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6일 금요일. 우리가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던 숙소는 구엘공원 가까이에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료로 개방하던 이 곳은, 현재 8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개장시간인 8시 이전에 가면 티켓 부스가 아예 설치조차 되어있지 않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마침 집 근처이기도 하고 뜨거운 낮에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없어 아침 일찍 방문했다. 이제 막 밝아지는 중인 구엘공원. 아침인데도 엄청나게 덥다. 거기다 습해! 바닷가의 여름이란! 예상보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지쳐버려서 사진을 대충대충 찍게 되었다. 가우디의 평생 후견인 구엘의 이름을 딴 이 공원은 처음부터 공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시민 공원과는 정 반대인 부자들을 위한 주택단지..
2017년 6월 15일 목요일. 바닷가에서 벗어나 그늘에서 잠시 몸을 식혔다. 커피라도 사먹을까 했으나 야속하게도 근처에 카페 하나 안보임. 2주만에 돌아온 에스파냐 남부의 날씨는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덥다. 말 그대로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모공으로 싼다고 해야할 정도.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거나 일을 하는 건 인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 시에스타는 게으름이 아니라 지혜라는 것을 이렇게 몸으로 배운다. 성당 안은 시원하겠지. 어제 들렀던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먼저 들른다. 유럽에 있는 이런 고딕양식 성당들은 건물이 높아 안에 들어가면 매우 시원하다. 챠펠중 하나. 왼쪽 아래 작은 것은 사자인가? 그럼 마르코...? 확실하진 않음. 이거 보고 나도 모르게 처음엔 웃음이 나왔다. 21세기 성당 촛불은 당..
2017년 6월 14일 수요일. 오후에 체크인을 한 후 강행군에 지친 우리는 바로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벌써 저녁 시간. 지난 달에 마드리드에서 결국 먹지 못했던 빠에야를 찾아 나섰다. 이번엔 깝치지 말고 도심 관광지 근처에서 먹자. 높이 알아본 음식점 중 그리 크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빠에야와 함께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소량이라도 알코올이 들어오니 기쁘다. 아무곳에서나 술을 사먹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렌지와 얼음이 들어있던 샹그리아는 달콤하니 식전주로 좋은 선택이었다. 사람에 따라 능글거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유쾌한 에스파냐 사람들. 모로코의 친절함과는 다른 느낌의 기분좋음이다. 순수해진 간세포에 에틸 알코올 고문을 가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빠에야가 나온다. 사진에 많이들 나오는 것처럼 빠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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