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쫄딱 맞으며 마추픽추에서 돌아온 다음날엔, 게으르게 보냈다. 해질녘의 쿠스코는 라파즈와 마찬가지로 분지를 둘러싸고 별이 뜨는 듯. 숙소 침대에 누워 커튼을 열어둔 채 불을 끄면 잠들기 직전까지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비+추운날씨+고산병에 시달리는 솔과 내장요리를 매우 좋아하는 높을 위해 오늘 저녁은 곱창! 지금 다시 봐도 저 숙소는 좋았다.. 숙소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음식점을 가기 위해 천천히 걷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가기로 한 식당은 그 유명한 Miguelito. 위치는 지도에 표시된 곳이다. 구시가지에서 가깝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기도. 물론 우리는 이런게 있는줄도 모르다가 단톡방에서 만난 여행 선배들에게 추천을 받아 가게 되었다. 도착...
2018년 1월 1일, 여전히 화요일. 나는 원래 비니쿤카를 다녀올 생각이 없었다. 사진을 봐도 별 감흥이 없기도 했고.. 날도 구질구질한데 힘들기 싫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높은 이미 그 예쁜 사진에 마음을 뺏긴 상황. 고산지역에 채 적응하지 못한 솔을 데리고 비니쿤카 투어 예약에 나섰다. 겸사겸사 구시가지 구경도.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매연 사이로 코리칸차 박물관이 보인다. 황금으로 뒤덮인 태양의 신전이었으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성당으로 개조당한 곳. 얼마 하지 않는 입장료이지만 굳이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사회 주류는 침략자의 후손이며 원주민들은 대부분 극빈층으로 살고있는 페루. 기독교 신앙으로 버티는 그들을 보면 병주고 약주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와닿..
2017년 12월 1일.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엘찰텐 당일치기를 하는 날이다. 린다님을 비롯한 수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신 엘찰텐. 사진으로 대충 검색해봐도 매력이 터지는 곳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대로라는 시작에서 짐작되듯이 호스텔과 마을에서 쉬기로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릴로체를 거치며 며칠 잠을 설친데다 먹은것도 부실해 체력이 떨어져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 게다가 칼라파테에서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예전에 몽골 다르항에서 몇 달 지내던 곳과 닮았다. 아무래도 보온에 신경쓰다 보면 구조가 비슷해지는 모양이다. 하면서 누워서 지냈다. 어제는 할일없이 고기를 구워 맥주와 먹었다. 남미에서 먹은 맥주 중 수제맥주를 제외하고는 단연 원탑이었던 파타고니아 맥주. 소고기는 더 이상 말이 ..
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는 엘 칼라파테 근처 국립공원에 위치한다. 칼라파테에서 국립공원을 왕복하는 버스비는 인당 550페소, 린다님을 통해 구입하면 편하다.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에서 졸다 일어나보니 창밖엔 이런 풍경. 청록색 호수 끝자락에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추가로 인당 500페소를 지불하고 국립공원 입장료 구입. 그러니까 순수하게 빙하를 보러 가는데에만 1050페소, 6만원 정도가 든다. 그치만 그나마 이게 가장 저렴한 방법이고,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 투어를 선택하는 순간 수십만원이 한 번에 깨진다. 입장권과 함께 나눠주는 쓰레기봉투. 빙하 위로 보이는 구름덕에 불안한 맘이 들지만, 파타고니아는 워낙 날씨 변화가 극심하다고..
같은 사람한테 예약을 했기 때문에, 아부심벨 투어와 크루즈 여행은 연계가 된다. 봉고차에 우리 짐을 다 싣고 신전에 다녀와 바로 배에 타는 식. 출항시간은 오후 2시라고 되어있으나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탔던 배의 이름. 크루즈는 종류가 매우 다양해 배 이름을 추천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당연히 우리 마음대로 고를 수 없기도 하고.. 지금보니 화장실이 마음에 들었었는지 방 사진은 없고 화장실 사진만 남아있다. 깨끗한 화장실에 큰 침대 두개와 티비가 딸려있는 방, 하루 세 끼 식사와 오후 티타임, 저녁 공연까지 모두 포함해 2박 3일에 일인당 30불이다. 이집트 파운드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랑은 별 상관이 없다. 크루즈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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