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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 도착한 첫날은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쉬었다.
그 전날 버스에서 밤을 보내고 당일치기 여행을 한 터라 피로를 풀어야 했음.
그리고,
2017년 5월 21일 일요일. 날씨 흐림.
어제는 한 조각도 없던 구름이 오늘은 하늘 가득하다.
덕분에 살짝 으슬으슬한 기운을 느끼며 거리로 나서야 했다.
브뤼셀의 지하철 정거장.
이 도시는 지하철과 트램의 경계가 애매해서 트램이 지하철 정거장에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가곤 한다. 처음에는 정거장을 못찾아 헷갈릴 수 있다.
우리는 오늘도 1일 무제한 교통권을 구입했다.
2박 3일밖에 안되는 짧은 체류기간에 관광할 날짜는 오늘 뿐.
아예 야경까지 하루만에 다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럽의 여타 작은 도시들과 비슷하게,
브뤼셀의 볼거리도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
즉, 숙소를 이 근처로 잡으면 하루종일 걸어다니기만 해도 무방하다는 뜻.
우리 숙소도 사실 걸어 다니려면 그럴 수 있는 거리였으나
전날의 피로도를 생각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니 무지개 색으로 치장 된 라모나이 로열 극장이 보인다.
갑자기 무지개...?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거리 곳곳에서 위 사진과 같은 무지개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어제, 그러니까 우리가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한 날에
브뤼셀 시내에서 퀴어 퍼레이드 본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오늘은 그 행사 기간의 마지막 날. 근 보름 가까이 이어져 온 행사였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도착한 날 끝나버린 것이다.
홈페이지도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다.
거기에 더해, 나중에 야경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브뤼셀 시에서 축제를 지원하는 듯 했다.
하루빨리 아주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잡기를 바랄 뿐이다.
천천히 그랑플라스 방향으로 걷기로 한다.
날이 좋지 않은데도 일요일이라 그런가 관광객 뿐 아니라 놀러나온 시민들도 많아 보인다.
극장 뒤편에 성 니콜라스 교회가 보인다.
입구. 아기자기하게 생긴 교회라서 한번 들어가보기로 한다.
14세기에 건축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교회는, 17세기 말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침공으로 손상을 입는다.
그 당시 브뤼셀의 건물 중 손상을 입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하니 알만하다.
아무튼 그 이후 보수공사를 하며 교회를 조금 더 높게 지었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동네 교회같은 성당 내부와 양 옆의 무덤들.
원래 이렇게 귀여운 모습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도 교회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 하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꽃잎 이었던 것.
교회를 한 바퀴 돌고 나와 다시 그랑플라스로.
맥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벨기에 답게 곳곳에 이런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곳이나 저곳이나 숫자로 밀어붙이는 듯한 인상을 받아
오히려 별 기대가 안된다고나 할까..
사실 위 사진에 보이는 250개만 해도 선택의 범위를 너무 뛰어넘어 버리니
어지간 하면 그냥 아는 맥주를 사먹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맥주였던 마튼스 맥주도 벨기에산 이었던 것 같은데.
맥주 가게 앞에는 벨기에의 또 다른 자랑, 초콜릿 상점이 위치해 있다.
이 경우에도 어마어마한 종류를 자랑하는데, 기본적인 초콜릿부터
얼그레이 잎이 들어간 초콜릿, 마살라(!)초콜릿 까지.
괴식도 이쯤되면 인정 해줘야 한다.
드디어 그랑플라스에 도착했다.
벨기에라는 국가가 독립하기 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브뤼셀은
유럽 대륙의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발달 해왔다.
일찌감치 상업지역으로 개발된 그랑플라스 역시 그 역사의 첫 순간부터 함께해온
오래된 시장이다.
사진을 하나하나 찍지는 않았지만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사, 맥주 길드,
정육 길드 등 브뤼셀 상업의 중심을 차지했던 길드 건물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빅토르위고가 레미제라블을 집필한 예술가 길드와
고디바 초콜릿 본점도 이 광장에 위치.
