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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4일, 목요일.


우여곡절 끝에 전날 밤늦게 페트라 근처 호텔에 도착했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출발해 앙카라 공항에서 노숙,


아침 비행기를 타고 암만에 내린 뒤 시내로 나와서 바로 와디무사 행


승합차 버스에 탑승해 4시간 반.


일부러 페트라 근처에 잡아둔 호텔까지 걸어와 짐을 풀고 나니 시간은 10시가


훌쩍 넘었다.


이렇게까지 급하게 움직인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페트라 캔들 나이트가 월, 수, 목 밖에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 목요일을 놓치면 꼼짝없이 주말을 요르단에서 보내는 수밖에는 없었으니.


아무튼 지친 몸을 위해 일부러 살짝 좋은 호텔을 잡고, 따뜻한 샤워 후 바로 기절했다.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요르단 물가가 워낙 비싼데다가 페트라 주변은 바가지까지


추가되니 호텔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가자.


그리고 물, 큰 물을 반드시 1인 1병 챙길 것!


우리는 둘이서 한 병 가져갔다가 결국 비싼 물을 사마셔야 했다.. 부들부들.


선크림과 선글라스, 가능하면 모자도 필수템. 페트라는 넓은 곳이다.



요르단 패스를 구입해 왔다면 티켓 구매를 따로 할 필요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오른쪽엔 사람이 다니는 길.



왼쪽에는 말들이 달리는 길이다.


일단 들어가면 페트라 관광수익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베두인 족들이


말을 타라고 달라붙는다. 입장권에 포함된 거니까 무료라면서.


입장권에 말 타기가 포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말에 오르고 나면


팁을 두둑히 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미친놈처럼 달라붙어 호객행위를 하는게 아니라 한 두번 권유하고


붙잡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자.



말을 탈 돈도 생각도 없는 우리는 걷는다.


우리뿐 아니라 관광객의 90%이상은 말 호객꾼을 무시한 채 걷는다.


아직 페트라의 초입도 안됐는데 벌써 풍경이 멋있음.



아직 뜨거워지기 전인 오전이라 천천히 걷다보면 본격적인 협곡이 등장한다.


돌이 깎여나간 모양과 그 높이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여행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 이 곳도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안된다.


협곡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이나 모래바람, 그리고 다니는 사람에 비해 고요한 공기.


'페트라', 암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입구부터 사암이 둘러싸고 있는 느낌.



오전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사암 절벽 사이를 지나는 순간은


그 경험만으로도 비싼 입장료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두 번은 안가고 싶다고 공언한 곳이지만 사진을 보니 또 걷고싶다.


믿거나 말거나 이 도시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지나간 적이 있다고도 한다.


페트라 옆의 마을 이름도 와디 무사, '모세의 계곡'이다.


어딘가엔 모세가 지팡이로 물을 냈다던 샘도 있다고 하던데.


터키와 더불어 성지순례로 수없이 많은 기독교 인들이 찾을만 한 전설이다.



독특한 페트라의 건축(?)방식.


이 사막 한가운데서 무역을 하던 로마인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건물을 짓는다.


바로 돌에 새기는 것.


부드러운 사암을 위에서 아래로 깎아내려가며 건물을 조각해 내는 방식은


위 사진과 같이 미완성인 건물에서 유추할 수 있다.


로마인의 아이디어에 중동 사람들의 건축양식.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천천히 걷다보면 페트라 유적지의 첫 하이라이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릴 적 보았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몇 년 전 한국 드라마 미생에서 등장해 유명해진 알 카즈네 유적이다.


알 카즈네는 아랍어로 보물이라는 뜻으로,


파라오가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전설이 베두인족 사이에 전해내려오며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숨겨진 보물에 대한 소문을 듣고 탐험 끝에 페트라를 발견한 사람은 한 스위스인.


1300년만에 역사에 다시 등장한 페트라는 모든 유럽인들의 마음을 홀렸다고 한다.



얼굴이 달린 석상만 골라 파괴한 상냥한 무슬림들 덕에 잘 보존된 신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리스 양식이 모래바위에 진하게 녹아있다.



한 컷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신전의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이 커다란 건물을 디자인하고 꼭대기에서부터 설계대로 조각하며 내려오는


나바테아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막 유목민들에게 이 신전은 어떤 의미였을지.



