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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 심재휘

Vagabund.Gni 2022. 10. 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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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길에 떨어져 터진 버찌들을 보면

올려다보지 않아도 내가 지금

벚나무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등뒤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면

돌아보지 않아도 그것이 이별이라는 것을 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보리 추수는 이미 지났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는 오래다.

보리서리를 눈감아주시던 외할머니의

거룩한 삶이 대관령 아래에 있었다.

검은 흙 속에서

갑자가 익으면 여름이라는 것을 알 듯

내 몸이 강릉에 가고 싶을 때가 많다.

강릉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다.

 

2018년 8월

심재휘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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