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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5일, 금요일.



쿠스코는 오늘도 흐리다.


이드로 일렉트리카 까지 가는 버스는 픽업서비스가 없어서 새벽같이 광장으로.



정각이 되자 가이드가 우리를 데리러 온다.


조금 불편해 보이던 봉고차는 의외로 편해서 출발하자마자 꿀잠을 잤다.



세 시간은 넘게 산을 넘어 달리는 도중 들렀던 전망대.


비니쿤카 때도 말했지만 페루에서 버스를 탈 때는 안전벨트를 메고 눈을 감아버리는 게 이롭다.



우리를 실어다 준 봉고차.



비록 하늘은 흐리지만 안개 구름은 그것들 대로 매력이 있다.



중간에 들렀던 식당. 버스 가격에 포함은 아니고 10솔을 내고 먹어야 한다.


쿠스코에 비해 해발고도가 낮아진 탓인지 쌀이 잘 익은 것 같은 착각.


10솔이면 그리 비싼 건 아니지만 무작정 앉히고 나서 음식을 먹이고 돈을 내라고 하는 게 기분이 나빴다.


말이 나왔으니 적는건데, 이드로 일렉트리카 행 왕복 버스를 예매할 때는


돌아오는 차편을 확실히 해두는 게 좋다.


그럴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우리는 오버부킹을 해버린 여행사 쿠스코로 돌아올 때


두 시간 여를 길에서 기다려야 했고, 결국 자리 남는 차에 끼어서 와야 했다.



이드로 일렉트리카에 도착해선 철길을 따라 트레킹.


기차역 주변을 지나치면 음식을 구할 곳이 없으니 미리 밥을 먹거나


도시락을 준비해 와야 한다.



우리는 클래식 메뉴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를 준비해 옴.


저만 한 빵을 각각 두개씩, 그리고 물을 큰 병으로 하나 가져갔다.


아구아스 깔리엔테로 가는 길은 말이 좋아 트레킹이지, 철도 옆 길을 따라 걷는 거기 때문에


걷기엔 길도 안좋고 영 재미가 없다.




트레킹이라는 단어에 혹했다가는 실망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풍경만 보고 가야 한다.


시작할 때는 예뻐보여도 두 시간 넘게 보고있으면 아무 감흥도 없음.



기찻길을 따라 터널도 몇 개 통과해야 하는데,


우리가 걷던 날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라 축축하고 물이 많이 떨어졌다.



중간에 기차가 오고 가지만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충분히 피할 여유가 있다.


여행중 만났던 커플 중 하나는 쿠스코에서부터 아구아스 깔리엔테까지 열차를 탔는데,


좋기는 진짜 좋더라...


우리는 비에 젖은 쥐 꼴로 기차에 대고 인사나 했음.



그렇게 꾸역꾸역 걸어 도착한 마을은 친퀘테레를 연상시키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근처 호텔에 짐을 풀고, 물에 젖은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녔다.


생각외로 아구아스 깔리엔테의 유명한 음식은 피자(!)


유명한 음식점을 검색해 보면 전부 피자를 팔고 있었다.


마을 위치도 위치인 만큼 가격은 매우 비싼 수준.



하지만 우리들의 시장은 배신하지 않는다.


저녁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밥을 파는 곳이 있어서 다행.



소고기 채소 볶음 로모 살타도를 얹어주는 밥을 먹었다.


남미 여행도 3개월차에 접어든 우리는 이제 식당 아줌마와 호구조사를 마칠 정도의


스페인어는 구사할 줄 알게 되었고, 밥먹는 내내 가족관계를 설명해주고 들으며 놀았다.


페루와 에콰도르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매번 내 가족관계를 묻는다.


부모님은 어디계시냐, 형제 자매는 몇명이며 나는 몇 번째냐 등등.


그만큼 가족이 중요한 가치인가 싶어 재미있었다.



조금 건너뛰어서 2018년 1월 6일, 토요일.


계속되는 비 예보에 마추픽추를 걸어올라가는 계획을 취소해버린 우리는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가격은 일인당 40솔정도?


그리 비싼 값은 아니지만 걸어내려오며 보니 날이 좋을 떈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니


걱정말고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처럼 새벽 첫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이미 길거리는 줄로 가득.


상점에선 마추픽추에 올라가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같은 것들을 팔고 있다.


