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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일, 토요일.
이탈리아를 벗어나는 교통수단은 배로 정했다.
전날 버스를 타고 앙코나로 이동 후 배에서 하룻밤을 보냄.
날이 구리던 앙코나.
선착장과 티켓 체크인 하는 곳이 멀어서 신경을 좀 써야한다.
우리와 함께 아드리아해를 건너갈 여객선.
좌석이 있는 티켓이 아닌 가장 저렴한 입석 티켓을 샀으므로,
대충 식당칸 구석에 자리잡는다.
배로 여행은 오랜만이다.
이렇게 배까지 타고나니 배, 비행기, 기차, 버스까지 모두 이용하는 알찬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항이 많이 지연되었지만 어차피 아침일찍 도착하는거라 별 상관은 없다.
출항하는 풍경.
식당칸 더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이 우리 둘밖에 없으니 굉장히 노골적으로 쳐다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침낭을 꺼내들고 꿀잠을 잤다.
나는 주변이 시끄럽거나 밝으면 잠을 거의 못자는 편인데,
군에서 2년간 단련한 탓인지 배 엔진이나 축 돌아가는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려서 더욱 푹잤다.
그리고 아침일찍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 도착.
너무 이른시간이라 조용히 기다릴 요량으로 호스트에게 연락을 해보니
데리러 오겠단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는 우리를 차에 태우고선 아직 이전 게스트가 방을 이용중이니
시간도 남는 김에 도시 투어를 시켜주겠다는 호스트 부부!
크리스티나와 빙코 부부.. 오죽 고마우면 이름도 잊지 않고 있다.
숙소는 시내에선 조금 떨어져있지만 시설이 좋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을 아래 링크로.
https://www.airbnb.co.kr/rooms/13949705
몸이 편찮은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호스트 부부는,
친절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유쾌했다.
낮에 오면 관광객이 많고 해산물 시장도 닫으니 한바퀴 돌아보자는 부부.
그래서 뜬금없이 스플리트 새벽투어 시작!
먼저 그레고리 닌스키 주교상.
스플리트 출신의 주교인지 동상이 크게 세워져 있다.
자세히 보면 엄지 발가락이 사람손을 타 찬란히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을 비는거라고.
골목길엔 인적이 드물다.
원래 이렇게 여유있는 곳인가 싶었지만,
낮에 다시 방문하고선 우리가 굉장히 운이 좋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스트 부부와 이야기를 하며 걷느라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다.
스플리트 구시가지의 축소판.
작은 주교상도 역시 빛난다.
나도 이 조그만 엄지발가락에 손을 대어봄.
성당도 보고, 성벽도 보고, 설명도 듣고 아직 열리지 않은 기념품 가게도 보고.
그리고 신선한 해산물을 굉장히 저렴하게 팔고있는 피쉬마켓도 구경했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피쉬마켓은 낮에 왔을땐 파리 한마리 날고있지 않았다.
해산물을 사거나 적어도 구경이라도 하려면 왠만큼 부지런해선 택도 없는듯.
스플리트의 메인 광장.
시계탑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 곳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 있다.
하지만 중심지이고 관광객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곳이라 물가가 비싸다고.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커피가 저렴하다며 우리를 데리고 간 곳.
사진으로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스플리트의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해변이 아니라 항구가 있는 바다라서 크고작은 배가 오락가락 하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음.
조금 전에 아침을 사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기어코 커피는 사주고야 만다.
그것도 내가 미안해서 커피만은 내가 내겠다고 했더니 이미 계산 끝났다고....
0.8유로? 정도밖에 안하는 커피였지만 죄지은 기분으로 마셨다.
커피를 마시면서 부부와 대화를 하는게 재미있었음.
한국사람은 처음 봤다며 눈을 반짝거리는 부부에게 남한과 북한의 관계,
중국어와 한국어의 차이, 그리고 일본어와의 유사성 등을 이야기 해주니
거의 학생처럼 경청한다.
그리고 나서는 호스트가 이전에 경험했던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친밀도 상승에는 남얘기가 만국공통이다.
호스트와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생각을 요약하면:
중국인은 시끄럽고 섞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고,
이탈리아인은 밥값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등 좀도둑이 많고,
영국, 미국에서 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왕이라도 된 양 행동한다.
이 부분에서 정확히 Act like a king 이라고 언급함.
여기서 완전히 빵터지며 공감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군.
이 부부 호스트는 우리의 스플리트 여행 내내 계속해서 도움을 주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버스 정보라거나, 비행기 티켓을 인쇄할 곳을 알려주고
이상한 남자가 접근하면 쫓아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체크아웃 하는 날엔 우리 나름대로 선물로 꽃을 준비해 주고 왔다.
이름 외우는 걸 정말 못하는 내가 완벽히 기억하고 있는 두 사람.
글을 쓰다보니 벌써 보고싶다.
유쾌한 간판.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되어 체크인을 하고, 잠시 쉬다가 다시 나왔다.
아침에 무려 현지인 가이드에게 설명을 들었으니, 열심히 다녀보자!
하고 그 사람많은곳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큰 성당과 그 앞의 유명한 카페, 파리도 날지 않는 피쉬마켓과 광장, 바다까지.
그런데 왜 이렇게 말로만 때우냐고?
메모리카드 오류로 사진을 다 날려먹은 것을 마지막에 가서야 알았으니까.....
하.. 메모리카드쌔끼 죽여버리고 나도 죽고싶다....
