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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4일, 목요일.


페트라 캔들 나이트는 매주 월, 수, 목 저녁에 열린다.


인솔하는 가이드를 따라 촛불이 밝혀진 시크(협곡)를 따라 알 카즈네까지 걷는 길은,


요르단 패스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 입장료 17JD를 아주 싸게 느끼게 한다.


페트라의 보존을 위해 전기를 아주 제한된 곳에만 공급하기 때문에,


촛불로 밝혀진 길은 별을 한가득 이고 있다.



우리 호텔을 포함한 대부분의 호텔에선 수수료 없이 입장권을 예매 해준다.


티켓창구에서 별도로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못느낌.


정확하게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호텔에서 일러준 투어 시각 15분 전에


광장에서 대기했다.


밤에 진행하는 투어인데다 가이드까지 붙으니 제한인원이 있을거라 생각 했지만,


있더라도 무의미한 정도로 큰 인원이니 예매는 걱정할 필요 없다.



가이드의 주의사항과 관람태도 등에 대한 브리핑이 끝나면 바로 입장.


알 카즈네까지 가는 길은 하나뿐이라 바닥에 놓인 촛불을 따라가면 된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느라 거의 맨 뒤에서 따라갔지만


일행에서 많이 뒤쳐지더라도 딱히 통제하는 모습은 없다.



조금 걷다보면 시크로 진입하는 길이 나온다.


밤에도 물과 음료를 판매하는 상점이 열려있어 소름돋았다.



협곡 사이에 밝혀진 촛불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예의가 바른지


내 숨소리가 크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하다.


알 카즈네 앞에서 열리는 공연? 이나 많은 인원에 관심이 없다면


협곡 안에 혼자 남은 것 같은 기분을 즐기며 뒤에서 걷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뒤에 적겠지만 공연이랄게 별게 없어서.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딩거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울다 들어온 페트라는 유독 쓸쓸하다.


처음에는 모든 일정을 멈추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어찌됐든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건희는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그래도 둘 다 얼굴과 기분 상태가 엉망이라 사진에 찍히고 싶지는 않았음.


해서 이 날 사진에는 우리가 없다.



속삭이듯이 말을 건네도 전달이 되는 시크의 침묵은


지친 우리에게 위로가 됐다.


깊고 어두운 협곡에 촛불 말고는 집중할 것이 없다는 사실은


슬픔에도, 이젠 없는 딩거에게도 오롯이 집중할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가끔 벽에 난 구멍에도 들어있는 촛불.


처음 입장할 때는 에이 설마 촛불이겠어 엘이디 등에 뭐 씌워놨겠지 ㅋㅋㅋ 했는데



촛불 맞다. 그래서 끝나고 나갈때는 꺼져있는 것도 있더라.


물론 깔려있는 모든 불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확인한 모든 등불 안에


양초가 들어있었다.



낮보다 더욱 천천히 걷다보면 도착하는 알 카즈네.


그 앞으로 촛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깔려있으며, 미리 도착한 관광객들은


둘러앉아 제공되는 설탕차를 마시고 있다.



우리를 데려온 가이드는 몇 가지 전설이나 옛날얘기를 해준 뒤,


전통악기 두 가지로 공연을 해준다.


무슨 세계 최초의 현악기다 뭐다 말은 하지만 별로 들을 건 없고


분위기가 음악을 잘 꾸며준다.



그래도 어울리는 침착한 목소리의 가이드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50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인원이 찍소리도 안내고 촛불에 비친 신전을


올려다 보는 광경은 매료되지 않을 수 없지.



공연에 흥미가 금방 떨어진 나는 뒤로 빠져서 열심히 사진이나 찍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에 페트라나이트는 좋은 환경이 절대 아니다.


미러리스는 늘 밤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잠시 신전으로 색깔놀이.


관중들에게 눈을 감았다 뜨게 만드는 연출이 뻔하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가 있는 관광! 하면 팁을 얼마를 줘야하나부터 계산해 놓는 나로서는


허무하게도 그런 순서가 필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인원에 가이드가 한 둘만 붙는줄 몰랐으니.


아무튼 공연이 끝나면 다시 시크를 되짚어 나가야 한다.



한낮 열기가 식고 난 시크는 서늘하기까지 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걸었다.


나갈 때는 뒤쳐지면 가이드가 싫어할까봐


우리는 공연을 끝까지 보지 않고 침묵 위를 걷는 시간을 택했다.



잊을 수 없는 시간, 잊을 수 없는 날짜.


내가 제정신으로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을


절벽 사이에서 내 발밑을 밝히는 촛불과 함께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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