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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국가들, 아니 더운 지방이 으레 그렇듯

다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우리 집이 위치한 곳은 인적이 드문데

밤에는 그 밀도가 더욱 낮다.

그렇다고 위험하진 않지만, 우린 항상 둘이 다니고 너무 늦은 시간엔 외출을 삼가며 지냈다.



집 근처에 살던 고양이.

오며가며 부르면 달려와서 애교를 부리며

주변을 맴돈다.

두 달 지내면서 꽤 안면을 터서인지

우리 목소리만 들려도 어디선가 뛰어나오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라 찍을 수가 없다.

사료나 간식을 사서 먹이려 했으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같아서 참기로.



매일 새파란 다합 하늘은 밤에도 청명하다.

동네 불빛 덕에 쏟아진다고 말할 만큼은 못되지만,

그럭저럭 하늘을 채울 정도로 별이 뜬다.



건조하고 깨끗한 하늘의 가장 좋은 점은

바닷가에서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평선에 걸린 별을 보기란 한국에선 쉬운일이 아닌데,

여기선 일상이다.

제주에서 일 년 넘게 지내면서 몇 번 보지 못했던 풍경을

다합에선 매일 볼 수 있다.



모처럼 밤에 나왔으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두 달간 거의 가방에 들어있거나

실내에서 음식사진 찍는 용도로만 썼던

카메라는 모처럼 열일중 ㅋㅋㅋ

해변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빛이 잘 닿지 않는 곳도 많이 있다.

처음 도착했을땐 무서웠으나 나중에는

용기내서 걸어다님.



처음엔 멋모르고 낮에 열심히 장을 보러 다녔으나,

아살라 광장은 해가 져야 본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카페에 까마득히 모여든 축구팬들.

축구경기가 매일 밤 있는지 축알못인 나는 모르지만,

땅이 식어가기 시작하면 앞자리부터 하나 둘 사람들이 앉기 시작한다.



매일 장을 보던 마트와



타진집과 화장품가게 등이 있는 골목.

마트 진열상품은 깨알같이 변화가 있어

별거 아닌데 재미지다.



이 쪽은 사진관과 술집이 있는 건물.

우리가 지내던 집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먹이를 찾는 길냥이들.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밥먹는 사람들 근처에는

늘 최소 세 마리는 붙어있다.



정육점.

늘 보던 풍경인데 밤에 반짝거리는 걸 보니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

고기가 매일 있지는 않고, 며칠마다 한 번씩

소를 잡는 날이 있는 듯.



채소 및 과일가게는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전자식 저울이고 나머지는 구식이지만

가격은 크게 차이는 안난다.

신기하게도 거의 붙어있는 가게이고

보나마나 물건도 같은 사람한테 받을텐데,

물건의 종류나 질이 차이가 난다.

구식 저울을 쓰는 집 아저씨가 높을 좋아해서

항상 덤으로 뭔가 끼워주곤 했었음.



아살라마켓에서 유일하게 술을 파는 가게.

문이 잠겨있어도 불이 켜져있다면

주인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당황하지 않고 문 앞을 서성거리면

어디선가 주인이 나타나 문을 열어줌.



술집 고양이, 그리고 우리의 스텔라 맥주.

체류기간 중에 맥주 캔 디자인 바뀐게

너무 힙해서 웃겼다.



타진 집 옆에 있는 간식가게.

포장된 디저트 한 상자에 15파운드정도 했다.

앞에서 기웃거리면 먹어보라고

하나를 통째로 건네주는 아저씨가 있다.



가끔 수레에 디저트를 싣고 다니는 아저씨도 보인다.

둘 다 너무 달아서 한 번 사먹고 안먹음.



아살라까지 나가지 않는 밤에는 옥상에서 별을 본다.

사진에 찍힌 건 우리 집 옥상에서 보이는 뒷산인데,

시야를 막는 건물이 없어 밤 하늘 구경이 편하다.



오랜만에 젤라바도 꺼내서 입고.

모로코에서 큰맘먹고 산 젤라바는

추운 버스를 탈 때 쓰는 이불로 이용중이다.

중간에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잘 보이는 날이

있었으나, 이상하게 사진찍을땐 안떨어지더라..



한시간동안 찍어서 합친 뒷산 사진.

쏟아지는 듯한 별이 앞에 있고

저 뒤로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하루는 촌놈 부부님과 베두인카페를 다녀왔다.

택시를 왕복으로 대절해서 다녀와야 하는

이 곳은 이름은 카페지만 차나 커피가 목적이 아니다.



카페에서 언덕을 조금 오르면 보이는 밤하늘.

시내보다 불빛이 더 적어 탁 트인 별밤이 보인다.

왕복 택시비가 차 한 대에 150파운드?

그리고 카페에서 자리값 겸 한잔 주는 차 값이

10파운드? 정도 했던것 같다.

택시기사가 기다려주는 시간은 무제한.

우리는 멜론과 술을, 부부님께선 무려

간장치킨을 만들어서 가져오셨다!!!!!!

그게 너무 맛있어서 사진찍을 틈도 없이

다 흡입함. 저녁까지 먹고 갔었는데..



열심히 먹고 나서는 사진 타임.

거의 두 시간을 사진만 찍고 논 것 같다.



부부님 사진도 열심히 찍어서 다 보내드림.

뜻밖에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실컷 사진을 찍고 내려오니

카페에는 클럽이 열려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손님은 우리 넷 뿐인데,

직원들이 신났다.

형님은 악기를 하나 잡고 같이 리듬 타시는 중.



그와중에 동물을 사랑하시는 누님 곁으로

생전 처음보는 강아지가 다가와 무릎베개를 한다.

고양이도 매우 사랑하시지만 형님과 고양이가 궁합이 안맞는다고..



한바탕 춤판이 끝나고 직원들에게 내가 찍은

사진들까지 다 보여준 후 집에 돌아왔다.

이외에도 근처 사막에 가서 일박 이일 자고오는

투어도 가자고 하신 분이 계셨는데..

사막은 당분간 그만 가고싶어서 가지 않았다.

사진을 보니 풍경이 장난 아니던데.

다합에선 낮보다 밤에 놀자!

밤의 다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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