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7일, 일요일. 다합은 여행을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기대하던 곳 중의 하나다. 깨끗한 물과 낮은 물가와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까지.. 나름대로 바쁘게 다니던 여행의 휴식지로는 다합만한 곳이 없어 보였으니. 따라서 당연하게도 다합으로 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워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난파선처럼 다합에 닿았다. 아직 낮이고 밤이고 울다 잠들기를 반복해도 파헤쳐진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여행을 끝내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지고 만난 다합과 다합의 이집션들은 충분히 따뜻했고, 우리는 여행을 계속하되 아프리카 종주를 포기하고 다합에서 두 달을 머물기로 했다. 결정한 이상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짐을 풀..
2017년 8월 24일, 목요일. 우여곡절 끝에 전날 밤늦게 페트라 근처 호텔에 도착했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출발해 앙카라 공항에서 노숙, 아침 비행기를 타고 암만에 내린 뒤 시내로 나와서 바로 와디무사 행 승합차 버스에 탑승해 4시간 반. 일부러 페트라 근처에 잡아둔 호텔까지 걸어와 짐을 풀고 나니 시간은 10시가 훌쩍 넘었다. 이렇게까지 급하게 움직인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페트라 캔들 나이트가 월, 수, 목 밖에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 목요일을 놓치면 꼼짝없이 주말을 요르단에서 보내는 수밖에는 없었으니. 아무튼 지친 몸을 위해 일부러 살짝 좋은 호텔을 잡고, 따뜻한 샤워 후 바로 기절했다.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요르단 물가가 워낙 비싼데다가 페트라 주변은 바가지까지 추가되니 ..
2017년 8월 21일, 월요일. 에페소스는 반드시 가야하는 곳이다. 이보다 생생하게 로마인을 상상해 본 도시가 없다. 이게 오래된 도시의 흔적을 돌며 내가 내내 떠올린 말이다. 그리고 이 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사진도 엄청 찍었는데, 글을 쪼개기가 애매해 60장의 사진을 이 글 하나에 올리기로. 셀축-에페소스 돌무쉬는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3리라). 입장료는 무려 40리라에 학생할인같은 건 없음. 파묵칼레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오늘도 아침일찍 방문했다. 시원하고 사람도 적고, 입구 화장실엔 고양이 떼가 출몰! 이따 다시 나오겠지만 공원 관리인? 직원? 쯤 되는 사람이 밥을 챙겨주는 듯 했다. 결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무서운 고양이떼. 남이섬에 온 듯한 길..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개고생 끝에 셀축에 도착했다. 데니즐리에서 셀축으로 오는 버스를 잘 못 고른것이 개고생의 원인. 5리라정도 저렴한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거리를 5시간 걸려서 왔다. 중간에 불쾌한 일도 좀 있었고... 버스회가 이름은 까먹었는데 혹시 우리처럼 움직이실 분들은 이게 직항인지, 다른 곳을 들르는지, 버스를 바꿔타야 하는지 확인하시길. 그래도 예약하고 찾아간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을 무료로 추가해 줘서 마음이 풀렸다. 셀축은 작은 마을이다.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광객은 에페소스 유적지만 보고 지나친다. 그야 사실 그거 말곤 딱히 볼 게 없으니까. 그건 그렇다고 치는데, 문제는 그 때문에 숙박비가 살짝 비싸다. 같은 가격이면 데니즐리에서 방 두개짜리 집을 빌리는데 여..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데니즐리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돌무쉬는 버스 터미널에서 자주 있다. 요금은 편도 4리라에서 3.5리라 사이로, 차마다 조금씩 다른듯 하다. 우리는 갈 때 4리라, 올 땐 3.5리라를 각각 내고 왔다. 괴레메의 버섯바위와 함께 터키 하면 떠오르는 풍경, 파묵칼레. 더워지기 전에 구경을 마치려고 아침일찍 다녀왔다. 시원하고 줄도 짧아 금방 입장할 수 있었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인원이 이 정도로 늘어난다. 거기에 티켓 창구는 두 개 뿐이라 줄도 겁나 길게 서야함. 파묵칼레 언덕 아래에는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있었다. 하지만 숙소나 식당에는 점심시간 까지도 파리만 날리는 현실.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 많이 방문하는지, 곳곳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적혀있다. 사진은 생략하고, 우..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안탈리아에선 큰 마트를 뒤져가며 스노클링 장비를 구비해 뒀다. 페티예에서 적어도 한 가지 투어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숙소에 들러붙은 우리 등짝은 좀처럼 떨어지질 않아서.. 3박 4일동안 동네 산책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구경갔던 수산시장. 각종 해산물들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물고기들을 구입해 옆에 늘어선 식당에서 차림비(?)를 내고 먹는 듯.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해산물에 대한 가치와 터키 물가에 비해 많이 비싼것 같아 사먹지는 않았다. 싱싱해보이기는 했음. 대부분 끼니를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다. 숙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좋아서.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숙소 추천 시작! 여기가 침실. 에..
