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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눈과 내 눈이 만나는 자리를 내 종이로 옮겨 온 저녁이라 부르면 나는 ‘이누이트 극지 모임’의 동인 같기도 하고 내가 가장 아픈 저녁에 내밀던 혀의 색깔 같기도 하다 바람이 가장 늦게 하늘로 옮긴 그늘에 가장 좋은 붓을 말린다 철새 중에서 사람의 눈을 닮은 놈이 가장 먼저 손발을 씻고 잠든다 종이 위로 흘러가던 그림이 갑자기 숨을 멈춘다 곧 자신의 그림자와 합류한다 그림자여 어서 오시라 여생을 마치기로 한 새들이 입을 벌려 목젖에 걸린 인간의 새하얀 뼈 한 조각을 보여 준다 자주, 마른 다리에 눈물이 나는 밤을 새들의 꿈에 등장하는 내 눈이라 부르지만 그게 모두 우리들 자신의 눈이라는 걸 알아보면 나무는 소름이 돋으며 모든 ‘곁’에서 순해진다 지난밤 꿈은 내가 한 번도 눈으로 보지 못한 하늘이라 하겠다 내 몸과 합류한 숨이 그토록 멀리 천공을 놀아 보았다 하겠다 철새 중에서 인간의 눈을 검은 물이라고만 가장 먼저 고백한 놈이 이 별의 하수구에 앉아 젖을 가진다 눈을 뜬 채 잠든 새의 꿈속으로 내가 머무는 사계를 몰래 넣어 본다 경련을
-<시차의 눈을 달랜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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