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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글을 두 개로 쪼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전 글의 사진이 30장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고,


다음 날의 일정이 꼬여버려 사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포로 로마노를 나와 버스를 잡아타고 진실의 입이 있는 


코스메딘 산타 마리아 성당으로.



성당 안은 별 볼게 없다.


건물도 그리 높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에도 별로.



진실의 입 옆면이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형상화 했다는 얘기도 있고


단지 하수도 구멍이었다는 얘기도 있는 이 조각품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절단된다는 전설이 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라는 것이 폭발.


저렇게 손을 넣고 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의 줄이 매우 길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나름 입장료라고 2유로를 받고 있음.


그래도 도무지 줄은 짧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만 보고 지나감.



진실의 입 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조국의 제단 뒤쪽으로 계단이 보인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캄피돌리아 언덕으로 향하는 계단.


위로 올라갈 수록 폭이 넓어져 아래에서 보면 언뜻 짧아보이는 이 계단을


디자인한 사람은 미켈란젤로다.


같은 센스가 피에타, 다비드 등 조각에도 발휘된 것을 보니 어떤 일관성이 있다.


계단 양쪽을 지키고 선 것은 유피테르의 쌍둥이 아들 디오스쿠리 형제.



기독교가 로마에서 극성을 떨칠 당시, 콘스탄티누스 대제로 오해받아


살아남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동상.


이 것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상은 우상 취급을 당해 녹여졌다고 한다...


중동에서 유적지를 파괴하며 날뛰고 있는 누군가가 생각나지만 넘어가기로 한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다른 말로 카피톨리노(Capitolino)광장이라고 불리는데,


이 단어가 현재 영어에서 수도를 뜻하는 Capital의 어원이 된 것은 자명해 보인다.


로마의 길고 찬란한 역사동안 당연하게도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한데, 역사적으로 최초의 부의 재분배를 추진했던 귀족출신의 호민관


그라쿠스 형제가 이곳에서 살해되었다.



물론 그 시절의 광장은 지금 다 풍화되어 박물관에 들어가 있고,


현재의 광장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동상을 중심으로


미켈란젤로가 새로 디자인한 것.




광장 뒤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포로 로마노가 아까와 다른 각도로 펼쳐진다.


가까이에 보이는 기둥은 새턴 신전, 멀리 보이는 세 개의 기둥은


캄파돌리오 광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카스토르, 폴룩스의 신전이다.


아, 참고로 이 형제는 쌍둥이 자리의 알파성, 베타성을 맡고 있기도 하다.



새턴신전의 왼쪽으로는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


그리고 그 왼쪽으로는 베스파시안과 그 아들 티투스를 위한 신전터이다.



모아놓고 보면 이런 배치.


건물 터만 가지고 상상으로 복원을 한 후, 그 안에서 생활하는 로마 사람들을


떠올려 보니 갑자기 나도 제국 시민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조금 더 포로 로마노를 자세히 돌아보면, 수로나 목욕탕 등


기반시설도 찾을 수 있는데, 2000여년 전 치고는 굉장히 살기좋은 동네였겠지.



그와중에 고장난 네비 높선생.



다시 미켈란젤로의 계단을 내려와 옆의 거대한 건축물, 조국의 제단으로 향한다.



20세기 초에 완공된 이 기념물은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기려 19세기 후반부터 짓기 시작했다.


타이프라이터(구식 타자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한 이 곳은


그 웅장함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역사적 건축물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혹평을 들었다.



어찌됐건 입장료는 무료이다. 올라가 보기로 한다.




천사상 및 각종 조각상들의 모습이 그럴듯 하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멋진 곳인듯.



계단 끝에는 동상이 있고, 헌병들이 양 옆을 지키고 있다.


안쪽엔 무명용사를 위한 기념비도 있다고 하고.



앞의 베네치아 광장에서 바라보면 이와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제단 위쪽으로 서있는 것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동상.


네 시가 지난 이 시점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아무리 물과 음료수를 사서 마셔도 흘려대는 땀 때문에 체력이 다 나간 상태.


거기에 더해 사실 바티칸을 제외하고 큼직큼직한 것들은 이미 다 보았기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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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2017년 6월 28일 수요일.


