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2017년 7월 11일.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아테네 공항으로, 그 곳에서 노숙 후 산토리니까지 오는데는


꽤 많은 체력이 들었다.


게다가 산토리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항공편 두 편, 다시 나오는데 배편 하나에


아무리 저렴한 숙소를 찾아도 하룻밤에 5만원을 상회하는 체제비용 까지.


새벽 일찍부터 시작된 꽉찬 1박 2일의 산토리니를 즐기기 위해서는


체력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게 사용되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산토리니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있지 못했다.


알고있는 정보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휴양지 = 토나오는 인구밀도 라는


등식, 그리고 그런 곳들이 으레 그럴거라 예상되는 불친절한 대접들까지.


거기에 돈과 시간과 체력을 써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그다지 가고싶지


않았다.


그래도 가보고 욕하자는 생각이 절반, 그리스까지 왔는데 평생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생각 절반으로 산토리니 행을 결정하게 됐다.


그래서 그 결론은? 이 글 제목에 쓰여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난 성공하고 나서 이 곳에 별장을 짓겠다.


어찌됐든, 산토리니 여행 시작!



당연하게도 처음 이용하는 에게안 항공과 아테네 공항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테네 행 비행기에선 기내식도 주고, 비행기가 움직이기 전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과일맛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도 기분이 좋았음.


아테네 공항 역시 인터넷도 그런대로 되고, 의외로 쾌적했음.


끔찍한 이탈리아의 인터넷 환경을 경험하며, 그 만큼이나 경제가 어려운 그리스에


대해 은연중에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새벽같이 산토리니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아주 잠시 쉬고 바로 나옴.


오토바이를 렌트할 계획이었으나, 내 면허로 해외에선 오토바이를 빌릴 수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물러나기도 했다.


그렇게 여차저차 해서 버스를 타고 처음 놀러간 곳은 이아마을.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


저 뒤에 버티고 있는 높은 산이 쉐프샤우엔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이아마을이라는 이름은 나처럼 처음 듣는 사람이 많겠지만,


산토리니의 풍경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대부분 이 마을의 것이다.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작은 가게들.


이런 골목길의 모습들도 쉐프샤우엔을 떠올리게 한다.





산토리니의 좋은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블로그를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진을 굳이 보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풍경이 단어 그대로 그림같고, 바다와 하늘색이 굉장해서


보정을 하지 않고 사진을 올려도 굉장히 아름답다.



조용히 펼쳐진 에게 해.



전망을 보는 곳으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이아마을도, 이후의 피라마을도 마찬가지로 작은 마을이라 굳이 지도가 필요없다.


쉐프샤우엔을, 조드푸르를 누비던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걷다보면 다 보게 됨.



슬슬 끝내주는 전망이 내 눈을 때리기 시작한다.



펄-럭



이 사진들이 다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들이다.


짙푸른 색의 바다와 오히려 옅은 하늘, 그리고 그 사이에 눈이 내린 듯한 건물들.


입버릇처럼 '내가 이런 곳을 다 오다니'하고 내뱉으며 다니게 된다.



휴양지로서 산토리니가 우월한 점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섬 중앙에 있는 산 덕분인지, 아니면 기가막힌 위치선정 때문인지


온통 바닷물밖에 보이지 않는 이 곳에 하루 종일 건조한 바람이 분다!


실제로 적은 강수량 덕에 산토리니의 기후는 사막기후로 분류된다고 하니,


덥고 습한 이탈리아에서 찜쪄지던 우리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숨쉬기도 어려운 더위를 겪다가 이 곳에 오면, 벌써 가을인가 생각이 들 정도.


덕분에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아무리 돌아다녀도 숨이 막히지 않는다.




풍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가는 걸 까먹게 된다.



여담으로, 산토리니의 상징인 하얀 벽의 비결은 높은 벌금이라고 한다.


벽을 지저분하게 방치하면 벌금을 세게 때린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먹여살리는 섬인 만큼 프로정신이(...) 느껴졌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면 으레 있는 호객꾼이 보이지 않는다.


기념품 가게들도 분명 문은 열려있는데 앞에서 홍보하는 사람은 없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나도 이쯤 되니까 살살 녹는다.



할 말이 없는 풍경.


저 아래 보이는 수영장에서 바다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다만 햇살이 상당하다. 선그라스+선크림은 선택이 아님.




이 정도의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으니, 사진들을 열심히 찍는다.


한 30분 안쪽으로 짧게 머물렀는데 그 동안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을 다섯번도


넘게 받은 것 같다.



아니 진짜 바닷물 색이 너무하다.


내가 봤던 바다 색 중에 가장 비슷한 것을 꼽자면,


지구본.


지구본 위에 물감으로 칠해놓은 색이 가장 비슷하다.


아, 이런 풍경을 보며 한 달만 지내고 싶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뒤로 하고 마을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기가 막힌 위치에서 잠을 자고 있는 멍멍이.


개도 고양이도 이 곳에선 여유롭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 사람들도 고양이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아테네에 보면 가로수 아래에 고양이 밥이 자주 놓여있더라.


아주 좋아요.



정교회 건물들.



다시 한 번 굳이 말한다.


아, 내가 산토리니를 오다니.


무리해서 억지로라도 오길 잘했다.





작은 상점 앞의 고양이.


사진을 찍고 툭툭 건드려 봐도 그러려니 한다.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전망 좋은 카페가 그야말로 널렸다.



아무데서나 대충 셔터만 눌러도 이런 풍경.



둘 다 신났다.


공항 노숙이고 피곤이고 싹 잊어버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벽과 문.


아침 일찍 나와보면 벽을 관리하는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루 일과로 벽을 관리하는 듯.




산토리니의 풍경엔 내가 별로 덧붙일 말이 없다.


나도 블로그 글을 올리며 사진으로나마 산토리니에 다시 가는 중.




결국 못참고 우리도 커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는 식당 아무곳에나 들어감.




커피도 시키고



주방장이 직접 만든다는 오렌지 파이? 도 시켰다. 이거 대단히 맛있음.


커피와 케익 가격은 팁을 포함해서 13.5유로가 들었다.


유럽의 커피 가격치고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당시 우리가 느끼기엔 합리적인 수준보다 약간 저렴하게 느껴졌다.


15유로쯤 됐어도 먹었을 거라는 게 내 생각.


거기다가 일하는 직원들, 친절하기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잘 웃어주고,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봐 주고, 농담도 건네고.


보나마나 돈에 사람에 시달려서 불친절할 거라는 내 편견은 또 틀렸다.


나는 이렇게 속이 좁은 놈이었나.............



이게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보이던 풍경이다.


이 풍경을 보면서 커피 두 잔과 케익을 먹는데 팁을 포함해서 13.5유로.


이 정도면 맨날 와서 먹겠다.


풍경도 근사하고, 인구밀도도 높지 않고, 조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산토리니.


난 이보다 좋은 휴양지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