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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5일 목요일.


바닷가에서 벗어나 그늘에서 잠시 몸을 식혔다.


커피라도 사먹을까 했으나 야속하게도 근처에 카페 하나 안보임.


2주만에 돌아온 에스파냐 남부의 날씨는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덥다.


말 그대로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모공으로 싼다고 해야할 정도.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거나 일을 하는 건 인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


시에스타는 게으름이 아니라 지혜라는 것을 이렇게 몸으로 배운다.



성당 안은 시원하겠지. 어제 들렀던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먼저 들른다.



유럽에 있는 이런 고딕양식 성당들은 건물이 높아 안에 들어가면 매우 시원하다.



챠펠중 하나. 왼쪽 아래 작은 것은 사자인가? 그럼 마르코...?


확실하진 않음.



이거 보고 나도 모르게 처음엔 웃음이 나왔다.


21세기 성당 촛불은 당당히 전구가 대체해 가고 있구나.


초에서 나오는 연기 안마셔도 돼서 좋지만,


예수가 나는 세상의 빛이다 할 때 이 빛도 염두에 두었을까.


묘하게 환경 친화적인 듯 합리적인 듯 촛불 모양이 성의없는 듯 해서 찍어봤다.



검은 성모자 상. 몬세라트에 있다는 검은 마돈나만 들었는데


여기에도 이런 것이 있다니 묘하네.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와 천장.


그런데,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고 나면 대성당 지위가 옮겨가는 건가?



다행히도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구경을 마쳤다.



한 층 지하에 있는 공간. 성찬식을 진행하는 곳처럼 생겼다.


이 제단의 아래엔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수호성인인 성 에우랄리아의 유골이 있다.


아, 여느 성당들과 마찬가지로 이 곳에도 복장 제한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들어가다 제지당하고 있었다.


어느 커플은 정문에서 막히니까 돌아서 옆문으로 들어가려다 또 막히고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며 나가던데...


밖은 타는것처럼 더운데 짜증좀 나겠다 싶었다.



성당에서 나오는 길엔 봉쇄구역이라고 불리는 작은 정원이 있고,


그 안엔 에우랄리아가 순교했던 나이인 13살을 상징하는 거위 13마리가 살고있다.


로마제국의 기독교 박해에 견디다 결국 어린나이에 십자가 형을 당했다는 성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얼마든지 있다.



다시 고딕지구로 나와 오늘의 메인코스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걷는다.


더워서 진이 빠질대로 빠졌지만,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맥주를 생각해


힘차게 걷는다.



중간의 카탈루냐 광장이나 이것저것은 눈으로만 보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해 이정도로 더우면 손에 들린 카메라는 짐덩어리에 불과.


가방안에 넣어버렸다.



꾸역꾸역 걷다보니 드디어 도착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골수 기독교인 가우디가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속죄(?)로 기획한 건물이자


완공까지 200년은 남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느리게 공사중인 대성당이다.


가우디 이후로 현재까지도 카탈루냐 지방 출신의 건축가만이 이 성당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역시 가우디가 이 지역을 아직까지도 먹여살리고 있다.


아, 입구처럼 보이는 위 사진은 그저 서쪽 첨탑에 불과하다.


아직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라, 완공된 이쪽 면이 유명할 뿐.




가우디가 죽은지 30년 후의 조각가가 만든 인물상들.


잠시 후에 보겠지만, 반대편의 가우디 작품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한창 공사중인 이 성당은 가우디 사망 100주년인 2026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있다고 한다. 



천천히 반 바퀴 돌아 입구가 있는 동쪽으로 왔다.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하고 있는 서쪽 첨탑.


이 쪽이 가우디가 살아생전 직접 작업한 부분이다.


당시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을 모델로 새겨넣은 이 부분은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반대편의 조금은 추상화 된 인물상들과는 달리 이 부분은 사람들 표정이 살아있다.


우선 내부로!


탑 위에 올라가지 않는 티켓으로 15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갑자기 고백하자면 나는 가우디의 건축물에 그다지 감동받지 않은 편이라


다른 건물들은 시큰둥 했으나, 이 성당의 내부만큼은 기대하고 있었다.



사복음서의 저자를 상징하는 네 개의 기둥. 지금 보는 풍경은 동쪽 입구에서


서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북쪽에는 중앙제단이 있음.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상이 굉장히 독특하다.


하지만 나의 렌즈는 확대따위 하지 않아.......☆



이 인물상도 아마 서쪽면을 조각한 조각가 수비라츠가 새겼나보다.





그리고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는 말도안되게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곡선이 강조된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쏟아지는 저녁 햇살은


신앙심을 자극하는 웅장함이라기 보단 침대에 누운 것 같은 편안함이 있다.




천천히 걸으면 숲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의도된 내부 장식은


당연하게도 어떤 고딕양식 성당과도 같지 않다.


일견 난해해 보이지만 이런 편안한 난해함이라면 환영이다.


성당 안쪽이 그렇게 넓진 않지만 이 내부에 반해서 오래 앉아있게 된다.





남쪽에 설치될 주기도문 조각의 현수막.


한글은 못찾았다.



구석에 앉아서 보는 성당 내부 풍경.




나무와 나뭇잎 같은 천장 장식들이 재밌다.


이런 면에서 가우디는 샤갈과도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껴진다.



아까 보았던 동편으로 나오면, 추상적인 인물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동편 첨탑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수난.



전체 조감도와



문 한짝도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생겼다.


이거 다 짓고 나서 성당으로 쓸수는 있는건가..



이 쪽은 첨탑으로 올라가는 길.


작은 박물관? 혹은 나중에 사용하게 될 도구들? 이 전시되어 있다.




일층 제일 왼쪽에 있는 인물이 가우디라고 한다.


이렇게 예수의 수난장면에 가우디를 새겨넣을 정도로 존경하기도 했나 보다.


여기에 더해 한 때 가우디를 성자의 반열에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기도 했는데,


정작 가우디의 가족들은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아직도 시도중인가?...


그나저나 이 수난의 파사드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내부에 걸린 십자가 상도 기존에 보던 것들과는 많이 달랐지만.


잘 보면 예수가 나체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으며, 매달린 십자가가 건축자재 H빔이다.


이것이 20세기의 조각인가!



내부에서 시간을 너무 보내는 바람에 성당 지하 묘지는 시간이 지나 보지 못했다.


가우디의 무덤이 있다고 하던데.


대신 작은 박물관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종종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하중 계산을 했다는 가우디.


이 형상은 조금 자세히 보면 위 아래가 뒤집힌 성당의 모습이다.



그대로 뒤집으면 몬세라토에 있는 구엘성당의 모습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설계를 하고 하중을 계산하는 식으로 치밀하게 디자인 했다니.


그 독특함과 논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내가 마음을 너무 빼앗겨 버려서, 나왔을 땐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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