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

時 / 이이체

Vagabund.Gni 2023. 2. 15. 00:11
728x90
반응형

  몸에 당신의 일기를 베끼고 바다로 와서 지운다. 내 죽음으로 평생을 슬퍼해야 할 사람이 한 명 필요하다. 당신은 말해진 적 없는 말. 모든 걸 씻고. 이렇게 당신이 바다에서 눈물을 흘린 게, 눈물을. 바다의 푸른 계단이 차례로 무너져 내리고, 절벽에서 하얀 고통들이 비명을 지르며 부서진다. 거품들이 분말처럼 흩어지면 당신이 흘려둔 해식애로 세워지던 안개 도시. 파도는 내 몸에 맞다. 나쁜 말들뿐이다. 나는 아직 당신에게 내 얼굴의 절반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당신은 몇 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가. 나는 쓴다. 쓴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쓴다. 쓴다고 생각하기 위해 쓴다. 쓴다. 지운다.

 

-<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사

반응형

'한국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말고, 노을 같은 거 / 이원하  (1) 2023.03.04
지렁이 지키기 / 오은경  (0) 2023.02.25
절창 / 허연  (0) 2023.02.18
환멸의 도서관 / 허연  (0) 2023.02.10
튀어나온 곳 / 이장욱  (0) 2023.02.05
령(零) / 이현호  (0) 2023.01.28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