여행 나오기 전에 새로 구입한 64기가 샌디스크 메모리카드가 자꾸 오류를 일으킨다.
그래도 지난번에 한번 날려먹은 이후론 괜찮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그냥 8기가짜리 소니 메모리카드로 바꿔끼웠다.
사진을 자주 옮기면 되겠지 뭐...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진 저장용으로 가지고 나온 1테라짜리 외장하드가 갑자기 먹통이 된 것이다.
내가 이걸로 특별히 뭘 하지 않는데 왜 이런일이 벌어진건지 아직도 모른다.
잘못했다간 메모리카드 수준이 아니라 88일간 찍은 사진 원본을 몽땅 날리게
생겼으니 멘탈이 나갈만도 하지.
결국 외장하드 문제는 다음 도시에 가서야 해결되었고,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 임시 자료(드라마, 영화 등)를 전부 날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겨우 이탈리아를 벗어났는데.....
마을 한바퀴 다 돌고 바다에 와서야 사진이 전부 날아간 것을 알게된 순간의 모습.
그래서 스플리트의 낮시간 사진은 없다.
그리고 이후의 사진은 전부 전화기로 찍은 것.
오랜만에 아이폰se가 열일했다.
아, 여담으로 바닷가 근처에서 튀긴 도넛?에 각종 토핑을 올려 파는 간식이 있는데
달다구리하니 맛난다!
어찌됐든, 사진을 다시 찍겠다고 시내를 돌기엔 사람도 너무 많고,
덥고 지친다.
그래서 그냥 움직이던 순서대로 전망을 보러 올라가기로 한다.
스플리트 구시가지는 아주 작기 때문에, 굳이 지도를 보고 다닐것도 없다.
이렇게 생긴 표지를 따라 올라가면 됨.
하루 종일 계단 한 가운데를 지키던 켈베로스달마시안을 지나
(짧은?)등산을 하면 된다.
조금 주의할 점은, 스플리트의 보도블럭? 은 유난히 미끄럽다.
호스트 부부에게 물으니 그게 돌이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를 응축시켜
재활용 한거라서 그렇다는데.. 열심히 검색을 해봐도
팩트체크를 하지 못했으니 그냥 미끄럽다고만 알아두자.
바닥이 젖어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슬리퍼를 신었으면 쭉쭉 미끄러지니
계단에서는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
중간 전망대에 도착.
이쪽은 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 풍경 구경하기가 좋다.
벤치에는 핸드폰 충전을 위한 USB 포트가 있었으나 작동하는지 확인은 안해봄.
여기서 더 올라가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려나? 싶어 더 올라가본다.
뭔지 알수없는 식물이 잔뜩.
여태 올라왔던것 만큼 더 올라가면
오래된 예배당? 기도실? 같은 벽돌 건물이 있다.
지붕 끝은 이렇게 생겼고
문이 잠겨있어 손만 집어넣어 찍은 내부 사진.
사람들이 앉아있기엔 좁아보이고 개인 기도실 정도가 적당한듯 하다.
아무튼 열심히 올라왔으니 풍경을 다시 보면,
내가 올라오는 속도보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 등산 잘했다....!
어째 갑자기 되는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것은 기분탓.
꿋꿋히 내려와 구시가지 구경을 마친다.
파란 하늘과 바다 위에 배들이 떠있는 풍경이 그럴듯 하다.
물도 깨끗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더럽고 근처에 가면 썩는 냄새가 난다.
하지만 사진에선 냄새가 안나니까 많이 올려야지.
알고보니 스플리트는 최근에 방송에도 나온적이 있고,
신혼부부들이 의외로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휴양지 치고는 저렴한 물가 탓인것 같지만, 우린 아무런 투어도 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여행은 내내 휴식.
그런데 예상보다 크로아티아 물가는 싼 편이 아니다.
마트 물가만 보면 그리스, 이탈리아와 비슷함.
우리가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크로아티아의 아파트는 굉장히 특이하게 생겨서 스카이라인이 멋지다.
우리의 숙소. 넓지는 않았지만 에어컨과 테라스, 세탁기가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저녁을 먹고 외장하드가 날아가 드라마도 못 보는 우리는 심심하다.
걸어갈만한 거리에 작은 해변이 있다기에 구경하러 가보기로 한다.
역시 독특한 스카이라인.
스카이라인...(?)
모로코에 비해 고양이들이 사람을 너무 경계해서 어쩐지 미안하다.
미래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
숙소에서 천천히 걸어 15분이면 해변에 닿는다.
에반게리온 보는것 같아.
열심히 도착한 해변은 그리 넓지도 깨끗하지도 않았다.
발이라도 담가볼까 생각도 사라질 만큼이나.
아주 소수의 인원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나름 해변이라고 클럽이나 카페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밤문화를 즐기려면 구시가지가 아니라 이곳을 와야 할듯 하다.
호스트의 말로는 밤에도 굉장히 안전하다고 하니,
어둑한 골목을 휘젓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 놀러나올만 한 듯.
우리는 조용히 사진이나 찍고 앉아있다 집에 왔다.
남은 하루는 비가 내려 집에서 뒹굴뒹굴.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디있는지, 아니 있는지 조차 몰랐던 나라 크로아티아에
이토록 마음을 빼앗길 줄은 몰랐다.
질리도록 듣고 해서 단물 다 빠진 말이지만,
역시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라 전체가 다 좋아진다.
물론 이후의 도시에서 만난 크로아티아 사람들도 더없이 좋았음.
스플리트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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