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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7일, 일요일.


다합은 여행을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기대하던 곳 중의 하나다.


깨끗한 물과 낮은 물가와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까지..


나름대로 바쁘게 다니던 여행의 휴식지로는 다합만한 곳이 없어 보였으니.


따라서 당연하게도 다합으로 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워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난파선처럼 다합에 닿았다.


아직 낮이고 밤이고 울다 잠들기를 반복해도 파헤쳐진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여행을 끝내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지고 만난 다합과 다합의 이집션들은 충분히 따뜻했고,


우리는 여행을 계속하되 아프리카 종주를 포기하고 다합에서 두 달을


머물기로 했다.


결정한 이상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짐을 풀어놓을 곳이다.


지친 우리를 위해 숙소와 다이빙샵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구하기로 합의를


보았으나 그렇다고 지저분한 곳에 눕고 싶지는 않았다.


돈에 크게 개의치 않기로 하니, 작은 마을 다합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여러 블로그에서 본 대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집을 소개시켜 달라고도 해보고,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물어도 봤지만


결국 단톡방에서 소개해준 수단 사람이 소개해준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혹시 다합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블로그 글을 검색하는 분이라면,


우선 단톡방에 들어가 정보를 구하길 바란다.


시세도 빈집도 방법도 워낙 빠르게 변하는 부동산 상황을 따라잡기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인들의 정보망이 가장 믿음직스러우니까.


아무튼 깨끗하고 조용하며 여유있는 집을 찾던 우리는,


아살라 마켓에서도 한동안 걸어 올라가야 하는 집에 짐을 풀었다.



우리가 구한 집의 외관. 바로 보이는 이층집이다.



발코니에서 보는 풍경.


해변까지는 걸어서 5분정도 소요되며,


밤에는 늘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 수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공간.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보관하기 좋은 공간이다.


일층에는 집이 하나 있다. 대문은 물론 열쇠가 따로 있음.



안쪽 방이자 에어컨이 없는 방.


집을 쉐어해서 쓸 생각이 조금도 없는 우리는 저 침대에 한 번도 누워보지 않았다.


옷방과 빨래 건조방으로 사용함.


사진으로는 방이 작아보이게 나왔지만, 내 자취방 만큼 넓었다(...).



침실로 사용했던 에어컨방.


침대 옆의 옷장과 동일한 옷장이 옆방에도 놓여있다.


수납공간은 충분.


에어컨은 10월에는 두 번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시원했다.



에어컨 방에도 달려있는 작은 테라스.



앞의 건물에 막혀있어서 별로 쓸모는 없었다는 후기.



거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쪽 벽에는 티비도 달려있어 애용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넓고 깨끗.


두 달 하고도 며칠을 더 지내며 바퀴벌레는 커녕 개미 한 마리 보지 못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공간.


나의 유일한 요구조건인 오븐이 새것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부공사를 마친 후 처음 들어가는 손님이었는지,


티비, 냉장고를 포함해 오븐과 세탁기의 포장 스티커도 우리가 직접 뜯었다.


침대 매트리스와 옷장도 새거라 따로 청소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음.



주방 한켠에는 국경을 넘으며 들고 온 위스키 한 병.


팁이라면 팁인데 다합으로 바로 들어오시는 분은 위스키 몇 병 정도 가져오시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맥주야 뭐 그럭저럭 먹어줄만 하다지만 이집트 와인과 위스키(라고 주장하는 술)는


심각하게 맛이 없음.



주방 안쪽.


냄비 두 개와 작은 팬 하나, 그리고 각종 그릇과 식기가 구비되어 있으나


우리는 추가로 냄비를 하나 더 구해서 사용했다.


공간도 넓고 배치도 잘 되어있어서 요리하기가 편리했다.



욕조가 있는 화장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지내는 동안은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딱히 불편함을 모르고 지냈으나 겨울이라면 얘기가 다를 듯.


우리 뒤에 들어오는 백인들이 온수 관련 합의를 보는 것도 같았다.



과연 바닷가 마을 답게 발의 모래를 씻어내는 공간이 따로 있다.


처음엔 이건 뭐지??? 했으나 세상 편리함.



새 냉장고에는 맥주부터 채워넣고 시작했다.


사카라 맥주는 맛이 없어서 계속 스텔라만 마셨다.


한 캔에 19파운드, 1250원 정도 되는 가격이다.


두 달 지내면서 네 박스 정도 마신 듯.



그리고 옥상.


바다는 그리 가깝게 보이지 않지만 뒷산에 별이 아름답게 떠오른다.


밤에 별사진 찍고 놀기에는 최적의 환경.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도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여기서는 그닥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


아, 잊어버릴 뻔 했는데, 위 집의 가격은 큰 흥정 없이 3500파운드였다.


전기세는 불포함이라 우리가 냈는데 두 달동안 200파운드 정도 들었다.


열심히 흥정을 하면 더 내려갈 것도 같은데, 이미 충분히 피곤했음.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


중심가인 라이트하우스 근처에서 꽤나 떨어져 있는 덕분에


이 근처에 집을 얻어 사는 유럽인이나 현지인 꼬맹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바다이다.


과장하지 않고 평균 이틀에 한 번 씩은 수영하러 나간 우리는


구석구석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내며 놀았다.


바다 속 사진은 다른 글에 다시.



맨발로 뛰노는 꼬맹이.


유리조각이 즐비한 해변과 아스팔트 도로를


아이들은 항상 맨발로 질주한다.


어쩌다 슬리퍼에만 유리조각이 박혀도 질겁하는 우리는 현대문물에 찌든 쓰레기..


는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 가슴이 항상 철렁 내려앉았다.



시나이 반도의 불안정한 상황 덕분에 근처 공항인 샴엘셰이크 행 직항은


많은 국가에서 끊긴 상태.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 고객이던 러시아마저 직항을 끊어버려 손님이 없다고 한다.


아마 그 빈자리를 한국인이 많이 채우고 있지 않을까.


아무튼 가게 수에 비해 관광객은 턱없이 적어보이고,


이집션들의 명절을 비롯한 몇몇 날들을 제외하면 식당에 사람이 가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덕분에 한적한 거리와 적당한 물가를 유지중이기도 하겠지.



손님 잃은 파라솔.



말과 낙타는 못들어가는 해변.



누군가 한 입 먹고 남긴 포크.



세상 친한척을 해대는 고양이들.


맛있는 술과 돼지고기의 빈자리를 고양이들의 애교가 채워주는 중동.



집으로 가는 길의 바닷가.


이런 상태의 산책로가 2킬로미터는 족히 이어진다.


바람도 매우 시원하게 불고, 밤에도 전혀 위험하지 않아 좋음.


어찌됐건, 우리 다합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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