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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아무 새론 소식도 없이 우리를 노보시비르스크에 내려주었다.


이미 해가 지고있던 터라, 호스트와 연락을 해 숙소 체크인을 했다.


그런데 이 숙소, 굉장히 좋다!


어느 아파트의 10층 원룸 하나를 빌려주는 건데,


층수가 있다보니 도시의 야경이 아름답게 보인다.



게다가 방도 깨끗하고, 무려 드럼세탁기와 굉장히 빠른 인터넷이 깔려있다.



이런 곳에다가 홍보를 해주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노보시비르스크에 오실 일이 있는 분들은 이 곳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airbnb.co.kr/rooms/13694251


호스트 아주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잘 웃는 얼굴의 아들은 우리를 근처 마트까지 인도해 주었다.


영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번역기 어플까지 준비해 온 세심함이 좋았다.


장을 봐온 후 우선 빨래를 돌리고


날로 맛있어지는 잡탕 스프와


지난 주 무한도전과 함께 맥주를 조금 많이 마시고 잠이 들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좋지 않았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아직 구름이 있을 때 도시를 가볍게 한바퀴 돌기로 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새로운 시베리아'라는 뜻이다.


그 말 대로 시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러시아 전체로 치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땅 위에선 트램이 다니고,


아래에선 지하철이 다니며 도로가 왕복 6차선은 기본으로 깔려있는 도시이다.



물론 걸어다니는 우리는 그런거 없고 안전한 길로 걷는다.


아직도 한창 개발중인지 건설중인 높은 건물이 매우 많았다.


주상복합 건물로 보이는 아파트도 많이 있었고.



노보시비르스크는 나에게 있어


명절 기간의 여의도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 차갑고, 인구밀도가 낮은것 처럼 느껴지고,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내가 그렇게 보고싶어서 그렇게 보이는지 몰라도,


이 도시의 사람들은 상당히 무심하게 흘러간다.


적의도 선의도 호기심도 없는 눈빛으로 이방인에겐 관심도 없이.


편하고 좋았지만 조금 추웠다.



다른 곳은 다 못봐도 하나 보고싶은 성당이 있어 가는길에 찍은 사물.



그리 이른시간이 아닌데도 사람이 없다.


부활절이라 다 교회가고 없나...?



귀여워서 찍어본 횡단보도 앞 동상.


크게 볼 건 없는 도시다.



길 건너편에 성당이 보인다. Alexander Nevsky Cathedral 이란다.


입구엔 금속탐지기로 모이는 기계와 경찰들이 상당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성당이라는 뜻이겠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한다는 문장.


성당 울타리 안쪽에선 무엇인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려는 순간,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각자 준비한 음식들을 테이블 앞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사제는 그 사이를 돌며 음식에 축복을 내려주는 듯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나 망설였으나 주변 신도들도 다 찍고 있기에 동영상을 찍어봤다.



처음엔 사제들이 교회 건물 위 십자가를 보며 짧게 의식을 치룬다.



계속해서 물그릇? 과 물을 묻혀 뿌려주는 도구를 가지고


신도들이 준비해 온 음식들에 축복을 내린다.


같은 의식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과 준비된 음식이 케익과 치장된 달걀인 것을 볼 때


매주 하는것이 아닌 부활절 행사라는 추측만 했다.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조금 흥분된 것처럼 보였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사람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뛰어노는 아이들과 차분히 기도하는 사람들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러시아 답지 않게 사람구경을 잘했다.


이후엔 굵어지는 빗줄기에 성당 내부로 피신을 했다.


역시 부활절이라 사람이 많이 있었다.


성당들을 몇개 다니다 보니 이제 내부 구조의 패턴이 눈에 익는다.


장식은 금빛이고 천장은 하늘색,


정교회 특유의 이콘이 화려하지만 엄숙하게 걸려있다.


정가운데엔 예수의 얼굴로 추정되는 그림이 꽃 가운데 놓여있었고


그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성호를 긋고


인사를 하고


입을 맞추고


이마를 대며


그들의 신의 죽음과 부활을 축하했다.


비를 피하러 들어갔다가 그 광경에 잠시 혼이 팔려서


몇 분을 앉아있다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고,


성당 옆의 미술관은 오픈시간이 아직 안되어서


근처에 보이는 아무 카페나 들어왔다.