박물관 건물.
브뤼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광장이 넓은 편이라 그렇게 북적북적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고딕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뒤섞여 엮인 그랑플라스 광장은
빅토르 위고가 굉장히 좋아했던 장소라고 한다.
시청사의 첨탑. 길을 잃었다 싶으면 이 탑을 보고 걸으면 그랑플라스까지
올 수 있다.
꾸물거리는 하늘 아래서도 과연 아름다운 광장이다.
시청사 옆에는 작은 맥주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가 얼마쯤 되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들어갈 생각은 없었어서
입구까지만 보고 나왔다.
아니 그림 속 아저씨가 사진에...? 본인이신가................?
관광객인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닮아서 웃었다.
계속해서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걷기로 한다.
가는길에 벽 한켠에 그려진 브뤼셀 출신 만화 캐릭터 틴틴의 그림.
알고보니 만화강국인 벨기에는 만화 박물관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만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
브뤼셀의 명물 <꼬마 줄리앙>, 오줌싸개 동상은 그랑플라스 근처에 있다.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이 청동상은 영국 프랑스 등에 여러번 약탈당하다가
19세기 초, 결국 파괴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 광장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고, 진품은 브뤼셀 시립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크기는 매우 작아 60cm밖에 되지 않지만,
<브뤼셀의 가장 나이많은 시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시민과 관광객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것이 그 애정의 현 주소. 뒤의 건물이 공사중임에도 동상은 가리지 않았고,
거의 모나리자 급의 인파가 몰려서 사진을 찍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인구밀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 나는
가까이에서 사진만 찍고 얼른 벗어나기로 한다.
오줌싸개 동상 근처에는 이런 와플가게가 많이 있다.
가격도 메뉴도 품질도 다 동일해 보인다.
위 사진에 1유로라고 적혀있지만 그건 그냥 플레인 와플의 가격.
우리가 사먹은 이런 와플은 7유로 정도로 가격이 뛰어오른다.
분명 맛은 있지만 이게 서울에서 사먹던 벨기에식 와플이랑 차이가 있나...?
고개가 매우 갸우뚱해지는 맛이다. 어째 유럽여행 하면서 국뽕만 맞는다.
하긴 그냥 숙성반죽을 와플기계로 구워내 토핑을 올리는 음식이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나.
그런데 브뤼셀에 3일 있으면서 내가 의문이 생긴 점은 정작 다른 부분이다.
내가 사먹은 관광지와 그 근처를 제외하고는 와플을 파는 곳이 거의 없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가 도심에서 3-4 킬로미터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만큼만 밖으로 나와도 와플을 사먹을래야 사먹을 수가 없다.
독일은 그래도 잊을만 하면 소시지가 한번씩 눈에 들어왔던것 같은데.
아무래도 와플이 유명하다는 것은 관광객 한정인지도 모르겠다.
겨우 3일 머물고 이런소리 하는것도 부끄럽지만,
실제로 나중에 사막에서 만났던 벨기에 사람도 벨기에 하면 초콜릿과 맥주지
와플은 언급도 하지 않더라.
그래도 먹기는 해야하니까, 이런 간판이 있는 곳에서 사먹었다.
여기, 최저, 가격. 선언하는 듯 한 문장이 웃겨서.
와플 만들어주는 언니는 일이 처음인 듯 수줍고 친절했다.
거기다 예쁘기까지 하니까 여기서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와플가게에 사람은 대부분 이정도씩 있다.
큰 돈을 지불하고 나와 길거리에 앉아서 먹었다.
쫄깃쫄깃한 와플을 포크와 이로 잘라먹는 건 생각보다 추잡해지는 일이다.
그래도 맛있었다. 아주.
위 사진은 뭐 유명한 곳이라던데 그냥 지나쳐 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걷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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