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삶은 마약이다. 계속 살면 피폐해진다. 사랑은 이별한다고 잊거나 잊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덮어두고 떠나는 것이다. 나는 그 안에 중독되어 독신의 처방을 얻었다. 누군가 우는 것을 보면 울게 된다. 세상에는 더 이상 반전(反轉)이 없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동안 모든 걸 그리워하게 되었다. 서로 죽이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반려의 몸이여. 뒤돌아서면 등지고 온 무덤들이 많았다. 진짜 생각이란 없다. 생각을 떠나면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 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잔류하는 이형(異形)의 삶이어도 삶이기에 죽지는 않는다. 이 색을 간직하겠다. 서로를 닮은 황홀경들이 착종하는, 인간의 미로. 그 주저흔의 골목길에서 우리는 재회하여 서로의 피를 확인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헤어질 수 있을까. 어떤 참담은 아직도 종종 나를 죽인다. 아무도 나를 갖지 못해서 나는 나를 부둥켜안았다. 이번 삶을 유폐시켜서 모두 유감이다. 기필코 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돌아오겠다. 아니다. 멀리 떠나서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사
반응형
'한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빙하기의 역 / 허수경 (0) | 2022.10.01 |
---|---|
역류성 식도염 / 이규리 (4) | 2022.09.25 |
홀로그래피 / 이혜미 (0) | 2022.09.18 |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0) | 2022.09.02 |
질의응답 / 안미옥 (0) | 2022.08.31 |
나는 밤을 새들의 꿈에 등장하는 내 눈이라 부르지만 / 김경주 (0) | 2022.08.27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TAG
- 여행
- java
- Algorithm
- 동적계획법
- 중남미
- 맛집
- 세모
- 지지
- 자바
- 남미
- 유럽
- 백준
- 기술면접
- 리스트
- RX100M5
- 야경
- BOJ
- 세계여행
- a6000
- 알고리즘
- 파이썬
- 칼이사
- Python
- 스트림
- 면접 준비
- spring
- Backjoon
- 세계일주
- 유럽여행
- 스프링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