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

아름다움에 대하여 / 박미란

Vagabund.Gni 2025. 3. 15. 22:52
728x90
반응형

차라리 말하지 그랬어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지지 그랬어

추위가 가고 있다 대책 없이 가고 있다

허공을 찌를 듯 서 있는 나무 밑에

흰 뼈를 묻으며 너는 중얼거렸다

함께 묻히고 싶다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날을 경멸한다고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지독하고 지독해

파란 새, 파란 새 날아가고 있다

너와 헤어진 후

그 말은 바스러지며 떨어져 나갔다 내 것이 아니었다

투명하게 고드름이 달리고

너는 매일매일 그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혓바닥이 쩍쩍 갈라진다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낸 무서움의 시작이 아름다움이 아니라면*

한결 가벼워진 날씨는

녹아내리며 누군가의 고통으로 빛났지만 도무지 끝나지 않는 겨울이 있었다

 

*릴케의 시 『두이노의 비가』에서 빌려옴.

반응형

'한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화 / 장수양  (0) 2023.12.16
뛰는 심장 / 이 원  (0) 2023.11.25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 최재원  (0) 2023.11.04
찬란(시인의 말) / 이병률  (0) 2023.10.27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0) 2023.10.21
욜 / 이원  (0) 2023.10.15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