2017년 8월 14일. 안탈리아에선 4박 5일을 머물렀다. 일부러 올드타운과 거리가 있는 콘얄트 해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둔 채 아이스크림을 통채로 퍼먹으며 굴러다녔다. 그러다 지루하면 스타벅스도 갔다가, 다른 카페도 찾아봤다가. 특히 해변에 있는 스타벅스는 풍경부터 분위기까지 매우 좋았다. 낮이든 밤이든 수영하다가 바로 나와서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점은, 진하게 마시기 위해 콜드브루에서 물을 빼달라고 하니 그만큼을 원액으로 채워서 제공해줬다는 것. 나와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이게 원래 터키의 인심인지. 불가리아에서 2천원 정도 주고 산 옷을 매우 잘 입고 다녔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인터넷 속도가 조금 느린 편. 근처에 있는..
숙소에 들어와선 친절했던 주인 아저씨에게 식당을 소개받았다. 맛도 가격도 평준화 되어있는 듯 한 동네에선 그게 나을것 같아서. 식당 간판. 어떻게 발음하는 지는 모르지만 괴레메 중심가 끝부분에 위치한 이층 가게이다. 저녁 무렵이라 좋은 자리가 딱 하나 남아있어서 재빨리 앉음. 음악은 유행에 살짝 뒤쳐진 듯한 영미권 팝송이 들릴듯 말듯 나오고 있다. 가게 내부 분위기 먼저. 한 층 더 위에는 음료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라 요리사와 서빙하는 직원이 다 형제자매인듯. 아주 친절한 직원의 추천을 받아 항아리 케밥 하나와 소고기 요리 하나를 주문했다. 터키에선 단 한번도 기분나쁜 응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언제나 한국인임을 밝히면 브라더를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했을 정도니까. (아마도)다..
2017년 8월 8일, 화요일. 유럽과는 달리, 터키에선 버스표를 예매할 필요가 없다. 워낙 버스회사가 많고 노선도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는 3주 정도 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만원버스에 탄 적이 없다. 비록 사프란볼루에서 괴뢰메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앙카라에서 갈아타야 하긴 했지만, 이만하면 자유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아, 하지만 같은 노선도 버스회사에 따라 요금이 5에서 10리라정도 차이가 나니 시간이 있다면 여러군데 물어보고 정할 것. 아침 10시쯤 출발한 우리는 앙카라를 거쳐 저녁무렵 괴레메에 도착했다. 괴레메도 차르쉬 못지않게 작은 마을이라 헤맬 것도 없이 호텔로 직행했다. 우리 호텔 식당에서 보는 풍경. 터키의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호텔들은 이상하게 식당을 조식용도로만 ..
2017년 8월 7일, 월요일. 에어비앤비가 아닌 숙소에 머무는 것은 오랜만이다. 우리는 숙소 가격도 가격이지만, 직접 음식을 해먹는 것으로 경비를 절약한다. 물론 와서 잘 흥정을 하면 더 저렴하게 머물수도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재미없고. 따라서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 짐을 푸는 것은 어쩔수가 없어서이다. 차르쉬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작은 마을이라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이 없고 비싸다. 위와 같은 이유 덕분에 터키에서는 호텔을 많이 이용한 것 같다. 각설하고, 호텔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요 조식에 있다. 이후에도 터키식 아침식사 하면 떠오를 만한 음식들이 제공된다. 여러 종류의 치즈와 달걀, 햄과 올리브 그리고 빵. 나는 베이글 식감의 왼쪽 빵을, 높은 부드러운 위쪽 빵을 좋아했다.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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