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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긴 기린 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안 긴 기린 그림이다. 그린 기린 그림은 기린을 닮았나 기린 그림 그린 자를 닮았나.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기린인가 나인가. 그림과 기린과 나. 시와 세계와 나.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할수록 자꾸 헷갈리고 놓치고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매번 시한테 지는 거다. 그나마 내가 시의 말을 잘 들을 땐 기분좋게 지고, 시가 내 말을 안 들을 땐 분하게 진다. 기분좋게 진 기억보단 거절당한 감각이 더 우월하게 남아 있어 빈 종이 앞에선 늘 용기가 필요하다. 근데 용기를 내면, 시는 나에게 펭귄 머리에 쌓인 눈 고깔, 혹은 발밑에 숨겨둔 따뜻한 돌 같은 것을 선사한다. 나는 그것이 좋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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