알 카즈네를 감상하는 꿀팁은 정오가 되기 전에 오는 것이다.


신전이 동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그늘이 지기 시작해 빛이 바랜다.


일찍 출발해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도 조금 빠르게 걸을걸, 하며 탄식했다.


아, 잊을뻔 했는데, 저 신전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공간.


내부 사진이 없는 이유는 촬영이 금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알 카즈네를 바라보고 왼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이 신전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등산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늘안에 유적지를 다 봐야 하므로 오른쪽 길로.




잠시 좁은 길과 마차 호객꾼들을 지나치면 평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이 있던 흔적인지.


2세기에 로마에 점령당한 후 6세기에 발생한 지진으로 페트라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낙타나 우리들이나 덥기는 마찬가지.


평지에는 물과 음료수를 파는 상점이나 카페가 늘어서 있으나 가격조차 보지 않았다.



그럴듯한 보존상태의 원형극장.


여기까지 와서 문화시설을 만들어 낸거냐...



지금은 황량해도 알고보면 한때 무역 중심지로 꽤나 잘나갔다더니


내겐 이 원형극장이 그 증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물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깨끗한 물에 집착하는 로마인들이 그시절 물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



원형극장 맞은편으로 언덕같은 것이 보여 올라가 보기로 했다.


다합에서 동네 개보다 자주 많이 지나가는 양과 염소들이 이때는 신기했다.



꽤 높이 올라왔다. 어쩐지 힘들더라.



우리가 올라온 언덕과 이 신전을 포함한 지대는 납골당이 있던 자리라는 건


내려오면서 알게 되었다.



역시 이 신전도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높이 올라온 김에 바람이나 맞으며 잠깐 쉬었다.



미치도록 더웠다. 왜 페트라를 봄/가을에 가라고 하는지 몸으로 느꼈다.



이제 저 길을 따라 30분 정도 등산을 해야 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면 당나귀나 말을 적당히 흥정해 타고 가는 편이 좋다.


특히 이런 여름에는...



그늘이라곤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



아까 말했나? 이런 언덕을 오르기 위해선 물은 각 1병씩 꼭 준비하자.



그늘이 나오면 좀 쉬고.



당나귀나 말이 지나가면 벽쪽으로 붙어야 한다.


실수, 흥분, 장난으로 동물들이 우리를 벼랑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고.


지나가는 베두인 사람들마다 경고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본인의 길을 홀로 가는 당나귀.


앞뒤를 오래 살펴봐도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욕이 나오게 힘들어 포기할까 마음을 다섯 번도 넘게 먹지만,


중간 중간 상점에 누워있는 베두인 사람들이 거의 다왔다며


힘을 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그래.. 우리한테 택시사기 친 그새끼만 나쁜새끼지 나머지는 착한 사람들이야.



그렇게 응원에 힘입어 도달한 앗데이르. 수도원이라는 뜻으로


장례식과 관련된 신전이라고 한다.


그 규모는 보시는 바와 같이.


그런데 위 사진, 찍힌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다. 두 사람임.



여기도 마찬가지다. 높 혼자 찍힌 사진이 아니라 사진속에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찾아보신 분?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주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다시 호텔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여기서 돌아서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려올때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르다.



계속 위만 보면서 걷느라 놓치고 지나간 아름다움들.




숨이 막히게 아름답다는 말이 이때만큼 와닿은 적이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 고양이.


무슬림 국가답게 사막도시 구석에도 고양이가 있다. 심지어 대우도 좋음.



뜬금없이 참수형에 처해져 있는 마네킹.



돌아나올 때는 조금 빠르게 걸었다.



중간에 있는 교회를 비롯한 다른 유적지를 패스했는데도


한바퀴 도는데 소요된 시간이 약 4시간 반 남짓.


진짜 도시락까지 싸들도 하루종일 본다면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저녁에도 한 번 들어와야 한다. 하니 여기까지만 보고 나왔다.


글을 하나로 묶느라 올리지 않은 사진이 매우 많은데,


페트라에선 신전들을 제외하고도 놀라운 경치가 계속계속 튀어나온다.


살면서 한 번은 와보아야 하는 곳.


오면 좋은 곳 정도가 아니라 이정도 풍경이면 여행은 숙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벼운 점심을 사서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딩거의 소식을 듣고,


정신을 못차리고 울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다음 글은 그 이후에 방문한 페트라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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