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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여기는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밤이라고 쓰고 거기는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의 어두운 골방이라고 믿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비정하고도 성스러운 이 세계 앞에서 경악했고 그 야설(夜雪)을 받아내느라 몸은 다 추웠다. 어두운 화장실에 앉아 항문으로 흘러나온 피를 닦으며 나는 자주 울었다. 나는 그것을 간직했다.
고백하건대 시는 내게 현기증 같은 것이었다. 현기증은 내 몸으로 찾아온 낯선 몸의 시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서러워서 길바닥에 자주 넘어졌다. 그사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무수한 책들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나는 여러 번 아버지가 되지 못했으며 눈이 외롭던, 기르던 강아지는 병으로 두 눈을 잃었다. 한 놈은 직접 내 손으로 버리기도 했다.
아들이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수술 전 자궁의 3분의 1만이라도 남겨달라며 의사를 붙잡고 울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비근한 삶에 그래도 무겁다고 해야 할, 첫 시집을 이제 잠든 당신의 머리맡에 조용히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초대받은 적도 없고 초대할 생각도 없는 나의 창(窓). 사람들아, 이것은 기형(畸形)에 관한 얘기다.
2006년 여름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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