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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 황인찬

Vagabund.Gni 2023. 9. 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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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드라마나 영화라면 지금이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영대의 얼굴에 드리운 거리의 빛을 보며 형식은 생각한다

 

    겨울밤

    사람들의 입에서는 조금씩 영혼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명이 꺼진 실내로 크리스마스캐럴이 흘러들어오고 있었고, 형식과 영대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이 작은 땅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형식은 사랑을 시작하려다 말고 밖을 보며 생각한다

    그것은 갑자기 찾아온 침묵을 견디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때를 천사가 찾아온 것이라 한다고, 형식은 영화에서 들은 말을 떠올린다 그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밤은 고요하고 거룩한데

    사람들은 아직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밖을 헤매고

 

    말 없는 영대의 입에서 영혼의 흐린 빛이 흘러나왔다

 

    침묵의 천사가 이 자리에서 우리를 찾아와 다시 떠나고 있다

    형식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것이 이 장면을 구성하는 유일한 사실이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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