들어와서 커피를 시키고 둘러보니,


실내가 괜찮다.


커피가게 이름은 <Ilyin Cafe>. 첫 글자는 아이이다.


음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으나, 그 덕분인지 사람이 적고 분위기가 좋았다.



벽의 그림도 봐줄만 했다.



나는 카푸치노를 마셨다.


러시아에서 차가운 커피를 포기한 이후로,


하나씩 따뜻한 커피를 마셔보고 있다.


듣던대로 러시아는 유제품 질이 상당히 뛰어나다.


우유도 맛있고 치즈도 버터도 요거트도 다 맛있다.


그래서인지 카푸치노 위에 올라간 우유거품이 폭신폭신하고 고소하고


행복을 안겨주는 질감이었다.


같이 제공해 준 설탕을 우유거품 위에 뿌려서 숟가락으로 떠서 한참을 먹었다.



아무래도 비가 그칠것 같지 않아 조금 떨어진 백화점에서 노닥거리기로 한다.


우리가 갔던 쇼핑몰은 <AURA>라고 하는 쇼핑몰이었는데,


상당히 큰데다 일층에는 대형마트까지 있어 장도 볼 수 있었다.


사진은 가는 길에 찍은 엄마와 딸.


비가 올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나가지 않아 오늘의 모든 사진은 전화기로 찍었다.


소리가 나지 않으니 이런 뒷모습도 촬영이 가능하다.


꼭 잡은 손이 찍고 싶었다.



백화점 내부이다.


노닥거리기로 했으나 커피는 이미 마셨고, 푸드코트엔 먹고싶은 것이 없었다.


결국 높의 미술연필과 연필깎이만 사고,


매장들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했다.


그리고 마음먹고 마트를 꼼꼼히 돌기로 합의를 봤다.


아우라 쇼핑몰 일층엔 러시아의 대형마트 체인점 오케이마트가 입점해 있다.


꽤 저렴한 가격에 자체상품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게


구경을 할 수있다.



이제야 술 이야기를 하지만,


러시아는 술이 참 저렴하다.


한국 가격을 생각하려면 저 숫자에 곱하기 20정도 하면 된다.


꼬냑이 12000원정도 하는 가격이라니...



럼 종류도 저렴하다. 마시려고 마음만 먹으면 고주망태 되기 좋은 나라다.



게다가 차도 저렴하고,



또 종류가 매우 많다!


사진에 보이는 매대 전체가 홍차를 비롯한 각종 차 종류이다.


차 마시는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러시아 산 홍차는 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얼그레이 차를 좋아하는 나는 러시아 산 중에서 나름 비싼 것으로 한 곽 샀다.



이건 홍차 박스가 태엽을 돌리는 뮤직박스인 상품이다.


선물로 사가기 좋을 것 같다. 가격대도 적당하고.


너무 가지고 싶었으나 여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노래만 듣고 말았다.



홍차를 고르는 높을 놔두고 나 혼자 맥주 구경을 했다.


유럽 맥주부터 러시아 맥주까지, 상당히 저렴하다.


우리는 유럽맥주는 유럽가서 마시기로 하고, 웬만해선 러시아 맥주를


하나씩 먹어보기로 했다.



근 두 시간에 걸쳐 봐온 장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아르메니아 산 꼬냑을 제외하면


사진에 보이는 식재료 전체가 한국돈 20,000원도 하지 않는다.


외식물가와 시장물가의 차이가 장난 아니다.


내일 기차에 타서 먹을 음식까지 사느라 물건이 좀 많다.


그리고 오늘 저녁.


바질을 넣은 소시지 토마토 치즈 파스타와


순쇠고기 함박스테이크.


피클과 꼬냑은 애교이다.



나름 아르메니아 산 꼬냑 중에서 비싼 편을 집어왔다.


가격은 한국 돈으로 13,500원 정도. 맛있어서 지금까지도 홀짝 홀짝.


비가와서 한번도 꺼내지 못한 세모와 지지는 여전히 귀엽다.



천천히 밥을 지어먹고 돌아본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하다.


밤이 내리고있다.


내일은 다시 출발해서 예카테린부르크로 간다.


잠깐 들러서 도시만 구경하고 카잔까지 가면,


이제 모스크바와 시차가 없어지고 한국과는 여섯시간 차이가 나게 된다.


하늘이나 더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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