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

역류성 식도염 / 이규리

Vagabund.Gni 2022. 9. 25. 03:31
728x90
반응형

뭔가 하면 할수록 비천해갔다

 

밤의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역류하였을까

 

누추한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남으려는 몸

물이 물 아닌 시름

 

내 슬픔의 경로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일인데

 

살아 자주 역류했다

당신이

관념이

아름다움이

 

세상모르고 거기 있을 때

서러운 풍경은 모이거나 흩어졌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문과 문 사이에서 앞날을 흔들어 보기도 했으나

 

거꾸로 서서 내일을 본 적 있니

웃어본 적 있니

 

물구나무서서 보는 일은 좀 괜찮았다는데

 

무언가 잘 안 되어 생이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면

모쪼록

이것도 역설의 방식이라 하면 안 될까

 

나도 내가 아닌 곳으로 흐른 때가 많았으니

 

너무 오래되었다면 그리 두어라

 

긴 밤이여 솟구쳐 흘러라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