엄청나게 더운 날씨와 시끄럽기만 한 작은 선풍기에 시달리다 잠에서 깼다.


찬물로 씻고 다시 누워도 한 때 뿐.


내가 왜 여행까지 와서 비싼 숙소비를 내고 이 개고생을 하는것인가..



회의감에 시달리다 보니 날이 밝았다.


오늘의 '예상' 일정은 성베드로 대성당을 들러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간 후,


판테온, 트레비 분수등을 보며 중간에 아이스크림도 사먹는 것으로 구성된다.


덥고 졸린 최악의 컨디션에 느릿느릿 아침을 차려먹고 더 늦기 전에 씻고


성베드로대성당으로 가려고 하니..


갑자기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어차피 하루종일 내릴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원해지고 좋지 하려는 찰나..!


갑자기 대규모 정전.


처음엔 두꺼비집이라도 내려갔나 했으나 그런게 아니고,


나중에 보니 한블록 전체가 정전이었다.


그래도 아직 비가 있으니까 괜찮아..


는 소나기마저 바로 그쳐버렸다.



내렸던 비가 기화되기 시작하며 졸지에 선풍기 하나 없는 찜통에 갇힌 상황.


정전이야 뭐.. 금방 괜찮아 지겠지 ㅎㅎㅎ


하고 차라리 잘됐다며 어둠속에서 찬물을 끼얹고 나와


얌전히 기다렸다.


ㅎㅎ 하지만 아무리 전력 복구가 안됨.............. ㅎㅅㅎ



아주 많이 과장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끄럽고 시원찮다고 타박했던 선풍기에게 인공호흡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정오는 점점 다가오고.. 화장실이 어두워 씻기는 힘들고.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땐 이미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래서 그야말로 대강 씻고 선크림만 바르고 땀흘리며 집을 나섬.


가장 먼저 첫 목적지이자 나의 유일한 목적지, 성베드로 성당으로 향했다.



새치기를 견제하며 줄을 서서 짐검사를 받고



드디어 만난 성베드로 광장!



이 오벨리스크 위의 청동십자가 안에는 


성녀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성 십자가의 파편이 들어있다고 한다.



일종의 해시계 역할도 하는 오벨리스크 양 옆으로 놓여진 분수.


원래는 이 곳의 방문자는 분수의 물로 머리를 적신 후에 들어가야 했단다.



광장을 둘러싸고 서있는 역대 교황들의 모습.



역시 관광객이 엄청나게 많다. 드디어 성당 안으로...... 음?



교황성하 여기서 뭐하세요...?


하... 광장에 와서야 새로 배운 사실이 하나 있다.


매주 수, 일요일엔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미사가 열리고,


광장에서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것.


덕분에 성당 입장 시간도 일찌감치 끝난다는 것.


즉, 오늘은 성당을 구경하지 못한다는 것...



그 말은 즉, 원래 계획대로 아침일찍 왔으면 볼 수도 있었다는 뜻도 된다.


그러니까 그게...


하....



..일단 성당의 겉모습이라도 찍고 나가기로 한다.



성당의 입구는 로마 초창기 성전답게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예쁜 사진을 찍으려면 정오 이전에 와야 한다.



교황님. 무슨말씀인진 몰라도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뵐게여....(복선)


겨우 멘탈을 추스르고 골목을 돌아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성당 방향에서 나오는 사람만 있고 들어가는 사람이 없어...?


설마설마설마 하며 근처에 가보니


대성당과 마찬가지 일정으로 오늘은 닫았다고..................................


그리고 내일도 열지 않는다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내일은 대체 왜 열지 않는 것인지 물어봤어야 했다(복선2).


그러니까 


미켈란젤로가 


이들 바득바득 갈며 그린 


천장화는 


물건너 


갔다


.


.



지린내 나고 덥고 습하고 선풍기는 시끄럽고


그나마도 정전이라 못쓰고 못씻고 잠도 못자서 피곤한데..


대체 로마는 나에게 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순간 멘탈이 위험했다.



그 직후 높의 뒷모습.


담배라도 피우는 것 같다.


여기까지 적고 다음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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