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이제 떠나야 할 것 같네요

그대 해안가를 떠도는 것만으로 즐거웠어요

그대 외투 빛깔처럼 황토빛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그 바다에 내 얼굴 파묻고 웃고 운 것만으로

 

그대도 날 그리워할까요

언젠가 그대 향기 잊혀지겠죠

향수병에 담아두지 못했는데

그대 손 한번 잡지도 못했는데

그대 갈망, 슬픔도 껴안지 못했는데

그대가 믿는 모든 게 되고 싶었는데

 

먹고살기 참 힘들죠

밤새 일하느라 거친 손등 호박잎이구

거긴 밥만큼 따뜻한 얼굴이구

아아, 그새 정들었나 봐요

훌훌 떠나려네요

멀리 꽃나무가 흔들리네요

속절없이 바다가 나를 덮어가네요

 

-<해질녘에 아픈 사람> / 민음사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