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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일, 목요일.
이 날은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전 날 외부 건물들을 보러 다니고 이 날 박물관들을 구경하기로 한 게 좋은 선택.
오늘과 내일의 일정은, 뮤지엄 패스로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을
힘닿는 데까지 다니는 것이다.
이게 단순히 패스 뽕뽑기 목적은 아닌 것이, 다녀본 결과 박물관 퀄리티가 상당하다.
이스탄불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꼭! 최소한 4박 5일은 하시길.
우리는 4박 5일을 했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어제 아침 첫 사진을 찍은 곳에서 오늘도 시작한다.
블루 모스크 입구의 맞은편을 보면
이렇게 생긴 입구의 터키&이슬람 박물관이 있다. 뮤지엄 패스로 입장 가능.
전시 물품은 이름 그대로 터키와 이슬람의 역사적 유물들.
내부에선 삼각대를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카드를 찍고 들어와 이층으로 올라오면 작은 정원이 있고, 전시관들이 이어진다.
겉보기엔 작은 건물이라 별 거 없을 줄 알았는데, 고고학 박물관 다음으로 볼게
많았다! 그리고 이슬람 역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방면 한정으로는 고고학 박물관 이상의 소장품이 있음.
본격적으로 관람 시작.
내부엔 이슬람 제국들의 흥망성쇠에 따른 유물들이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작은 주전자나 소품들이 독특한 매력을 뿜는다.
그리고 세상 화려하게 꾸며진 꾸란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꾸란은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던 시기의 물건이다.
기하학 문양을 치밀하게 새겨넣은 것이 볼만하다.
당시 사람들이 즐기던 게임도구(?)도 있고.
사진은 띄엄띄엄 올리지만 천천히 구경할 게 많다.
꾸란의 구절들인가? 아니면 무함마드의 격언들인가.
아래에 짤막하게 영어로 설명이 붙어 있다.
성스러운 무함마드의 발자국.
이건 시신을 넣는 관이다.
글자를 이용한 장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면 외계인 운반수단 같다.
박물관 정원에선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와 블루 모스크의 여섯 첨탑이
한 눈에 잘 보인다.
그늘이 있고 벤치도 있으니, 잠깐 앉아서 쉬어가기도 좋다.
뜬금없지만 박물관 투어가 좋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낮은 인구밀도, 또 하나는 빵빵한 에어컨.
박물관을 나와 오벨리스크 쪽으로 해서 블루 모스크를 감싸고 돌아 내려간다.
조금 걸으면 나오는 아라스타 바자르.
그랜드 바자르나 이집션 바자르와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다음 목적지인 모자이크 박물관을 가기 위해 시장을 절반쯤 통과한다.
호객행위가 전혀 없는 조용한 시장.
블로그에서 보기로는 고급 상품들을 취급하기에 그렇다는데,
가게 안을 들어가보지 않은 나로선 할 말이 없다.
비싼 맥주 가격에 절망해 생수를 들이붓는 드링킹 높.
오른쪽 어머니의 극혐 표정이 일품이다.
붉은 깃발 탓인지 언뜻 중국같기도 하다.
모자이크 박물관 역시, 뮤지엄 패스로 들어올 수 있다.
개별 티켓의 가격은 모름...
그리 큰 규모의 박물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잘 보존되고 복원된
동로마 시대의 모자이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 박물관은 특히 높이 좋아했는데,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와 그 아름다움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모자이크가 좋아 부풀어 오른 볼살.
아직 회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이 모자이크가 회화 역할을 했단다.
벽면에는 복원 과정과 모자이크를 감상하는 법, 주제와 상징들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친절하고길게 쓰여있다.
천 오백 년도 더 지난 시절의 모자이크들은 경비 아저씨도 멋있어 보이게 만든다.
박물관의 출구는 다시 아라스타 바자르로 통한다.
술탄 아흐메드 광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그리고 그 형제들
과 엄마 아빠.
