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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노을이 밤새도록
계단을 오르내리죠
그 노을에 스친 술잔은 빛나기 시작하죠

그뿐이죠

그저 그뿐인 것에 시선이 가죠
술을 삼키거나 회를 삼킬 때마다
떴다가 지는 노을이에요

그의 목에 있는 노을을 건드리고 싶지만
내가 사는 곳은 동쪽이라
손댈 수 없죠

술을 마시고 마셔도 내 목에는
노을 지지 않죠
시간만 가죠

밤이 뛰어오죠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죠
노을 가까이에 다가갈 방법을 알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란 것도 알죠

그는 노을과 함께 곧 이 섬을 떠나죠
그뿐이고 그러니 오늘뿐이고
모든 것들은 원래 다 그렇죠

봄날의 꽃처럼
한철 잠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죠

올해는 오늘까지만 아름답다, 

이렇게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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