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어젯밤 세 편에 이르는 루브르 다큐를 모두 본 덕에 자신감 충만한 아침을 맞았다.


유럽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 루브르 박물관..


아침일찍 나선 파리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루브르 궁으로 들어가는 입구.



통로의 천장.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유리 피라미드.


그 자체로 예쁜 건축물인 루브르 박물관의 입구.


아침일찍 나온 덕에 보이는 바와 같이 줄은 거의 없었다.



이제는 안보이면 서운한 루이 14세의 동상.


베르사유 천도를 단행하며 루브르를 전시장으로 만든 최초의 인물이다.


이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그 애착으로 소장품을 대폭 늘려 현재 박물관의 기초를 닦는다.


간단한 짐검사 후 입장.



한 사람당 5유로를 내면 닌텐도 가이드를 빌려준다(학생할인 없음).


나름대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알찬 이 가이드 덕분에 루브르에서의 반나절은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냈다.


작품에 대한 상세설명은 물론이고 원하는 작품의 위치까지 나를 데려다 주는 기능까지. 


지나치게 넓은 루브르 박물관에선 길을 잃기 십상이지.


초반에 적응만 잘 하면 관람하는 내내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높은 사용법이나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바로 사용하는 것보다


잠시 공부를 해야 사용이 편리할 정도로 어렵기는 했다.


아, 그리고 대여할 때 배터리가 충분히 남았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높은 중간에 닌텐도가 꺼져버렸다.



나의 사랑하는 그리스 조각품들로 관람을 시작한다.


루브르에서도 오르쉐와 마찬가지로 따로 떨어져 시간을 보냈다.


각자 좋아하는 작품이나 보고싶은 작품이 다르니까.


모나리자 까지는 같이 봤다.



조각품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지만 우선 모나리자까지 진행하기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그 유명한 <사모트라케의 니케>.


뱃머리에 올려진 듯한 전시도 그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상체 중 가슴 아래부분에 얇은 옷자락이 몸에 붙는 질감을 표현해낸 것이


눈을 뗄 수가 없다. 과장이 아니라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근처에서 발견된 손모양이란다.


니케 동상은 현재도 복원작업이 진행중이라고 하는데, 닌텐도 가이드 덕분에


나도 순간적으로 꽤 박식해졌다(는 정확히 기억안남).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모나리자도 잊고 한동안 앉기로 한다.


눈을 감아도 그 모양이 선하도록 이리보고 저리 보았다.



모나리자에 앞서 더 가까이에 있는 것을 보기로 한다.



다큐에 나왔던 <전갈에 물린 여자>.



아, 드디어 나왔다. <밀로의 비너스>.


장기간에 걸친 연구 끝에 팔 모양을 복원해 내었으나


큐레이터들의 회의 결과 만들어 붙이지 않기로 결정한 전설의 레전드.


실제로 보니 사람 키보다 조금 큰 크기에서 오는 압도적 아름다움이 있다.


그런데 이전에 적었듯이 여기에서 굉장히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천천히 주위를 돌며 감상하던 나에게 사진찍게 좀 비키라며 밀치는 중국인에게


당한 것이다. 그 여성은 나를 밀치고 천연덕스럽게 긴 시간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대체 이게 무슨상황인가 했으나, 곱씹을수록 화가 난다.


그들의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 큰 대화소리는 헤드폰이 지워주지만


이런 행동은 도무지 답이 없다. 내가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시야를 가린 것도


아니고 천천히 돌아보고 있었을 뿐이다.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여성 개인의 문제이겠지만, 이걸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이미지가 하나 늘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비너스 관람 풍경. 아직 한참 오전임을 감안하면..


미의 여신이 피곤해 보이는 건 내 기분탓일거다.



아, 그리고 그건 모나리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작은 작품이라 가까이에서 보려면 순서를 꽤 기다려야 하는데


또 밀치는 중국인 아주머니...


비너스와는 다르게 가만히 서서 관람해야 하는 작품이라


세상 짜증나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꿋꿋하게 버텼다.


다시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지만 아름다운 작품 앞에선 잊어버리기로 결심했다.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의 작품, 모나리자.



그리고 현실적인 관람 풍경.


언니, 울지마.. 나도 힘들어.



여기까지 보고 나선 각자 관람을 시작했다.


우선 붉은 방에 있는 신고전주의 작품들을 천천히 보았다.


이 작품은 다비드의 <호라시오의 맹세>. 앵그르와 함께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지만, 나는 앵그르를 훨씬 더 좋아한다.



역시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실제로 보니 그림이 생각보다 거대하고 알기 쉽다.


대중 선전용으로 그려진 그림이라 그런가보다.



앵그르의 <카롤린 리비에르 양>.


사람에 따라 모나리자와 견주기도 한다는 작품.



아, 내가 <샘>만큼 좋아하는 <그랑 오달리스크>.


사실 이 그림덕분에 신고전주의가 좋아졌다.


매우 실제같은 피부와 얼굴 표정으로 있을수 없는 체형을 그려낸 그림.


곡선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인체비례따위 과감히 포기해버리는 논리정연함.


이 할렘의 여인은 그냥은 지나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다.



살롱전이 열렸다는 방의 천장.



들라크루아의 대표작이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격한 감정에의 호소가 필요한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역시 들라크루아의 그림. <사르다나 팔루스의 죽음>.


나는 처음 보는 이 그림은, 들라크루아의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붉은 방을 아주 천천히 돌고 나서, 그리스 조각이 전시된 곳으로 왔다.


아주 크게 조각된 아테나 여신의 석상에 반해서 떠나질 못했다.


가이드 설명을 다 듣고 나서도 한참을 그 앞에 앉아 바라보았다.



아아, 이 공간에 조각품이 가득해...


아무래도 회화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이 곳은, 찾는 발길이 적어


아주 평온하고 즐겁게 감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보고 또 봐도 조각이 최고다.



나오기 전에 들른 이집트 전시관.


나중에 이집트에 가서 제대로 보기로 하고 훅훅 지나쳤다.



다큐에 나왔던 동상!




실제 미라가 전시되어 있다. 보존상태가 좋아


그래픽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 오히려 섬뜩했다.



스핑크스는 그냥 큰 고양이.


여기까지 보고 전시관을 나와 다른 관에 있는 앵그르 방으로 가기로 한다.



세상 행복하다. 루브르에서 살고싶다.




미려한 화풍과는 대조적으로 엄청난 다혈질이었다는 앵그르.


그러거나 말거나 그 작품들을 보다 보니 높과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4시간 정도 보았을까. 좀 더 보고싶다고 졸라보았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다음엔 아예 루브르만 볼 생각으로 파리를 재방문 해야겠다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박물관을, 단돈 20유로(가이드 포함)에 지하철 타고


방문할 수 있다니. 



부럽다. 부러워..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