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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황인찬

Vagabund.Gni 2023. 7. 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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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은 1959년 11월 30일에 발간된 전봉건의 첫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서 제목을 빌렸다. 꼬박 60년의 시차를 두고 있는 셈이지만, 특별히 의식하고 정한 것은 아니다. 전봉건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데 어째서 그를 사랑하느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유 같은 것은 언제나 나중에 붙는 것이다.

 

    또 이 시집은 2017년에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과 아침달 출판사가 함께 발간한 한정판 낭독시집 『놀 것 다 놀고 먹을 것 다 먹고 그다음에 사랑하는 시』로부터 출발했다. 애초의 구상은 그 시집을 그대로 옮겨 한 부로 구성하는 것이었는데, 그러지는 못했고 조금의 변경이 생겼다.

 

    이 시집의 1부 <이것은 영화가 아니지만>은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메일링 서비스로 발행된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에 발표한 연재물의 제목이기도 하다. 친구를 돕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아픔에 대해 말하고, 삶에 대해 생각하며,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전하는 일을 매일 이어가는 기획이었다. 연재를 위해 가장 먼저 쓴 시가 표제작인 「사랑을 위한 되풀이」였으니, 그 연재가 이 시집의 형태를 결정해주었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나는 증오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고,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증오와 의심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만났고, 그것들을 좋아했으며, 그러한 일들이 모여 이 시집을 만들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에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

    이 시집을 묶으며 자주 한 생각이었다.

 

2019년 가을

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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