장식장 안의 아빠고양이는 나를 죽여버릴 듯 쳐다보았다.
시장에서 벗어나는 길.
날이 흐리다 맑다를 반복하며 예쁜 하늘을 만든다.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서는 강아지도
사람도 낮잠을 즐기고 있다.
다음 박물관으로 가기 전에, 날이 맑은 틈을 타 광장에서 사진을 찍기로.
글을 적으며 다시 사진을 봐도 꼭 합성처럼 예쁘다.
뒤쪽에 엽서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 느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나는 옆머리와 수염을 바리깡으로 한 번 정리한 후 남은 머리는 묶고 다니기로 했다.
앞머리가 있으면 번거롭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머리를 묶은 데다가 수염과 검은 피부 덕인지 중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냐고 묻는
사람이 늘어난 건 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높의 물병.
아닌게 아니라 터키는 특히 길거리에서 물을 많이 판매하는데,
최소한 2리터 정도는 마셔주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이 덥다.
작은 물 한 병에 1리라=320원이니 그리 비싸지도 않음.
다음으로 들어갈 박물관은 예레바탄 사라이, 지하궁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곳이다.
이 곳은 이스탄불 뮤지엄패스로는 들어갈 수 없다.
할인수단도 전무하며 입장료는 1인당 무조건 20리라.
둘이 합치면 40리라나 되는 가격에 아주 잠깐 망설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들어가길 잘했다.
예레바탄 사라이는 직역하면 '가라앉은 궁전' 쯤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궁전은 아니고, 동로마제국 시절 사용하던 지하 저수지이다.
이 곳에서도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 사진은 무료.
이스탄불의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숲에서부터 지하수를 끌어와
저장하던 동로마 제국 최대의 저수지.
그 명성에 걸맞게 기둥이 끝없이 세워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14 X 65 = 910 제곱미터에 336개의 기둥.
총 8만톤의 물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곳의 기둥들은 잘 보면 모양이 일정하지가 않은데,
저수지를 위해 새로 만든 기둥이 아닌 제국 여기저기의 유적지와 건물들에서
떼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중에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셀축의 에페소스에서 온 기둥도 있다고.
그리스 사람들이 이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아,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위의 사진은 두 유적지와는 관계가 없다.
요렇게 독특한 모양의 기둥도 있다.
사진 맞은편에선 또 기둥 구멍에 엄지를 넣고 한바퀴 돌리며 소원을 빌고 있음.
얕게 차있는 물에는 동전들이 던져져 있고 중금속 탕에서
송사리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그리고 걔들이 커서 된게 이거.
저수조 끝자락에는 이 박물관의 상징,
메두사 머리 기둥이 있다.
1960년대 007영화에 등장하면서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
84년 보수공사를 진행하다가 발견된 이 머리는 예레바탄 사라이의 명성을
한층 높이는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뱀 머리카락을 가진 메두사 머리가 거꾸로 선 축축한 지하궁전.
단어만 잘 조합해도 꽤 그럴듯 하다.
그 바로 옆에는 역시 메두가 머리가 이번엔 옆으로 누워있다.
그렇다곤 해도 뜬금없이 왜 메두사의 머리가 이곳에 놓여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얘기... 는 아니고 그냥 뻔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는데,
내 의견으로는 그냥 기둥이 짧아서 원통에 가까운 형상인 머리를 붙인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묻고싶은 질문은 '왜 여기에 메두사 머리가?' 가 아니라
'왜 메두사 머리가 기둥 위가 아닌 아래에?' 이다.
공사의 편의성을 생각하면 머리 위에 기둥을 올리는 것보단 기둥 위에 머리를
올리는 쪽이 편하지 않나....?
이러나 저러나 머리에 피가 쏠린 메두사는 말이 없다.
들인 돈에 비해 관람시간이 매우 짧지만, 한 번은 들어와볼 만한
예레바탄 사라이도 여기서 끝.
이 다음은 고고학 박물관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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