우리는 호스텔에서 조식 대신 빵과 과일 등이 포함된 도시락을 챙겨줘서 가지고 다님.



새벽무렵의 산 아래는 춥지 않은게 이상하다.


정신나간 표정으로 서있으면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티켓을 확인하고,


순서대로 버스에 태워서 올려보낸다.


줄이 길어도 걱정할 것 없다, 버스가 2분에 한 대는 출발하는 것 같으니까.



질척질척한 도로를 오르는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들.


이대로면 마추픽추 구경은 물건너간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날씨에


우리를 비롯한 관광객 모두 표정이 안좋았다.



일단 입장.


마추픽추 내부는 길이 좁고 사람이 많아 보통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가야하기 때문에


단체관광객에게 말려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역주행을 하려고 들면 불편할 뿐 아니라 직원들이 막 뭐라고 함.


그리고, 마추픽추는 티켓 하나로 총 두 번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책 변경으로 입장 시간이 오전/오후로 제한이 되다보니 사실 유명무실한 입장 횟수..



참고로, 마추픽추 관광시 가이드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규칙 또한 유명무실하니,


우리처럼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마음 놓으시길.


마추픽추는 가이드 수가 결코 관광객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다.



우선 꾸역꾸역 등산.


위에 잠깐 적었지만 새벽 차를 타고 올라오면 관광객이 없어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다.



공중도시를 산책하듯 걷는 건 기분이 좋다.


유독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면 그 곳이 사진 스팟.



끝내 페루여행에선 먹어보지 못한 라마들이 풀을 뜯고 있다.


같이 사진을 찍거나 해도 제재하는 사람들이 없는 걸 보니 수익목적으로 풀어둔 건 아닌듯 했다.



잠시 구름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고대도시.


도시라기엔 수용인원이 2000명 정도에 불과해 좀 작다.


비가 계속 내려도 배수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물이 넘치지 않는 게 꽤 신기했다.



사진 좀 찍을 줄 아는 라마님.


허리부분이 살짝 합성처럼 나왔다.



진짜로 손을 올리려고 하면 라마가 화들짝 놀라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손이 닿을락 말락 떠있음.


그래도 저만큼 사람이 접근해도 놔둘 정도로 사람한테 익숙한 듯 보였다.



본격적인 마을 구경에 앞서 라마와 친분쌓기.



둘이서 셀카를 가지고 밀당하는 사진 찍는 것도 꿀잼이다.



숙소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을 뜯어먹으며 도시를 감상하는 중.


들어보니 조식이 포함된 게스트하우스는 보통 도시락으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겸사겸사 체크아웃이 빨라지는 효과가 있으니 윈윈.


아무리 생각해도 장사는 드럽게 못하는 볼리비아&페루에서도


간혹 이런 아이디어가 보이는 건 신기하다 못해 생경하다.



여기까지 찍고 나도 좀 찍어ㅈ... 하는 순간



응 구름^^


내 사진은 고사하고 갑자기 엄청나게 쏟아붓는 비에 망연자실 해졌다.


해서 카메라는 정리해서 집어넣고 우비를 입고 관광을 다녔다.


사진은 핸드폰으로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음.


그리고 실제로 구경하고 돌아다녀 본 마추픽추의 모습은 남미뽕을 거르면


그다지 와닿는 부분이 없었다.


차라리 앙코르와트가 훨씬 멋있고 볼 게 많은 정도..


살면서 한 번은 와볼 만 하지만 두 번은 글쎄...? 싶은,


숙제같은 곳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가 산을 내려올 때까지도 비는 계속됐고,


위와 같은 복장을 한 채로 걸어내려와 이드로 일렉트리카까지 걸어갔다.


이래저래 페루에서는 날씨가 안도와주는 듯.



다 내려와선 기차역에서 10솔짜리 점심메뉴.


관광지라 매우 비쌀 줄 알았는데 시장과 가격이 비슷했다.


조금 괜찮은 곳에서 피자를 먹을 생각이 아니라면 전혀 부담 안되는 듯.


이렇게 내려와 우여곡절 끝에 쿠스코에 무사히 도착하고 나니 늦은 밤.


빗줄기는 쿠스코까지 따라와 우리를 괴롭혔고, 죽은듯이 잠을 잤다.


애증의 마추픽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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