M5
- BOJ
- spring
- 백준
- 기술면접
- 야경
- 중남미
- 면접 준비
- 세계여행
- 스프링
- 세모
- 스트림
- 알고리즘
- 유럽여행
- 맛집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