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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편지 / 이문재

Vagabund.Gni 2022. 5. 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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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오는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 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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