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귈하네 공원 앞에서 트램을 타고 갈라타 다리를 건넜다.
목표는 탁심공원과 그 앞으로 길게 뻗은 번화가 이스티크랄 거리.
탁심광장까지는 계속해서 가파른 오르막이라 힘들다.
혹시 우리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는 말인데,
지하철을 타고 탁심 역에서 내리는게 속편하다.
현지 주민들이 지내는 골목골목을 구경한 건 의미있었지만
오롯이 누리기엔 기온도 습도도 언덕도 높다.
그렇게 체감상 이십 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탁심광장.
선명한 붉은 색의 터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나는 터키만큼 자신들의 국기를 사랑하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터키에선 어디를 가도 붉은 초승달 기를 하나 이상 볼 수 있는데,
거의 마스코트 수준으로 사랑하는 듯. 가정집 베란다에도 심심치 않게 걸려있다.
광장 중앙에는 공화국 기념비.
이 근처에는 되도않게 비둘기 모이를 쥐어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이 있다.
자꾸 손에 튀밥? 을 쥐어주길래 그냥 땅바닥에 쏟아버렸더니 돌아서 가는 높에게
튀밥을 한주먹 던진다.
그것도 바로 앞에 경찰이 있어서 소심하기 그지없게.
덥고 짜증이난 상태라 당시엔 화가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김.
광장 앞으로는 이스탄불 최대의 번화가, 이스티칼 거리가 길게 이어진다.
서울 명동 분위기가 나는 이 거리는, 길다. 정말 길다.
끝에서 끝으로 걸으면 삼십 분은 족히 걸어야 함.
그렇다고 딱히 뭐 볼게 있는건 아니다.
서울이나 다른 도시의 중심가 처럼 길거리 음식을 팔거나 공연팀이 있거나 하는 정도.
길거리 초입에 스타벅스가 있길래 들어왔다.
여행 내내 차가운 커피가 마시고 싶을때면 스타벅스를 바라봤지만,
비싸서 도저히 사마실 수가 없었는데.
터키 스타벅스의 콜드브루는 톨사이즈가 8리라, 우리돈으로 2500원 밖에 안한다!
이상하게 저렴한 커피 가격을 체험한 후,
터키에 머무는 3주 동안 스타벅스를 다섯 번은 이용한 것 같다.
내 사랑 콜드브루...
와이파이도 빠르고 에어컨도 빵빵한 데다 무려 5층 짜리 건물이라 공간도 많다.
죄책감 없이 한시간 반 정도 편하게 앉아서 더위에 찌는 몸을 쉬었다.
체력을 어느정도 회복한 이후엔 길거리를 대강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중심가라지만 볼 것도 없고, 불가리아에 비하면 물가도 비싸니 쇼핑도 못한다.
날이 기울고 선선해지자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언뜻 보면 서울 한복판 같기도 하다.
명동이라기엔 길이 넓고 쾌적하니까(...)
시원해졌으니 다시 꺼내서 찍어볼까.
상당히 자유로운 이슬람을 믿는 터키이니 만큼, 복장의 다양성이 굉장하다.
재밌는 건, 자꾸 저 복장을 보다보니까 예쁘게 느껴진다는 것.
간혹 진지하게 눈만 보고도 얼마나 예쁜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하던데,
그 말이 믿길 지경이다.
골목에서 사진을 찍고 노는데 뜬금없이 끼어든 꼬맹이.
타이밍이 기가막힌다.
이때까지만 해도 삐끼천국 터키라는 말에 겁먹고 있던 우리는
아이가 돈을 요구할까봐 살짝 쫄았다.
하지만 아이의 유일한 요구는 사진을 보여달라는 것.
우리가 미안해...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오자 고양이 밀도가 치솟는다.
터키의 다른 도시는 몰라도, 이스탄불 만큼은 고양이 복지가 꽤 좋아 보인다.
길거리에 사료나 물이 놓여진 건 당연하고, 아파보이는 새끼가 있으면
주사도 놔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때깔 좋은 아이들이 많음.
핡 만지고 싶다.
500년이 넘었다는 목욕탕.
모로코에서부터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못했다.
유럽의 끝자락이면서 동남아나 인도 느낌도 배어나오는 이스탄불의 골목길.
더위도 잊을 만큼 아름답다.
이 날은 여기까지만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도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내 사랑 이스탄불, 첫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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