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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일.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엘찰텐 당일치기를 하는 날이다.

린다님을 비롯한 수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신 엘찰텐.

사진으로 대충 검색해봐도 매력이 터지는 곳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대로라는 시작에서 짐작되듯이 호스텔과 마을에서 쉬기로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릴로체를 거치며 며칠 잠을 설친데다 먹은것도 부실해

체력이 떨어져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

게다가 칼라파테에서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예전에 몽골 다르항에서 몇 달 지내던 곳과 닮았다.

아무래도 보온에 신경쓰다 보면 구조가 비슷해지는 모양이다. 하면서 누워서 지냈다.



어제는 할일없이 고기를 구워 맥주와 먹었다.

남미에서 먹은 맥주 중 수제맥주를 제외하고는 단연 원탑이었던 파타고니아 맥주.

소고기는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다.



하루종일 누워서 뒹굴거리다 마트 구경을 나서는 오후.

남위 50도의 봄 햇살은 쉽게 기울지 않는다.



차도 잘 지나지 않는 도로.

그럼에도 마을에 아이들이 꽤 보이는 걸로 봐선 살만한 동네인가 싶다.

12월이 되어 슬슬 여름이 오고 있지만, 칼라파테의 공기는 아직 서늘하다.



마트 구경을 하고, 저녁먹을 거리와 간식을 사서 나와 마을 한켠의 언덕에 올랐다.

근처 학교에서도 소풍을 나왔는지 어린애들이 까르륵 거리며 지나갔다.



간식은 별 거 없이 좋아하는 초코칩 하나.



한 입 먹어버린 과자도 광고사진처럼 보이는 건 분명 내가 파타고니아 뽕에 맞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둘 중 하나라면 바릴로체 쪽이 마음이 가지만,

뜬금없이 몽골이나 러시아 어느 도시가 떠오르는 이곳도 매우 좋아한다.



신났음.



더 이상 들고다닐 가방이 없는 나도, 그래서 더는 잃어버릴 게 없는 나도 가벼운 마음이 든다.



힙플라스크에 남은 위스키를 비워내고, 잠깐 근심없이 누워 하늘 감상을 시도해 본다.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역시 고기와



애증의 낄메스. 그리고



누군가 남기고 간 스파게티와



진리의 파타고니아IPA 맥주이다.

그러고보니 아르헨티나 게시글에 말벡와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보다 말벡 와인이 그렇게 맛이 있지가 않아서.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고 입맛이란게 워낙 주관적이며, 내 미각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서너병 이상 마셔본 결과, 말벡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칠레에서 재발견한 소비뇽블랑이 맛있었지.



그러거나 말거나 저녁식사 이후에도 하늘은 여전히 파랗다.

아프리카 여행과 저울질하다 리우의 공항 이름을 보고 결정한 남미행.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고 바로 이어서 생각지도 못한 풍경을 만나

내 감정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억지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여행지는 칠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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